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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 존재하는 두 개의 숙제
안호원 | 승인 2019.12.14 20:30
한국정치판을 보면서 두 개의 숙제가 좀처럼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조국 전 장관 수사, 유재수 감찰 의혹, 하명 수사 논란, 김경수 사건, 우리들 병원 의혹 등 많은 실책이 드러나고, 임기 반환점에 들어섰는데도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부. 여당의 많은 실책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인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머리가 매우 혼란스럽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의혹이 쏟아진다.

검찰 수사와 언론 취재가 진행되고, 관련자들이 입을 열면서 꼭꼭 숨겨졌던 사실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권력형 비리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문 정권이 실력은 좀 떨어져도 깨끗할 것이라는 믿음마저 깨지고 있는 판에 문 대통령과 당사자, 그리고 여당 권력 실세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오히려 검찰수사를 겁박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한 때 ‘원칙과 신뢰’의 지도자로 추앙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1월 최순실이 구속되면서 발표한 국민담화문에서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염려되어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면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 이라며 “개인적 인연을 믿고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해 서글픈 마음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라며 울먹였던 그 현장이 떠오르며, 또 한 사람이 떠오른다. 제왕적인 한국 대통령제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문 대통령이기에 취임 초에는 ‘경계의 담장’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지난 해 2월 청와대 비서관실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 적힌 액자를 돌렸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대하되,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차갑고 엄격해야 한다.’는 문재인 식 경계의 담장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안타깝게도 지금의 청와대는 그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말로 수식된다.

바로 ‘내로남불’이다. 경계의 담장을 공정하게 지키는 파수꾼인 민정수석실이 담장 붕괴의 선봉에서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군(主君)이 강조하는 공정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조로남불’ 행태로 경계의 담장에 큰 구멍을 냈다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감찰 무마 의혹은 점점 등급이 높아지는 태풍처럼 경계담장을 위협하고 있다.

엊그제 문 대통령은 ‘학군 교육문제’ ‘민식이 법’을 언급하면서 생뚱맞게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연되는 것을 제1야당 탓으로 돌렸다. 이런 상항에서 문 대통령의 ‘서릿발’ 같은 질책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문제의 사건마다 문 대통령의 ‘개인적 인연’이 엮여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의 수혜자격인 송철호 울산시장은 문 대통령이 스스럼없이 ‘형’ 이라고 부르는 절친한 사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 부시장 역시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 이라고 부를 정도의 친숙한 사이인 실세로 부각된 인물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혹 문 대통령도 개인적 인연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을 엄격하게 다루지 못해 이런 결과가 생긴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조국. 증명서 위조, 증거인멸, 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 많은 혐의를 받으면서도 법무부장관이 되고, 다시 서울대교수로 복직했다.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모든 인맥과 편법을 동원했던 것도 드러났다.

남이 할 땐 그렇게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과 가족이 할 때는 너무나 뻔뻔하게 합리화하는 이중 잣대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이때도 대통령은 경계의 담장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조차 없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이중 잣대를 갖고 판단하는 위선적인 성향이 있다. 이를 두고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귀인 편향(歸因偏向. attribution bias)을 갖는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나 태도는 그 사람의 기질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자신의 잘못은 사회규범이나 주변 상황 때문으로 생각하는 편향된 성향이 있다는 논리다.

일례로 운전 중에 다른 차가 끼어들면 교양 없는 난폭한 운전자로 욕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끼어들었을 땐 차량 흐름이나 다른 불가피한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이 너무 심하다보니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그룹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모두 합리화를 보이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잘못과 실수를 깨닫고, 반성하고, 정직하고, 공정하며, 진실한 삶을 새롭게 사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2019년에는 우리 사회에 허위와 가식, 이중 잣대가 넘쳐날 정도였다. 과거에는 위장전입, 탈세, 비리, 자녀 채용 특혜 의혹이 있는 고위공직 후보를 청문회에서 그토록 비난하던 정권이 이제 와서는 이중 잣대를 갖다 댄다.

야당 일 때는 블랙리스트와 권력남용을 비난하고, 정권을 잡고는 적폐청산이란 미명아래 입맛에 맞지 않는 정적들을 몰아내며 선동하더니 그와 비슷한 일을 반복한 증거가 나와도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며 되려 검찰을 정치검찰로 매도한다.

검사가 범법자를 잡는데 그게 무슨 정치란 말인가.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암담한 현실에서 경제 실패를 인정하라’고 전 정권을 몰아세우던 문 정권이 경제가 추락했음에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보도한 언론에 책임을 전가한다.

세계경제 위기 때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공공투자 사업은 그렇게도 비난하더니 이제 선심성 재정지출을 마구 늘려 국가 채무가 증가해도 아전인수 격으로 해명하기에 바쁘다. 전 정권은 불통으로 독재 정치를 했다고 맹비난하더니, 우리는 항상 옳다는 식으로 한쪽 논리만 대변하면서 국론분열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청와대 ‘하명 수사’가 청와대 ‘해명’으로 들린다. 2019년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2020년으로 이어진다. 사람은 달라져도 해와 달은 여전히 똑같이 뜨고 진다. 그 갈림길에서 정치. 사회 분열은 심각하고, 경제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더구나 북한과의 관계도 문 정권의 의지와는 달리 위기수위이자 경계의 담장을 높이 쌓아야 할 때다. 대외환경은 복잡하고 위험도 크다. 좌파세력들이 안하무인으로 날뛰면서 국가의 앞날을 가름하기 어려운 엄중한 시기다.

새해에는 문 정권이 남 탓, 언론 탓, 내로남불, 조로남불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일명 사이비(似而非)로 불리는 4+1협의체가 깜깜히 예산안을 강행처리 했다. 이에 맛 들여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법안을 모두 상정, 강행처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국민을 우매한 국민으로 보면 안 된다. 작은 것을 취하려다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더 이상 국민들은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따뜻한 주전자 물에 안주하는 개구리가 되어선 안 된다. 고사성어인 ‘연작처옥(燕雀處屋)’이 생각난다. 연작처당’은 안락한 생활에 젖어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조금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제비와 참새'는 사람의 집에 둥지를 틀고 새끼와 어미가 서로 먹이를 먹여 주면서 화락하게 지내며 스스로 안전하다고 여긴다. 그 집의 굴뚝에서 불이 나서 마루와 추녀를 태우려고 하는데도 제비와 참새는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재앙이 자신에게 미치는 줄 모른다.(燕雀處屋, 子母安哺, 煦煦焉其相樂也, 自以爲安矣. 竈突炎上, 棟宇將焚, 燕雀顔色不變, 知禍之將及也.)’는 말이 있다.

사람도 제비나 참새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불안하고 혼란스런 국민들을 붙잡아 줄 사람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뿐이다. 근간에 최고 권력 주변에서 벌어진 의혹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에도 흔들리지 말고 칼로 베라는 추상같은 진상 규명을 검찰에 요구해야 한다. 침묵하면 의구심만 더 커진다.

‘경계의 담장’을 견고하게 복구했다고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정 동력을 바로 세워야 한다. 문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이제 그간의 실정에 대해 솔직히 시인하고, 무너진 사회 공동체를 다시 하나로 세우고,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통합의 정치, 소통의 정치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를 바란다.

국민은 우매하지 않다. 방치와 방관으로 무너진 담장(가신의 배신)에서 양 손에 쇠고랑을 차는 비운의 대통령을 국민들은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 편이 아닌 국민의 함성소리도 듣는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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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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