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사진@온라인커뮤니티

홍콩이 범인 인도법 논의 절차를 무기연기했다.
 
[서원일 기자=푸른한국닷컴] 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법 논의 절차를 중단할 것이다"며 "법안의 입법회(국회) 심의를 위한 새로운 마감 시한을 만들지 않겠다”며 사실상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미중무역전쟁과 대만의 국가 인정, 화웨이 등 이슈에서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총력전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홍콩 사태가 터지자 중국 지도부가 굴욕을 감수하고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한편 시민들의 저항에 당황한 홍콩 정부가 송환법 추진 보류 입장을 내놓았지만, 당초 예정대로 100만 명 시위가 열렸다.
 
지난 14일 밤 집회에서는 우리나라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져 눈길을 끌었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송환법 처리를 미루겠다고 밝힌 직후 35살 량링제씨가 오후 4시 30분쯤부터 4층 높이의 옥상 위에 올라가 시위를 하다 추락해 숨졌다.
 
한편 국내 언론들은 중국 정치·사법 체제를 불신, 반대하는 홍콩의 ‘영(young) 피플 파워’에 홍콩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법안 추진 중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12년 집권 이후 가장 큰 정치적 후퇴”라고 지적했다.
 
3000억 달러의 관세와 25%의 관세율로 압박하는 트럼프에게 홍콩시위가 더해지면서 시진핑에게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의미다.
 
톈안먼(天安門) 시위 30주년(4일) 직후에 20대 대학생들이 주도한 톈안먼 시위를 연상시키는 홍콩 시위가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으로서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은 셈이 됐다.
 
블룸버그는 “홍콩 사태에서 람 장관보다 더 큰 패배자는 시 주석” “시 주석에게 끔직한 시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미중 무역전쟁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시장 주도 대 국가관리 경제 등의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도부가 사태 진정을 위해 람 장관을 퇴진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로이터는 중국 지도부와 관련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람 장관의 능력을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중 홍콩매체 동방일보는 17일자 1면에 “캐리람, 무릎 꿇고 법안 잠정 중단. 홍콩 정부 통치권이 끝장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