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 지속되던 장마가 끝났다. 금번 강수량은 73년 기상 관측이래 최고였다. 그러나 지난 72년에도 서울에 장마로 인한 큰 피해가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기억하는 수재중 제일 큰 피해였다. 서울의 잠원동, 합정동, 성수동, 풍납동 등이 물에 잠겼다. 한강의 물이 강변도로까지 차 이르렀고 비만 조금 더 오면 범람의 위기까지 간 적이 있었다. 서울의 저지대는 모두가 침수되었다.

우리 가족도 지대가 높은 곳에 사는 친척 집으로 피난을 갔다. tv를 보며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한강의 물 높이 소식과 수재민의 피해 소식을 듣고 있었다. 우리는 근심과 걱정으로 집의 가재도구를 걱정했다. 친척 분이 하시는 말씀이 한강의 물이 저 정도만 되었으면 좋을 텐 데 하셨다.

물난리인데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어린 내 마음에 분노가 일어났다. 그 분은 외국을 많이 다니시는 공직자라 외국의 예를 들며 차분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물이 많은 나라는 잘 사는 나라이고 관리를 잘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나는 먼 훗날 어른이 되 외국 다니며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왜 잘 사는 지를 말입니다.

70년대 초 서울은 밥을 해 먹을 때 땔감으로 밥을 해 먹는 집이 많았다. 서울 동대문을 벗어난 외곽 지역은 연탄보다도 나무를 의지하였다. 물론 시골은 더할 나위가 없었죠. 가난한 서민은 연탄을 살 형편이 못 되었다. 박봉의 공무원 집안이던 우리는 그 나마 일부 연탄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 사는 대다수 사람들은 나무를 사용하였다.

지게에다 나무를 메고 나무를 파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이침 일찍 일어나 인근 야산에서 나무를 베와 팔 수 있도록 뭉치로 만들어 내다 판다. 간이 흐를수록 서울 주변의 야산 동네 인근의 나무는 없어지고 야산은 민둥산이 되어버렸다. 나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창경원과 뚝섬유원지 및 광나루 유원지였다.

박정희가 군사혁명 후 산림녹화를 강조했지만 사실 본격적인 자연보호 및 산림녹화 운동은 3선 개헌으로 장기집권의 틀을 잡고 72년 대 수재를 겪은 후부터이다. 식목일이 정부의 중요한 행사가 되었다. 관공서의 공무원은 물론, 회사원 학교 학생 모두가 참여했습니다. 열심히 나무를 심었다.

지금의 대통령처럼 폼으로 청와대에다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스스로 지방에가 같이 국민들과 식수를 하였습니다. 행사 후 인근 주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국민들의 고통을 다듬어 주고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제공하였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혈을 기우린 많은 정책이 있지만 자연보호는 지금 생각하면 가장 큰 으뜸정책이었다.

그러나 집권 초의 박정희 전 대통령도 착오는 있었다. 산림녹화 의욕에 비해 경험이 못 미쳤다. 녹화 촉진 임시조치법(1963년 2월부터 1964년 12월까지의 한시법)을 마련하여 공무원, 학생, 병역 미필자들을 나무심기 사방 사업에 투입하는 등 강력한 산림 보호 시책을 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농산물 증산을 위해 개간 촉진법(1962년 2월)을 시행, 산지 야산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사혁명을 일으킬 때만 하더라도 남북한 사정은 정반대였다. 한국의 산이 오늘의 북한처럼 벌거벗은 상태에서 푸른 옷을 입게 된 것은 불과 20년 안팎의 일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고속도로, 공업화, 새마을 운동의 기초를 닦으며 성과를 거두었는데 72년 큰 수재를 통해 치산 녹화의 중요성을 절감 진두 진휘에 나섰다.

당시 산림청장이 손수익 청장에게 치산 녹화의 전권을 주었다.

손 청장은 5년 8개월 간 재임하면서 집무실 입구에 ‘산 산 산! 나무 나무 나무! 라고 써붙여 놓고 제1차 치산 녹화 10개년 계획(1973-82년)을 진두지휘, 예정보다 4년 앞당겨 목표를 달성했다.

이러한 사실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1984년 임업 통계 요람’에 따르면 남한 전체 임목 면적의 84%가 20년생 이하, 즉 나무 10그루 중 8그루 이상이 박정희 시대에 심어진 것이다. 그래서 유엔은 한국을 이스라엘과 함께 20세기의 대표적 녹화 사업 성공 국가로 꼽고 있다.

미국의 한 하원 의원이 지난 1997년 여름 특별기로 북한을 방문한 후 바로 공해를 거쳐 한국 땅에 진입하면서 “지옥에서 천당으로 들어 왔군” 이라는 탄성을 발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가 탄성을 내뱉은 이유는 더욱 주목을 끌었다.

얼핏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쪽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풍요로운 한국 영토로 들어왔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들을 하고 있었지만 실은 남북한 간에 천양지차인 산림녹화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산하는 온통 붉은 빛을 띤 반면 남한은 녹색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금수강산이다. 정말 좋은 나라이다. 이 금수강산을 잘 가꾼 사람이 지난날의 지도자들과 어르신들이었다. 산 과 물도 잘 사는 데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수재가 제일 크다 하지만 만약 자연 보호 운동을 통해 치산치수를 못했다면 엄청난 사상자와 수재민 재산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고속도로가 돈을 버는 데 기여했다면 산림녹화는 돈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오늘의 우리 대통령은 치산치수를 통해 국가번영에 기여할 생각은 커녕 엄청난 수재가 발생 됐는데 수해현장을 방문 국민들 위로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그의 가치관을 볼 때 구태의연한 방식인 것이다. 나무를 소중히 생각하고 물을 소중히 생각해야 사람도 소중히 생각하는 지도자가 된다. 가장 기본이 안 된 사람에 무엇을 바랄까마는

노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모택동의 혁명 동지 등소평 이가 한국을 다 추월할 수 있어도 포항제철과 자연녹화는 단시간 내에 추월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기술이 아니라 국민성과 관련된 말이다. 국민성이 우리를 앞서야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노 대통령만 우리의 국민성을 모른다. 우리의 우월성을 모른다.

자연에 대한 治山治水는 커녕 사람에 대한 用人不擬 不擬用人도 못하는 우리의 대통령이다.

200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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