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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2
김성춘 | 승인 2020.06.01 19:48
詩는 유희중의 유희고 유흥중의 유흥이라 말할 수 있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시 읽어주는 남자」라는 글을 오래전에 쓴 적이 있는데, 또다시 같은 제목의 글을 쓰게 되었다. 그만치 시 읽어주는 남자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릇 시란 지적 훈련을 거쳐 거위가 구슬을 토하듯 직녀가 옷감을 짜듯 하는 미학적 행위이다. 시구에 내재된 뜻도 범상치 않지만 시구 밖의 뜻은 더욱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결코 아름다운 감정이 넘쳐흐르지 않으면 시를 지을 수 없고. 시적 정취도 자아낼 수 없다.

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의 세계에서 눈으로 볼 수 없는 영혼의 세계로 나가는 것이다. 오직 시적 사유를 통하거나 시적 사유에 의해서만 식물성의 몽롱한 황홀을 느낄 수 있고, 식물의 영혼을 볼 수 있으며, 식물의 내밀한 속삭임까지 들을 수 있다.

어느 옛 스승은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 不學詩 無以言」고 했는데, 이는 시가 사람의 감정을 순화시켜주고 충동을 제어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시는 노여움이나 슬픔, 절망과 비애까지도 부드럽게 말하고 돌려서 말하게 한다.

여기에서 시 읽어주는 남자의 필요성이 생기고, 시 읽어주는 남자는 고상한 문화적 수준을 나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가 때론 표표하고 때론 청아하며 때론 분방하고 때론 심원하여 잠시 신선세계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할 것이다.

또 시는 유희중의 유희고 유흥중의 유흥이라 말할 수 있다. 곡상유수(曲觴流水)라고 옛날 선비들이 굽어져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읊거나 짓는 놀이는 풍류요 멋으로서 왕희지가 시회를 연 난정은 명문으로 기억되지만 포석정은 망국의 오명을 뒤집어썼을 뿐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가는 곳마다 산수가 수려하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은 아름다운 시가 태어나기 쉽다. 마치 날씨가 음습한 독일에서 철학이 태어나고. 메마른 아라비아의 사막에서 종교가 태어나듯이.

근래 우리나라에 막말이 넘치고 사람들 간에 적대시한다. 근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유가 없고 신경질적이 되었다. 시정이 넘치고 시심이 깊으며, 시상이 풍부한 사람들이 산다면 절대 그럴 리가 없는 것이다.

-요즘처럼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시 읽어주는 남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 읽어주는 남자는 그동안 많은 시로 나를 여러 가지 상념에 빠지게 했는데, 이번에는 저 일본의 시인 모리다께의 「내 전 생애가/오늘아침 핀/저 나팔꽃 같구나.」를 들려주고는 또 어떤 상념에 빠지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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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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