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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봉 교수의 ‘좋은 정부, 나쁜 정부’, ②플라톤(Plato)의 좋은 정부, 나쁜 정부
박희봉 | 승인 2022.04.09 20:42
국가는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국가는 전체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플라톤-
 
2. 플라톤의 나쁜 정부
 
결론부터 말하자면 플라톤은 도시국가 아테네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직접민주주의를 지적하였다. 플라톤 역시 일반시민들이 국가와 정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이상적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정치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체제란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 행복이라는 국가목표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 그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민주적 헌법 하에서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공정하게 공존할 수 있다면 플라톤이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를 비판하지 않았을 것이다.

플라톤은 아테네 시민들이 직접민주주의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모든 인간이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였다. 한계를 가진 인간들에 의한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가 아테네 시민의 주권과 행복을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만인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성으로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 이익부터 추구한다. 대중은 언제든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고, 나쁜 것에 물들기도 쉽다.

일시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현명하게 판단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인간은 나약하고,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경험적 지식을 쌓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인간이 모든 사람의 장기적 행복을 위해 국가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전체의 이익을 버리고, 단기 이익에 집착하여 장기적인 행복을 놓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과연 이러한 다수의 시민대중에게 모든 결정권이 주어진다면, 그들이 장기적으로 전체 시민들의 행복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시민대중은 항상 자기 자신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결정권을 사용하게 된다. 나아가 현실적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중이 복잡한 정치구조와 역학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판별력뿐만 아니라 고도의 인내력과 희생정신을 갖추어야 하지만 그와는 거리가 멀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을 현혹하는데 능란한 정치인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신의 권력을 그 정치인에게 예속시킴으로써 권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플라톤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가 선동정치로 시민을 현혹하여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당파를 만들어 전체 시민이 아닌 일부 특수계층을 위한 정부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했다. 플라톤은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를 다수 시민의 이성적 한계에서 찾았다.

같은 차원에서 플라톤은 부자와 섣부른 지식인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들 역시 진정한 국가의 목표를 위해, 전체 시민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 지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는 더 큰 부를 얻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과 정력을 쏟는다.

사회 지도층을 형성하는 지식인은 국가 전체를 운영하는 종합적인 지식이 아닌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적인 지식으로 대중을 현혹하고 오도하여 자신의 명예와 부를 쌓으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플라톤이 당시 아테네에서 자신의 이론을 설파하는 많은 소피스트들에 대해서크게 우려하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플라톤은 이성적 한계를 지닌 인간들에 의한 아테네의 직접민주정치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였으며, 민주정치 하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과도한 자유를 누림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자유 민주헌법 하에서 주권자, 즉 다수의 시민들이 서로 자신의 이익만을 주장하고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수가 원하는 대로 다수결에 의해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직접민주주의 제도이다.

그러나 갈등해결 과정에서 다수 시민들은 지식과 정보의 부족하기 때문에 소수 엘리트의 선동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형식적으로는 다수 시민에 의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수의 의견에 의해 다수가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결정권이 있는 다수는 자신의 힘을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소수가 제시한 방향이 국가 전체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한다고 해도, 다수는 자신의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직접민주정치 구조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국가구성원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직접민주주의는 시민의 이기적이고 근시적인 욕구를 통제할 방법이 없으며, 장기적으로 다수의 요구를 형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선동정치가의 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플라톤은 지적했다.

이와 아울러 플라톤은 다수에 의한 통치, 직접민주주의는 시민 각자가 소유한 부와 지식의 불평등에 의해 언제든지 타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중에 의한 통치는 이성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 모두에서 잘못된 통치를 유발할 수 있다.

대중은 부유한 자, 능력이 있는 자의 장점을 찬양하고 동경하며,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면서 부유한 자를 공직에 지명할 것이다. 공직에 임명된 능력 있는 자들은 그들에게 부여된 권위와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통치를 강화할 것이며, 자연스레 민주정치의 합법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플라톤은 당시 아테네의 사회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던 소수의 부유층과 지식인이 과연 민주주의를 수행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다. 그는 이들 엘리트층 역시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방향을 제시할 능력이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들 또한 그들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지식과 능력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를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고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통찰력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을뿐더러 그런 통찰력을 지닌 리더라 할지라도 장기적인 노력과 희생 또한 필요한 것이기에, 그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인물을 찾기란 너무도 어렵다는 것이 플라톤의 고민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플라톤은 다수의 시민들 뿐 아니라, 소수 엘리트의 인간본성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보았다. 즉, 이들 모두 국가의 장기적 목표를 수행할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언제든지 이들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국가의 단결을 근원적으로 파괴할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플라톤은 다수에 의한 직접민주주의, 그리고 엘리트에 의한 대표민주주의 모두 국가가 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본 것이다.
 
박희봉 교수는 한양대학교에서 행정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중앙대 공공인재학부에서 조직론, 리더십, 사회자본 등을 강의하며 연구하고 있으며 중앙대 행정대학원장직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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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봉  hbpark@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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