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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천박한 도시이다
김성춘 | 승인 2020.08.03 01:18
서울전경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가리켜 「천박한 도시」라고 하였는데, 앞과 뒤의 말은 제쳐두고라도 한 문장 10음절의 이 말은 시의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의 정치인들은 얼마나 이율배반적이고 위선적이었던가. 이 대표의 이 말이 비록 정략적인 의도가 다분하더라도 이 말은 서울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던 것이다.
 
오래된 서양격언에 「신은 자연을 만들고 악마는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는데, 이 대표가 서울을 「악의 소굴」로 표현 안한 것만 해도 다행일 정도로 이제 서울은 기이한 도시가 되어버렸다.
 
확실히 서울은 이제 역사와 문화와는 거리가 먼 판박이 도시가 되었고. 개판 정치판 굿판과 다름없는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이 되었다.

확실히 서울은 이제 니체의 표현을 빌면 「최후의 인간」들이 살아 행복은 찾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발명한 도시가 되었다. 이제 서울은 정신도 없고 가슴도 없는 인간들이 사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요즘 아파트값 폭등과 이에 따른 임대차 3법 실시에 수구야당을 비롯한 기득권세력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경련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에 인생을 걸고 남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공동체나 구성원에 대한 고려나 배려는 없다. 모두 불로소득에 마음이 들떠있고 모두 불한당의 마음을 갖고 있다.
 
자본주의 정신은 성취감이고 과정이며 환원이며 보람이고 재미인데, 대대로 자자손손만의 부귀영화만을 꿈꾼다. 그런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욕심은 끝이 없고 언제나 부족하다.

더 크고 넓으며 더 비싼 아파트를 가져도 그것이 내 마음을 채워주지 않는다. 오히려 공허하고 남는 것은 슬픔뿐일 것이다.
 
인류역사에 돈과 정신이 같이 간 예가 없다. 안락하면 정신은 죽는 법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올랐고 이렇게 망외의 소득을 얻었으면 이제는 만족할만하지 않는가. 극락생비(極樂生悲)나 물극필반(物極必反)은 세상사의 이치가 아니던가.
 
이렇게 탐욕으로 뭉쳤고 걸신들린 것 같은 서울을 보게 되면 춘원의 소설 「무정」에서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저 부귀한 자를 보매 자기네는 천치개벽이래로 부귀하여 천지가 없어질 때까지 부귀한 듯하다. 그네의 조상이 일찍 거지로 다른 부자의 대문에서 그 집 개로 더불어 식은 밥을 다툰 적이 있고 또 얼마 못하여 그네의 자손도 장차 그리 될 날이 있는 것이다.」 마치 오늘을 내다보고 한 얘기 같다.
 
사람 사는 곳은 절제나 여백이나 여지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아름다움이나 여유로움이라고 말한다. 나 같이 미니멀 라이프(간략한 삶)를 주장하는 사람에게도 서울은 천박하게 보이고. 삼도부(三都賦)를 베끼느라 낙양의 종이 값이 오른 것을 기억하는 어느 예술가에게도 서울은 역시나 천박한 도시이고, 자유분방함을 사랑하는 어느 사람에게도 정형화 되고 규격화된 서울은 더더욱 천박한 도시이다.
 
정약용이 살던 시대 노량진쪽은 백로가 노닐고, 지금 마포 서쪽 강가에 가을이면 물이 맑아 선비의 마음과 같다하여 추수정(秋水亭)이란 정자기 있었다한다.

오늘의 중량천이 한강으로 흘러드는 곳을 동호(東胡)라 하고 한강대교 있는 곳을 남호(南湖)라 했으며 양화진 부근을 서호(西湖)라고 했다. 물론 동강(東江)은 광나루부근을 말하고 서강(西江)은 오늘날 서강대교 부근을 일컬었다.
 
-지금 한유가 없어 옛일(舊事)을 말할 수 없고. 지금 율곡이 없어 옛노래(古調)를 부를순 없지만 옛일과 옛노래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서울은 천박한 도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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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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