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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오늘 어디에 있을까?
김성춘 | 승인 2019.10.27 16:57
인간은 누구나 한시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내게 생명을 빌려준 이가 언제라도 생명을 회수하면 나는 생명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서 옛사람은 「내년 오늘 어디 있을지를 알랴. 明年此日知何處」라고 말했던 것이다.
더욱 남은 인생이 두루마리 화장지 같이 다 뜯겨나가 얼마 남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의 마음은 스산할 수밖에 없다.
과연 나는 내년 오늘 다시 붉은 아침 해를 볼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내년 오늘이나 이맘때를 장담할 수 없는 인생이거나 인간이다.
인간은 모두 왕희지가 저 유명한 난정집서(蘭亭集序)에서 「삶과 죽음은 허망한 것. 팽조처럼 800년을 장수하는 것도 소년이 요절하는 것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한 대로 슬픈 존재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허망하기 때문에 또한 아름답다고 왕희지는 말 밖(言外)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인간의 수명은 천고(千古)에 비하면 아주 짧을 수 있다.

그러나 「인생, 비록 몇 십 년이지만 이 시간은 저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색깔이 다른, 사람을 탄식하게 하는 이야기를 몇 개나 엮어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인생의 마지막 고갯길에 다다르고 다 뜯겨나간 화장지 같더라도 「내년 오늘을 장담할 수 없는 인생이나 인간」을 반전시키거나 극대화시킬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도 충분한 시간인 것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자체-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존재의 무게감- 이고. 살아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며,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상(日常)의 중요성과 범상(凡常)의 중요성이 생기고, 일상에 대한 감사나 범상에 대한 감사도 생기는 것이다. 

불행이란 다름 아닌 사소한 것에서 기쁨이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이란 것을 안다면 인생이 어느 단계에 있든 쓸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봄볕을 쬐거나 달빛을 받는 데서도 행복감을 느끼고. 그 햇살이 내 눈에 들어오는 데는 8분, 북극성의 빛은 200년, 안드로메다 성운의 빛은 800년 걸리는 데서 영원과 무한(無限)에 참여하기도 한다.

우리가 봄, 여름, 가을에 걸쳐 다투듯 피고 깨끗이 지는 꽃들에서 시절을 알고, 「오늘 아침 핀/ 저 나팔꽃에서/내 인생을 본다.」는 사람처럼 사물을 응시할 수 있다면, 내년 오늘을 다시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은 사념(思念)으로 그칠 것이다.

우리가 비록 내년 오늘 어디에 있을지를 모르는 존재이지만. 그 알 수 없는 시간들은 세상이 12번 바뀌고 인생을 12번 바꿀 수도 있는 긴 시간이기도 하다. 그 날들은 생에 단 한 번 만나거나 한 번만 일어난다는 일기일회(一期一會)의 날일 수도 있고, 백두산이 닳고 동해가 마르는 날일 수도 있다. 또 그 날들은 내가 성인처럼 도를 깨달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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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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