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빅픽쳐 대표] 지난 3월 27일 네이버 블로그에 ‘자유수호 국가원로회 서신 14호 : 박정길판사님 탤런트 이정길입니다.’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은 SNS를 통해 공유가 되었고 심지어는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편지를 읽는 형식으로 방송이 되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필자의 지인도 이 편지글을 열심히 홍보하기도 했었다.
 
심지어 네이버에 배우 이정길 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이정길 편지’, ‘이정길 박정길’ 등의 관련 검색어들이 노출되었다.
 
워낙 궁금하여 읽어보았고 여러 의문이 생겼다. 우선 박정길 판사가 최근에 기사로 뜬 이유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 되는데 뜬금없이 최순실, 김기춘, 조윤선 등의 박근혜 정권 인사들이 등장한다.
 
역시나 SNS에 공유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태극기 집회에 나왔던 사람들이며 박근혜 대통령을 기리는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도 있었고, 태극기 집회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활보하다가 조사를 받는 아스팔트 단체 대표도 있었다.
 
유튜브 운영자 중에는 태극기 집회 촬영자도 있었다. 이런 편지 내용과 그걸 공유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첫 번째 의심이었다.
 
다음으로 패턴에 대한 의혹이었다. 지난 해 연말 정부의 NLL(북방한계선) 비행금지 구역 설정에 대해 당시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이 문재인 대통령에 항명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는 얼마 뒤 전진구 본인이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왠지 모르게 그럴 것 같은 사람이 그러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배우 이정길 씨는 정치 드라마에서 김종필 역할도 맡았고, 별명이 한국의 알랭드롱으로 젠틀한 인상을 주는데 게다가 박근혜 정권 당시 6.25 납북피해 진상규명 홍보대사까지 했는데 마침 판사 이름이 자기와 비슷하니까 중년 배우로써 한 번 그랬을 것 같다는 카더라가 이번 가짜뉴스의 핵심이었다.
 
‘얘는 이러니까 이렇게 할 거야.’ 같은 마치 스포츠토토에서나 분석해야할 일을 무고한 사람에게 이미지만 가지고 덧씌운 것이다.
 
가짜뉴스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어떤 이들은 그렇게 얘기를 했다. 편지를 쓴 사람은 배우 이정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지만 그 내용은 자기랑 자기가 공유했던 글을 본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고 말이다.
 
불의에 용기 있게 맞선 사람이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뭐가 중요하냐고 말이다.
 
그런 생각 때문에 애꿎은 해병대 사령관이 곤욕을 치렀고 한 평생 연기를 하셨던 명배우의 연기 인생이 피해를 볼 뻔 했다.
 
그 편지를 쓴 사람은 빗나간 아니 비겁한 정의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자기가 겁이 나면 익명으로 쓰고, 당당하다면 본인의 신상을 밝혀야 했다. 그런데 아무 관련이 없는 배우와 단체를 들먹이는 것인가?
 
자신이 진정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다면 아무 상관이 없는 개인을 희생시키는 일에 대해 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건 공산전체주의에서나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김정은 하나를 위해 다수의 국민들이 불행하게 살아가는 그 삶 말이다. 기독교에서 아무리 예수님을 믿는 것이 옳다고 하여 그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납치하여 칼을 목에 갖다 대고 믿으라고 협박하면 정당한 일인가?
 
그 글을 공유했던 태극기 부대가 늘 주장하는 게 있지 않은가?
 
탄핵의 절차가 잘못되었다고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가혹하니 앞으로 나올 판결도 죄가 없고 마침내 석방하라는 것 아닌가?
 
이정길 편지 가짜뉴스도 누구 말마따나 아무리 옳은 소리라도 절차나 방법이 옳지 않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태극기 부대류의 모순을 발견한 것 같다.
 
가짜라고 밝혀진 것은 전 자유한국당 디지털정당위원장 김 모 씨의 유튜브였다. 본래 그도 처음에 이정길 편지에 대한 소감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팩트체크를 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본래 올렸던 소감 영상을 지우고 사과 영상을 올렸다. 사과 영상에서는 배우 이정길 씨의 자녀 분과 얘기를 했는데 자녀 분들의 아버지께서 그런 글을 쓰신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김 모 씨 자신도 앞으로 시류에 늦더라도 반드시 펙트체크를 하겠다고 했다. 깔끔한 사과 영상이었다.
 
현 정권이 조작한다고 따지거나 언론사들이나 여론조사기관이 조작한다고 운운하기 전에 본인들부터 관련 없는 사람 사칭하지 말며 마치 라면 스프로 국물 맛을 내어 먹이듯 허위 사실을 그럴 듯하게 버무려 유포나 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