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산불, 북으로 번지면 북측과 협의해 진화”

[이승현 국민의힘 사무국장] 지난 4월 4일 오후에 발생한 속초 산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참담한 모습에 국민들은 불안과 걱정스러운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서 산불이 발화한지 5시간 3분 만에 국가위기관리센터서 긴급회의를 주관하며 필요시 북한과 협의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같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국민들은 또다시 북한만 챙기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성이나 인제 지역 산불의 경우에 필요한 경우에는 북한 측과의 협의의 필요성의 여부도 검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고성산불 발화 위치.사진@온라인커뮤니티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만 들어보면 고성군 북쪽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발화지점은 고성군에서도 남쪽 끝에 위치해 있다. 직선거리로 휴전선까지는 약 31km나 된다. 산불이 휴전선까지 접근하려면 강력한 남풍이 불어야 하겠지만 그 날의 풍향은 동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고성산불 당시 기상특보. 사진@기상청

대재앙 속에서도 북한을 찾은 문재인

발화지점과 확산되는 방향과 풍향 등을 고려해 볼 때 북쪽으로 불이 번질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의를 주문할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소방관들이 LPG 충전소로 불이 번지는 걸 최선을 다해 막고 있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십수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많은 주민이 긴급 대피를 해야만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위기 관리 센터에서 여러 지시를 내린 뒤 필요시 북한과 협의할 것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뜬금없는 주문에 통일부는 산불 진압과 관련해 북한과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산불은 강원 고성에서 발생해 속초, 강릉, 동해 방면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북한을 언급한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북한 언급은 온라인에서 화젯거리가 되었다. 친문 세력들은 남북군사합의를 내세우며 휴전선 인근으로 소방헬기가 비행하려면 북한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르면 ‘산불 진화, 조난 구조, 환자 후송, 기상 관측, 영농 지원 등’의 이유로 항공기 운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상대측에 통보하고 비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비행금지 구역으로 산불 북상한다고 해도 북한의 승인을 받을 필요 없이 통보만 한 뒤 소방헬기로 진화할 수가 있다.

4월 27일부터 고성군 지역의 비무장지대(DMZ)를 개방하는 ‘평화 둘레길’ 사업은 “화재 지역과 거리가 있어 정상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에게는 화재 지역과 DMZ가 상당히 가깝게 느껴진 모양이다.

속초 산불이 북으로 번졌다면?
 

산불 진화도중에 만난 캐나다와 미국의 소방관들.사진@온라인커뮤니티

위 사진은 인터넷에서 감동을 준 ‘산불 진화 도중 국경에서 만난 캐나다와 미국 소방관의 모습’이다. 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산불이 북상한다면 북측에도 통보해 북한 군인이 남쪽으로 내려오며 산불 진화에 나서고, 한국 군인도 북쪽을 향하며 산불을 진화하다 휴전선에서 양쪽 군인이 마주치는 장면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남북 군인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도한 뒤 ‘우리는 한민족’ ‘한반도 평화’를 내세워 국정 운영 위기를 돌파할 뿐만 아니라 산불로 피해를 본 북한을 도울 수 있는 명분도 챙길 수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을 향해 ‘고맙다’는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그에게는 대형 산불은 어떤 존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난에 적극 대처한 이낙연 총리
 

이낙연 총리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과의 합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논란거리가 되었지만, 현장을 누비며 이재민들을 만나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이낙연 총리의 활약에 많은 누리꾼의 칭찬이 뒤따랐다.

고위 공직자는 어항에 들어간 금붕어와 같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며 비판과 칭송이 뒤따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내내 “북한부터 챙긴다” “북한이 먼저다”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외신으로부터는 “북한 대변인”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산불이 난 지점이 비무장지대와 가깝다면 당연히 북한과 협의할 것은 해야겠지만 모든 조건이 북한으로 불이 번질 가능성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언급한 것은 적절치가 않다.

곧 있으면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결렬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과 불법환적 혐의로 억류된 한국 선박에 관한 내용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보다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우선해 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