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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봉 교수의 ‘좋은 정부, 나쁜 정부’, ③플라톤(Plato)의 좋은 정부, 나쁜 정부
박희봉 | 승인 2022.04.28 19:54
국가는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국가는 전체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 플라톤-

3. 플라톤의 좋은 정부
 
플라톤이 제시한 좋은 정부의 우선적인 덕목은 국가의 집단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국가의 집단적인 이익이란 결국 시민 모두의 행복을 말한다. 플라톤이 추구했던 국가의 목표는 개인의 이익을 배제하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다.

플라톤은 “우리는 도시 내에 거주하는 개인이 아닌 통합된 전체 도시를 행복하게 함으로써 도시와 도시 내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하였다. 플라톤은 특정한 개인 또는 특정한 집단의 이익을 인정하지 않았다. 플라톤은 국가 내의 어느 누구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어떤 사람이든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집단 전체의 이익이 국가의 최종목표가 되어야 하며, 개인의 목적이 국가의 단결을 파괴할 수 없고, 모든 구성원은 국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기능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은 국가의 내적 통합과 집단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각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엄격한 역할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였다. 플라톤이 제안한 것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직분을 철저하게 수행하는 노동의 분화이다.

통치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지배를 하고, 전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기사직을 맡으며,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생산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각 구성원들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플라톤은 “인간은 아주 작은 차이에 의해서도 분열될 수 있기 때문에 시민 각자가 협력하여 성취할 수 있는 일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부분에서 협력이 어렵게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플라톤은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 매우 중요하며,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직무 또는 직업의 분화를 유지하게 위해 직업 간의 평등을 강조한다. 즉 국가의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직업의 귀천을 배제하고, 직업에 따른 이익의 불평등을 부정하였다.

플라톤이 이렇게 직업의 철저한 분화를 제안한 이유는 진정한 지혜를 가진 철인(哲人)에 의한 국가통치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사회에서 가장 현명한 철인통치자가 국가를 지배하는 것이 모든 구성원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다. 가장 현명한 철인만이 진정한 현실을 인식하고, 국가를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철인이 아닌 구성원 개인의 의견은 통치로부터 배제되어야 하며, 가장 훌륭한 통치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민 모두의 행복을 가져올 있는 정책을 고안하여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인정치야말로 직접민주주의 또는 대표민주주의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치제도라는 것이다.

여기서 철인을 어떻게 선발하며, 한 인간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철인의 부패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플라톤은 교육을 통해 인간의 정신을 올바르게 하고, 올바른 지식을 쌓음으로써 올바른 목표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따라 플라톤은 국가의 단결을 유지하고 집단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배자의 개인적인 이익추구를 방지할 수 있는 철인 교육시스템을 고안했다. 그가 고안한 시스템은 철인으로 자랄 수 있는 재목을 청소년기부터 선발하여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이들 중에서 철인으로서의 역할을 가장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자를 선발하여 정치를 맡기는 것이다.

즉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궁극적인 수단은 철인을 길러내는 것으로서, 철인은 어릴 때부터 국가에 가장 유용한 이익을 생각하고, 이를 행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도록 교육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의 효과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을 자유롭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강제로는 그 어떠한 자유인도 유용한 지식을 학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철인에게 통치를 맡기되 철인 역시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할 것이 요구된다. 피지배자들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고 철인의 명령을 따르도록 희생한 만큼, 철인 역시 국가와 시민 전체를 위해 희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먼저 철인통치자에게는 기초적인 것 이상의 어떠한 사유재산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플라톤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안정적인 통합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통치자의 사유재산을 불법으로 간주하였다.

동시에 그는 철인통치자의 가족 역시 개인적인 이익으로 간주하여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즉 철인통치자에게는 가족과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치자가 가족과 사유재산을 보유하게 되면 개인적 욕망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부패가 발생하게 되면서 국가의 내적 통합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철인통치자는 개인의 욕망을 버리고 오직 시민 전체의 행복과 국가목표 수행에 전념해야 국가가 튼튼해질 수 있다. 피통치자들이 통치의 욕망을 버리는 대신, 통치자 역시 가족과 사유재산의 욕망을 포기하여야 상호 형평하며, 피지배자들이 지배자의 통치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플라톤의 이상국가에서는 시민의 의무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우선 시민은 통치자에게 순응하고 정부의 법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모든 시민들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면 국가가 발전할 것이며, 국가발전의 혜택은 결국 모든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다는 의미는 다른 사람의 직분, 특히 통치자의 직분인 통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다. 물론 시민들이 통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플라톤은 시민들이 과도하게 통치에 관여하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철학인만이 인간의 문제를 알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철인통치자에게 통치를 일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플라톤이 시민에게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국가발전을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미덕을 실천한다면 국가는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4. 플라톤의 좋은 정부에 대한 평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플라톤이 생각하는 좋은 정부, 즉 이상국가란 시민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국가 구성원 전체가 통일된 유기체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정부체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익을 탐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전체 국가의 집단적 이익을 고려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한계를 지적하면서, 국가의 집단적 이익을 어떠한 방법으로 보호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충실하여 사욕을 앞세우게 되면 국가의 궁극적 목표인 개인의 행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 것이다.

플라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철인정치를 제시하였다. 플라톤이 제시한 좋은 정부란 가장 현명한 사람을 국가의 최고통치자로 선발하여 국정을 책임지게 하되, 사욕을 추구할 수 없도록 통치자에 대한 견제장치를 둠으로써, 이 통치자가 사익이 아닌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 및 집행을 하도록 하는 정부체제를 말한다. 이때 국가 구성원은 합의된 법에 따라 각자의 본분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은 많이 거론되는 만큼이나 비판이 따른다. 특히 현대적인 관점으로 보면 플라톤이 말한 이상국가는 매우 큰 거부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우선적인 비판은 플라톤이 제시한 철인정치에 대한 것이다. 플라톤의 철인정치는 기본적으로 가장 현명한 한 사람, 또는 소수엘리트에 의한 통치를 정당화 한다.

그러나 국가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소수 엘리트에 의한 통치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어렵다. 플라톤의 철인정치론이 독재를 정당화 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플라톤의 철인정치에 대한 두 번째 비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기한 논제이다. 다음 장에서 보다 상세하게 논의하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엘리트와 다수에 의한 혼합형 민주주의 정부체제를 제시한다. 철인정치의 가장 큰 약점은 철인통치자가 국가의 목표인 다수 시민의 행복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철인통치자는 일반시민과 다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였고 일반시민과 다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시민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철인통치자가 국가의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를 유지하는 등의 통치방식에 대해서는 더 잘 파악할 수 있겠지만 다수 일반시민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보다 더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현대적인 관점에서 철인통치자 혼자서 또는 소수의 엘리트만으로는 현대의 복잡한 문제를 다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치자가 통치의 기술을 가질 수는 있어도 현대의 수많은 전문적인 문제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특히 현대사회의 문제는 특정한 분야에 한정된 것이라기보다 여러 가지 분야의 사회문제가 함께 얽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혼자서 국정을 모두 책임지고 처리한다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

넷째, 철인의 부패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다. 플라톤 역시 철인의 부패 가능성을 염려하여 철인의 선발과 생활에 대해 엄격하게 규정하였다. 특히 철인은 가족과 사유재산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것에서 부와 권력을 동시에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그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나 권력과 명예를 보유한 통치자가 부를 독점하기란 너무도 쉽다.

역사적으로 국가를 위해 희생하던 깨끗한 도덕정치인이 권력을 잡은 이후 권력을 전횡하고 부를 축적하며, 끝내 자신과 국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 비극적인 예는 너무도 많다. 권력을 가진 통치자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 또는 소수 엘리트에 의한 지배는 극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5. 플라톤 대안의 현대적 의미
 
현대사회를 대상으로 국가와 정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약 2,500년 전의 아테네라는 특수한 사회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이 아직도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 만큼 그의 대안이 여러 시사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어떠한 사회를 막론하고 엘리트에 의한 지배가 필연적임을 통찰하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실질적으로 엘리트가 국가와 정부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엘리트는 다양한 이유로 국가와 정부를 지배한다. 이러한 속성은 엘리트주의자로 분류되는 다수의 이론가에 의해 보다 확실하게 정립되고 있다. 파레토(Pareto)와 모스카(Mosca)는 주어진 능력과 신분에 의해 엘리트가 정해진다고 하였고, 미첼스(Micheles)는 다수 대중에 비해 정보력과 조직력에서 앞서는 소수의 엘리트가 국가와 정부를 지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주장하였다.

심지어 다원주의(pluralism) 사회로 분류되는 미국사회에서도 엘리트가 국가와 정부를 지배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 밀스(Mills)의 주장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바크라크(Bachrach)와 바라츠(Baratz)가 제기한 바와 같이 어떤 사회에서나 엘리트가 선별한 의제만이 논의되어 실질적인 다수 대중을 위한 논의는 배제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즉 플라톤은 어떤 사회에서나 엘리트에 의한 지배가 필연적이라면, 결국 시민의 행복이라는 국가목표를 보다 훌륭하게 수행할 능력이 있는 엘리트를 선발하여 교육시키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찌감치 알려준 것이다.
 
대표적인 엘리트주의자 (elitist)
 
엘리트주의자는 엘리트가 사회를 지배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현상을 진단한다. 따라서 파레토 (Pareto), 모스카 (Mosca), 미첼스 (Michels), 밀스 (Mills), 바크라크와 바라츠 (Bachrach & Baratz) 등의 엘리트주의자를 엘리트가 사회를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들은 엘리트가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므로, 그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인 시민들이 이러한 현상을 파악하고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파레토 (Vilfredo Pareto, 이탈리아 사회학자, 1848-1923)
파레토는 한 사회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소수의 정치적, 경제·사회적 지배계층과, 나머지 다수의 피지배계층으로 구분된다고 보았다. 정치적 지배계층은 국가와 정부를 운영하는 최상위 엘리트층을 형성하고, 정치적 지배계층 아래에 경제 및 사회를 운영하는 경제·사회적 지배계층이 있으며, 그 아래에 일반시민으로 이루어진 다수의 피지배계층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파레토는 대부분의 사회는 20% 정도의 지배계층과, 80% 정도의 피지배계층으로 구성된다고 제시하였으며, 이러한 계층의 구분은 개인의 능력과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사회적 지위에 기인한다고 하였다. 계층 간의 이동은 대단히 제한적이어서 피지배계층에서 경제사회적 지배계층으로의 신분상승이 드물게 발생하기는 하지만 쉽지 않으며, 경제사회적 지배계층 역시 정치적 지배계층으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였다.
 
모스카 (Gaetono Mosca, 이탈리아 정치학자, 1858-1941)
모스카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파레토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모스카는 기본적으로 지배엘리트층과 피지배층은 확실히 분리되어 있지만, 정치엘리트와 비정치엘리트 계층은 지배와 복종관계가 아니라 상호 병렬적 관계에 있다고 하였다. 모스카는 엘리트를 통치엘리트와 비통치엘리트로 구분하지만, 이들 사이의 이동은 자유롭다고 보았다. 즉 파레토는 통치엘리트가 비정치적 엘리트보다 높은 지위에서 이들을 통제하는 지배와 피지배관계로 본 반면, 모스카는 정치적 통치엘리트와 비정치적 엘리트가 상호 협력적이고, 신분이동이 자유롭다고 설명했다는 차이가 있다.
 
미첼스 (Robert Micheles, 독일 사회학자, 1876-1936)
미첼스는 “과두제의 철칙 (iron law of oligarchy)”이라는 엘리트지배의 법칙을 설명했다. 미첼스에 따르면 단순히 개인적 능력이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와 권력, 지위에 의해 엘리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사회나 조직을 막론하고 소수가 다수를 지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였다. 어떤 사회나 조직이든 의사결정 과정에 다수가 참여하는 경우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기란 불가능하며, 소수의 인원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훨씬 효율적이고도 강력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결국 정보의 수집과 전파가 빠르고 정확하며, 조직의 결집력도 강한 소수집단이 조직력이 약하고, 정보력이 낮은 다수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 미첼스의 주장이다.
 
밀스 (Charles Wright Mills, 미국 사회학자, 1916-1962)
밀스는 민주주의 또는 다원주의에 의한 정부운영 시스템을 갖춘 미국사회도 실질적으로는 엘리트에 의해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형식적으로는 다수 시민에 의해, 또는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다양한 이익집단의 활발한 의견교환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정치엘리트, 경제엘리트 및 군사엘리트 등 세 분야의 강력한 엘리트(power elite)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바크라크 (Peter Bachrach, 미국 정치학자, 2019-2008), 바라츠 (Morton S. Baratz, 미국 경제학자)
바크라크와 바라츠는 무의사결정(non-decision making)이라는 개념에서 소수 엘리트에 의해 의사결정의 중심과제가 배제되거나 변형된다고 하였다. 소수 엘리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제만 사회적으로 논의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다양한 주제가 전체시민을 위해 어떻게 결정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되고 있고, 이러한 논의 결과 다수가 선택하는 방향으로 의사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다수에 의해 민주적으로 정부가 운영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떠한 논제가 엘리트들에게 불리한 경우, 실제로 그 논제가 전체시민을 위해서 필요하고 중요하더라도 엘리트에 의해 논제 자체가 언급되는 것이 언제든지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형식적으로는 정부가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지 엘리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톤은 엘리트가 지배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에서 지배 엘리트 선발의 중요성을 지적하였다. 플라톤이 주장한 국가 최고지배자의 조건은 도덕성과 지적 통합성이다. 도덕성의 경우 플라톤은 최고지배자가 되기 이전의 도덕적 순수성뿐만 아니라 지도자가 된 이후의 도덕성까지도 강조한다.

최고지배자는 개인의 사적이익을 추구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공익을 실천하고 개인적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공익적 삶은 최고지배자가 되기 전에도 그랬어야 했고, 최고지배자가 된 이후, 그리고 최고지배자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최고지배자가 경제적인 부문뿐만 아니라 가족마저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정부를 운영함에 있어서 사적 이해관계가 얽히면 결국 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본인 가족의 요구를 뿌리치기란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부와 권력이 공존하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경고하고 있다.

최고지배자가 매사에 공정하게 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통치자를 통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플라톤은 정부 최고지배자가 부와 권력을 함께 거머쥐었을 때 항상 비극이 발생했고, 부를 축적하지 않은 정부 최고지배자에게는 대신 명예가 주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톤이 제시한, 최고지배자가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 덕목은 지적 통합성이다.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고, 시민 전체의 행복을 위한 국가의 장기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은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필수적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며, 공익이 무엇인지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따라서 최고지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는 이러한 기본적인 덕목을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다양한 장치가 요구된다. 현대 민주정치에서 대통령과 수상을 비롯한 국가지도자를 선발할 때 다양한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은 플라톤의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고지배자에게 도덕성과 지적 통합성이 요구되는 것은 최고지배자의 리더십에 의해 국가의 운명과 정부의 능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고지배자가 유능하면 법과 제도가 덜 확립되었더라도 정부가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사회갈등도 최소화될 수 있다.

반대로 최고지배자가 무능하면 법과 제도가 아무리 잘 확립되어 있다 해도 정부운영은 방향성을 상실하고, 사회 내 갈등은 증폭된다. 어떤 조직을 막론하고 조직의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은 모든 조직구성원들의 의사결정 및 업무수행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최고지배자가 장기적 국가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객관적인 능력에 따라 인사를 배치하면, 정부 관료들은 국가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최고지배자가 정실에 의해 인사권을 행사하면 정부 관료들은 무능하더라도 최고지배자의 입맛에 맞는 인물의 이름을 결재서류에 포함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플라톤은 불완전한 아테네 직접민주주의, 섣부른 다수지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 지배체제는 장기적으로 국가전체의 공익을 위해서 운영되기가 어렵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였다.

국가와 정부는 시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실체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수행한다는 이상을 반대하기는 어렵지만, 다수 시민에 의해 정부가 운영되었을 때 실질적으로 국가목표가 사유화되고, 따라서 국가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운영에 다수가 관여할 경우, 다수의 모든 의견이 융합되어 통일된 국가목표로 결정되기보다는 다수의 단편적이고, 분파적이며, 근시안적인 사적이익이 국가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플라톤은 다수에 의한 근시안적 정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지도자에 의해 운영되는 책임정부를 선호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식으로 해석하자면 대통령 중심제를 제시한 것이다. 일인 책임정부는 확실한 국가목표를 정하기 쉽고, 정부를 통제하기 용이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 및 보상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민들의 정치적 지식과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효과적으로 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박희봉 교수는 한양대학교에서 행정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중앙대 공공인재학부에서 조직론, 리더십, 사회자본 등을 강의하며 연구하고 있으며 중앙대 행정대학원장직도 병행하고 있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박희봉  hbpark@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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