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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는 산토끼, 집토끼외에 가출토끼도 있다
최성환 | 승인 2021.01.25 02:26
집토끼도 다 같은 집토끼가 아니다.

[최성환 빅픽처 대표] 대한민국의 여러 선거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동물은 한반도를 가장 많이 닮은 토끼이다. 서로 다른 정당, 반대되는 구도에서 경쟁함에도 불구하고 토끼에 대한 전략은 대동소이하다.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토끼 이론은 크게 집토끼 중심 이론과 산토끼 확장 이론으로 나눠진다. 첫째로 괜히 산토끼 잡다가 집토끼 놓친다고 집토끼에 집중하자는 내부 결속의 논리이다. 반면 집토끼로는 필패라며 산토끼를 잡아야한다는 부동층으로의 확장을 꾀하자는 뜻이다.

 선거의 승자든 패자든 간에 공통적으로 집토끼 산토끼 이론은 모르는 사람은 없다. 1987년 6.29 선언 이후 치룬 대선 당시에도 집토끼, 산토끼는 언론사 기사에도 등장할 정도로 인용의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럼 왜 승패가 나눠지나? 패자들은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거나 제대로 해석해도 실천하지 않음에 그 원인이 있다.

 두 이론의 공통점은 집토끼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토끼를 잡아야 된다는 쪽도 최소한 집토끼를 먼저 내치자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집토끼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본류이기에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패배한 정당이나 후보들의 공통점은 집토끼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서 산토끼를 잡는 시늉을 한다든가 얼마 없는 집토끼에 함몰되어 스스로 확장성을 거세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황교안, 후자는 김진태가 대표적인 예다.
 
013년 9월 4일 이석기 체포동의안 질의를 했던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출처 : YTN
지난 21대 총선 때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패스트트랙 이후 산토끼 사냥 전략을 선거 끝날 때까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가 실패한 이유는 산토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영혼 없는 구애뿐이었다. 산토끼들은 중도라는 곳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무당층이며 약삭빠르지만 결코 바보는 아니었다.

 말로는 중도층 잡자고 외쳤지만 실상 그의 대외 활동 주변에는 가장 많았던 물건이 태극기, 가장 많이 보였던 사람이 태극기부대였다. 산토끼들이 싫어하는 집토끼까지 주변에 끼고 다니면서 냄새를 풍긴 그에게 표를 줄 산토끼는 많지 않았다.

 지난 19대 대선 때 자유한국당 경선 후보였던 김진태는 집토끼를 챙기고 산토끼를 찾자며 집토끼 중심 전략을 택했다.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만들어진 보궐 아닌 보궐선거였다. 자당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여 지지층이 대거 무당층으로 빠져나갔을 때 김진태가 말한 논리는 당내에서 얼마나 공감 받았을까?

 결국 2017년 3월 31일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50 : 책임당원 투표 50의 방식으로 최종 집계된 결과에서 김진태는 19.3%에 그쳐 54.15%를 받은 홍준표에 트리플스코어로 패배했다.

 김진태 자신은 당시 경선에 참여한 4명의 후보 중에 태극기 집회도 열심히 참여했고 자당 출신의 탄핵 당한 대통령을 가장 강하게 옹호했으니 자당 책임당원 비율이 50%인 투표방식에서 1위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을 지도 모르겠다. 열렬했던 집토끼 애호가는 3년 동안 집토끼를 들먹이다가 결국 작년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내주는 참패를 당한다.

 황교안과 김진태의 사례에서 보듯 집토끼를 다 같은 집토끼로 착각했다는 점이다. 산토끼들은 모든 집토끼를 싫어하지 않는다. 태초에 집토끼도 가축화 되기 전에는 땅에 살던 땅굴토끼였다. 땅에 굴을 파서 살았을 뿐이지 땅이라는 것은 산에도 있었다.

 즉 어느 정당 책임당원이라는 이유 한 가지만 갖고 무당층이 그를 혐오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특정 정당의 당원이라는 것은 비난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책임당원인 사람들이 태극기부대나 민중총궐기처럼 추한 짓을 했거나 동조했을 때 산토끼들은 멀리 달아난다.

 결국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현실적으로 집토끼를 이분화해야 된다. 모든 집토끼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면 산토끼를 잃어버린다. 그렇다고 산토끼를 외면하자니 그 산토끼들이 다른 집토끼 주인과 손을 잡으면 필패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에 이어 2위를 했던 이회창의 득표율은 46.6%였다. 5년 뒤인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한나라당의 이명박과 박근혜 후보 측의 대립은 치열하여 후유증도 심했다. 이후 이회창 전 총재가 무소속으로 단독 출마하여 이명박 후보보다 더 오른쪽 스탠스에 자리잡아 15.1%를 받았다.

 한나라당에서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으며 집토끼 포지션이었던 그들이 대거 투표장에서 이회창 후보에 표를 안겼다. 5년 전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의 3분의 1이 이름은 똑같지만 정당은 다른 후보로 출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는 집토끼들이 빠져나갔음에도 48.7%를 받아 1위로 당선되었다. 15.1%가 나갔지만 그 15.1%를 싫어하던 17.2%의 산토끼가 유입된 것이다. 나간 것과 뺀 것만 놓고 보면 고작 2.1% 밖에 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 17.2%가 5년 전에는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었다는 것을 안다면 가치는 2배 이상의 효과를 지닌다. 퍼센트라는 것이 0~100 안에 종속된 것으로 누군가가 늘어나면 누군가가 줄어드는 통계 방식이다.

 축구나 야구같은 일반적인 스포츠에서는 자기 팀이 득점하거나 상대 팀이 득점하여 실점하는 경우는 있어도 자기가 상대방의 득점을 뺏거나 상대방이 자신의 득점을 뺏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출가한 집토끼에 연연하지 않고 비슷한 안이 더 많은 산토끼들을 유입시킨 덕에 당선되었다. 한편 정동영 후보는 26.1%에 그쳐 5년 전 48.9%를 받았던 노무현의 득표율을 거의 반토막 내는 결말을 맞았다.
 
튜브 가로세로연구소에 각각 출연한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과 서울시장 후보 나경원.
 과거에 사례에서 보듯 산토끼와 집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은 뜬구름을 잡는 것이 아닌 냉철한 판단만 있다면 실천이 가능하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최근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하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후보들이 있었다. 지난 2019년 12월 1일에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출연했고, 지난 1월 5일에는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출연했다.

 자신들이 각각 친박이 아니었고 탄핵에 찬성했던 전력도 있었으니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는 가로세로연구소가 집토끼들의 표본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들 눈에는 모든 집토끼가 탄핵을 반대하고 모든 집토끼가 태극기부대였으며 그들에게 좋게 보이기만 하면 된다는 계산이 아니었을까?

 분명 가로세로연구소의 정치 분야를 보는 시청자들은 과거 보수 정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었다. 근원이 집토끼 중에도 가장 핵심토끼였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그 정당이 싫다고 탈당한 사람들이다. 집토끼에서 분화된 가출토끼인 것이다. 13년 전에 무소속으로 단독 출마한 이회창 지지자와 비슷한 알고리즘이다.

 산토끼를 잡자고 하여 남의 집안 산토끼였던 안철수로 단일화하여 정당을 넘겨주는 식은 분명 문제다. 그렇지만 산토끼들이 혐오하는 가출한 집토끼들에게 어필한다면 골프에서나 볼 수 있는 마이너스 산수 계산을 하겠다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산토끼, 집토끼가 정치 기사에 나온 지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이었던 83년도 조선일보에서 시작되었다. 이제 산토끼, 집토끼말고 가출토끼라는 제3의 토끼가 이미 2007년도 대선 때 이회창 지지자들처럼 존재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유권자 분석을 해야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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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gogodu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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