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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사회
김성춘 | 승인 2019.12.25 19:50
죽음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지금까지는 생존권 차원에서 「결사투쟁」을 외쳐 사안의 심각성을 알았다면 요즘에는 정치적 목적에서 어느 기독교 목사는 순국결사대(殉國決死隊)를 조직해야 한다고 하고. 어느 야당 대표는 「목숨을 걸고···」선거볍 개정을 막겠다고 해 섬뜩하기 조차하다.
 
자고로 죽음을 예사롭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필부의 만용(蠻勇)이었고, 옛날 사람들은 극단을 경계하였다. 자기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남의 목숨도 가볍게 여길 것이며, 다른 미물의 생명 같은 것은 말할 나위조차도 없을 것이다.
 
죽음을 가볍게 보는 사고에는 일신론적(一神論的 )세계관이 그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보니 그 연장선상에서 이 세상에서의 목숨은 초개와 같다는 것이다. 종교적 광신주의, 도덕적 근본주의, 정치적 교조주의와 그 궤를 같이하니 오늘날의 이슬람 국가주의, 알 카에다, 탈레반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죽음을 가볍게 보는 것은 생명을 가볍게 보는 것이고. 그것은 또 생명을 도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합리적 이성이 아닌 도구적 이성은 나치의 홀로코스트(대학살)을 가져왔는데 「도구적 생명」도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이 도구적 생명론자들은 생명위에 종교와 정치를 놓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행태를 벌인다.
 
역사를 보면 종교적 이유나 국가적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십자군 전쟁에서는 엄연히 전사(戰死)인데도 순교라 하여 죽음을 부추겼고.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가미카제 자살특공대는 오직 천황을 위하여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다. 철저하게 생명을 도구화하고 수단화한 것이다.
 
나는 이차돈의 순교나 조선후기 신유사옥 때 배교를 거부하고 순교한 사람들을 높게 보지 않는다. 또 성경의 말씀인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도 또 하나의 「십자가 밟기」나 「성화 밟기」라고 보고 있다.
 
나는 재판정에서는 지동설을 부인했지만 밖에 나와서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한 갈릴레오를 선배이지만 화형을 당한 코페르니쿠스나 부르노보다 인간적이고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왜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이라고 말했는가. 그동안 무수하게 종교, 국가. 사상, 지조라는 이름으로 애꿎은 목숨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왜 「생명 하나 살리는 것이 칠층석탑 쌓는 것보다 낫다.」고 했는가. 모든 것은 덧없거나 부질없는데 생명만이 우주로 통하고 하느님과 만나기 때문이다.
 
사마천의 표현을 빌면, 쉽게 죽음을 운위하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은 결국에는 깃털 같은 가벼운 죽음만이 있을 것이다. 결코 태산 같이 무거운 죽음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 드물게 아주 드물게 죽기를 각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경우일 것이다. 요나라 사람 야율초재가 항복하면 살려주고 저항하면 모조리 도륙하는 「초원의 법칙」을 목숨을 걸고 간해 멈추게 하거나 호랑이 처녀가 미물과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신라사람 김현에게 감복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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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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