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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그려주는 남자
김성춘 | 승인 2019.03.18 17:30
눈썹
아주 오래된 옛날에 요즘처럼 미용실에서 여인의 눈썹을 그려주는 것처럼 여인의 눈썹을 그려주는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자기 집에서 자기. 아내의 눈썹을-

그때는 지금처럼 남녀가 대등하지 못하고. 내외가 유별했었다. 과연 그 남자는 어떤 남자였기에 상식을 파괴하고 자기 부인의 눈썹을 그려주었을까? 그는 눈썹을 그리는 것이 취미였을까?

아니면 일찍부터 페미니즘에 눈 떤 사람이었을까?

때는 중국 한나라 선제(宣帝)시대. 이름이 장창(張敞)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아내의 눈썹을 그려주는 것을 좋아하여 자기 집에서 종종 아내의 눈썹을 그려주곤 했다.

그런데 이 사실이 밖으로 퍼지고 퍼져 나중에는 궁궐의 황제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황제는 어느 날 장창을 불러 이런 소문이 들리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장창은「예, 그 소문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이 듣기로는 다른 사람의 안방에서 일어나는 부부사이의 사생활에는 이보다 더한 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얼마나 센스 있는 답변인가? 이에 황제는 장창의 솔직함에 탄복하여 크게 웃고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한다. 그리고 그 후로 장장의 일은 훗날로 내려올수록 미담이 되어 장창은 가장 이상적인 남편상이 되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장창의 부인은 장창이 눈썹을 그려주고 싶은 정도로 용모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왔을 것이다. 남편은 부인이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한다니 말이다.

그리고 장창이 그려준 눈썹은 예나 지금이나 미인의 눈썹으로 꼽는, 조지훈이 시「고풍의상」에서 그려낸 그 아미(蛾眉 누에나방의 눈썹)같은 눈썹이거나 초승달 같은 눈썹이었을 것이다.

또 어쩌면 장창의 부인은 용모는 예쁘지 않을 수도 있다.「예쁜 부인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어진 아내는 마음은 즐겁게 한다.」는 말에서 보듯 장창의 부인은 밥상을 높이 들어 올려 남편에 대한 공손한 태도를 나타내는 고사 거안제미(擧案齊眉)에서 저 은사(隱士) 양홍의 처 맹광처럼 뚱뚱하고 거무튀튀하지만 지혜롭고 활달한 여인일 수도 있다.

더 생각해 보면 장창의 부인은 광무제가 혼자 된 자기 누이 호양공주와 맺어주려고 신하 송홍에게「빈천했다 귀해지면 친구와 부인을 바꾸는 것이 세상 이치가 아닌가?」라는 말에「가난과 어려움을 같이 한 친구나 아내는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고 완곡하게 거절하여 「조강지처」란 말을 남긴 송홍의 처 같은 아직도 많이 있을 이 땅의 가시나무 비녀를 한 형처(荊妻) 같을 수도 있다.

생각해보라!

양광이나 송홍의 처, 왕안석의 부인 오씨와 심노숭의 부인 이씨, 마르크스의 부인 예니와 마틴 루터의 부인 카타리나, 그리고 러시아 12월당원의 아내들 말고 누구의 눈썹을 우리가 그려야 한다는 말인가.

이 사람들이야말로 우리가 눈썹을 그려주어 할 사람들이 아닌가, 어찌 옛날에만 아내의 눈썹 그려주는 남자가 있고 오늘날에는 없다고 할 수 있는가.

-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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