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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어리석음의 미학' 표지 |
사람들아. 소인되려 하지 마라. 우매한 사람이 되어라.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사마광은 그가 편찬한 역사서 「자치통감」에서 「덕과 재주를 갖추면 성인(聖人)이고. 두 가지 다 못 갖추면 우인(愚人)이다. 덕이 재주보다 나은 사람이 군자(君子)이고. 재주가 덕을 넘는 사람은 소인(小人)이다. 그런데 소인은 재주가 있어 한 번 악한 일을 하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우매한 사람은 재주가 변변치 않아서 악한 일을 해도 이루지 못 한다.」고 하였다.
사마광이 사람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역사를 꿰뚫어보고 그 속에서 인간의 행동법칙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사마광은 확실히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망쳐지는 것은 우매한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재주 있는 소인들에 의해서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소인은 전통적인 의미의 덕인 어짊이나 너그러움은 물론 깊은 교양이나 드넓은 세계관과 경륜은 없지만 기교나 기예,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쓰임을 받아 나라의 요직을 차지하거나 사회의 상층부를 이루고 있다. 덕이 없는 소위 전문가나 권위자, 달인은 다 소인이라고 보면 된다.
소인은 인간에 대한 이해나 세상에 대한 이해 없이 나라를 경영하려 하고. 영혼을 이야기한다. 소인은 갖가지 궤변으로 사람들을 속인다. 소인들이 설치는 세상에서는 가치가 뒤바뀌고 선악도 뒤바뀐다. 곡학아세(曲學阿世)와 견강부회(牽强附會)는 그들의 특기이고. 선동과 겁박은 노회하다.
소인은 정치판이나 종교계에 많으니 이는 그것이 이념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인이 무서운 것은 그릇된 신념은 세상의 해악인데도 이를 굳건히 하고.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는 확증편향성이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 소인들이 날뛰는 세상에서는 현실이 부정되고 왜곡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매일 TV에서 보이는 얼굴이 소인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까? 빈 수레가 요란하고, 얕은 물이 시끄러운 것처럼 사람도 요란하고 시끄러우면 소인이라고 보면 된다. 말 한 마디를 해도 그 말에 고뇌의 빛이 없고 성찰의 기미가 없으면 소인인 것이다. 합리성, 상당성, 형평성을 상실해도 소인인 것이다.
우매한 사람은 자신의 한 몸이나 파멸시키지만 소인은 나라와 사회를 파멸시킨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의 경계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성인은 태고에 있었고. 군자는 옛날에 있었으며, 사마광의 시대에는 소인과 우인이 있었지만 지금은 소인만 있는데 그것도 조신시대 당파처럼 갖가지로 나눠져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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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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