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자연의 철에 맞춘 운행을 부러워하고,. 내 인생의 총총걸음을 슬퍼한다(善萬物之得時 感吾生之行休). 슬프다! 내 인생의 짧음이여. 부럽구나!

장강의 무한함이여(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窮).앞의 구절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나오는 구절이고. 뒤의 구절은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구절이다.

유사 이래 이 말들 보다 장부의 심사를 흔들어놓는 말은 없을 것이다. 역시 뛰어난 사람은 그 지향과 인식이 일치 하는가.

세상에는 많은 슬픔이 경쟁한다. 「즐거움 끝의 슬픔」과 참척(慘慽)의 슬픔이 경쟁하고. 불운한 슬픔과 인연(因緣)의 슬픔이 경쟁하지만 모두 근원적 슬픔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근원적 슬픔은 (샘에서)그것을 마시면 마실수록 (언덕에서)뒹굴면 뒹굴수록 더욱 커지는 값을 가졌는데 남자가 나이를 먹을수록 꺼억거억 우는 것은 근원적 슬픔이 크게 보이고 더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인 것이다.

근원적 슬픔이 항상 배경이 되고 사람의 마음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언제나 홀로서는 여행객, 집단적으로는 유민(流民)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근원적 슬픔은 가공하거나 장식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사람을 어렵게 하는데 사람이 규정하고 지칭하는 것들- 절망과 희망, 영광과 고통. 승리와 패배, 분노와 찬사 등 상호 모순되고 대립되는 것들을 모두 초라하게 하고 덧없게 한다.

또 근원적 슬픔은 바다를 본 사람이 다른 냇물은 눈 밖에 나고 태산에 오른 사람이 다른 봉우리는 밋밋하게 보이게 하는 것과 같은 강한 힘을 갖고 있다.

보티첼리의 그림「비너스의 탄생」에서 아프로디테가 거품에서 태어난 것으로 묘사되고, 로랑생의 「앚혀진 여인」에서 잊혀진 여인이 가장 불쌍하다는 것도 근원적 슬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유방의 한나라 군사에게 포위된 항우의 군사들이 초나라 노래를 듣고 전의를 상실하며 우리가 정선 아리랑을 들으면 숙연해 지는 것은 왕조의 흥망을 넘는 근원적 슬픔 때문이며 조선의 임제가 황진이 무덤에서 호곡하고.

조광조가 사약을 앞에 놓고 흐느끼며 완적이 길 끊어진 곳에서 운 것이나 백낙천이 비파 타는 여인을 보고 운 것 모두 똑같이 근원적 슬픔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후대인이라 앞사람들의 지식과 지혜를 노력 없이 물려받는 즐거움은 있지만 후대인이기 때문에 더 큰 번민을 하게 된다.

그것은 앞사람들은 지구가 앞으로 50억년 후에는 태양에 빨려들어 한 줌 티끌이 되는 것을 몰랐지만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며 앞사람들은 부러워할 것이라도 있었지만 나는 부러워할 것도 없다는 데서 나의 슬픔이 더 크고 깊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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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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