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한 주는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사활을 걸었던 서울시장 선거가 치뤄져 대한민국의 온도는 한여름인 8월의 날씨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청년층의 지지를 곱절은 더 받은 범야권 후보이자,비정치인 출신 박원순이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물론, 선거 시작 전 박원순이 나경원 후보에게 10% 이상 앞서고 있었기에 7%라는 격차로 승리한 결과를 빗대 ‘이변’이라는 단어를 거론하는 것은 모순된 일이라는 걸 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이변이란 박근혜 의원도 언급했던'책임 있는 정당정치'를 외면하고 비 제도권 출신 시민단체장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의 의중이 이변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현정부를 출범시키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청년층의 박원순 몰표는 보수,진보라는 이념을 넘어 각박해지고 절망적인 청년의 삶을 대변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이념보다는 빵을 달라"는 그들의 아우성이였다.

그래서일까? 위기감을 느낀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개설하는 정치인이 급증하고 있으며 정두언 의원을 축으로 한 소장파도 청년층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며 '소통부재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그 결과를 예측하기 난해하지만, 불과 4년여 전에 치뤄진1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보수정당의 대명사인 한나라당 출신 이명박 후보가 청년층의 표를 정동영 후보보다 월등히 많게 흡수한 것을 보면, 오늘의 노력이 결코 일회성 이벤트로 쫑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나아가 한 정치평론가의 언급처럼 "요사이 청년층은 이념보다는 철저히 경제논리에따라 표심이 움직인다며, 보수든 진보든 자신들의 강력한 지지세력을 기반으로 사회의 일꾼이자 국가 경제성장에 엔진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청년층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맞춤형 서비스로 지지를 얻어야만 총선과 대선에서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단언했다.

그래 백번 맞는 소리다! 무슨 토를 달겠나?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면 구직난과 명퇴가 기다리고 치솟는 집값을 마련하다보면 자녀 교육비가 두눈 부릅뜨고 째려보니,"뼈 빠지게 일을 해도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했다"며 맥이 풀린 30~40대 가장이나, 박봉을 쪼개다 못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주부들이 반값 등록금이니, 무상급식이니 하는 달콤한 설레발에 휘말리는 것 또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거기다 나경원이라는 잘 먹고, 잘 입고 자란 정치인이 무상급식 반대를 주장하며 점진적인 복지를 약속했으니, 박원순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청년층은'기득권의 배부른 공약' 이라 조롱했을 것이 뻔하다.

그들 눈엔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던, 애국가 대신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운동권 노래를 틀고 장단을 맞추던, 의식주 해결이라는 대의명분 앞에선 묻지도, 따질 필요없는 더더욱 없는 개개인의 취향이라 치부했는지 모를 일이다.

허나, 쑥대밭이 된 연평도를 보고도 철통같은 안보를 부르짖는 이를'수구세력'으로 낙인찍는 청년층의 이율배반적인 사고는 우릴 슬프게 한다.

현 정부가 아니, 기성 정치권이 청년들의 힘든 삶의 고충을 덜어주긴 커녕 가중시켰다는 울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현충원을 방문해 자신들과 코드가 맞았던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만 참배하는 이기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닌 후보를 별 비판 없이 지지한 이번 선거가 소탐대실의 전형은 아닌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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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중  blog.chosun.com/jhj7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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