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전두환 시각, 80년대의 광주와 지금의 광주는 너무나 달라

[이승현 국민의힘 사무국장] 전두환 전 대통령이 3월 11일 광주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은 재판장에서 별다른 증언을 하지 못했고 재판 결과도 예상대로 싱겁게 끝이 났다.

그날 언론에서는 재판장 상황보다 재판장으로 향하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초등학생들의 시위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광주사태와 민주화 운동의 상처

80년대는 민주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87년 ‘6월 항쟁’은 한국 정치사와 민주화 운동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광주사태는 광주시민들의 자발적인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되었으나, 계엄군의 진압에 일부 과격한 시민들은 폭력으로 저항했고, 계엄군은 살기 위해 방아쇠를 당겨야만 했고, 시위대 쪽에서는 무기고를 습격해 각종 중화기와 군용 트럭, 장갑차 등으로 중무장을 하며 계엄군과 교전을 벌였다.

원인과 결과는 둘째치고 무장한 광주시민들과 계엄군은 모두 같은 국민으로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죽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만 했던 슬픈 역사와 상처가 광주사태에 담겨 있다.

전두환은 부모의 원수 아닌가?

광주사태는 약 200여 명의 사람이 희생되었다.
그중에는 경찰과 군인들도 적잖이 포함되어 있다.

광주시민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전두환은 살인마다”

광주사태의 모든 책임을 전두환에게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광주시민들에게 있어서 전두환은 어떤 존재란 말인가?

전두환은 살인마이자 부모의 원수가 아니던가?

부모의 원수가 3월 11일 광주에 나타났는데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전두환에게 달려들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5.18 관련 단체들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고, 일부 사람들은 법정을 나가는 전 전 대통령 차량을 가로막는 소동만 있었을 뿐이다.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비하면 매우 평화롭게 끝이 났을 뿐이다.
부모의 원수를 눈앞에서 곱게 보내준 광주시민들의 마음 씀씀이에 놀라울 뿐이었다.

초등학생과 외국인이 뒤에 숨은 비겁함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갈 때 인근에 있던 초등학교 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라며 소리쳐 주목을 받았다. 어느 외국인들은 전 전대통령과 이순자 여사를 조롱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기도 했었다.

초등학생과 외국인, 이들에게 광주사태를 알려준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광주사태를 겪은 시민들이 자식과 손주들에게 전두환에 대해 얘기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전두환은 살인마이다.’ 최소한 광주의 초등학생들은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좌파 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초등학생들이 잘한다’며 박수치고 환호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광주시민들의 비겁함이 보이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부모의 원수라고 가르쳐 놓고서는 아이들 뒤에 숨은 비겁함이 엿보인 것이다.

16일 오후에는 광주사태 당시 태어나지도 않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연희동에 소재한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다.

광주사태를 겪지 않은 어린아이들, 외국인, 청년들이 나설 뿐이다.

전두환을 지지한 광주시민들

같은 역사라 하더라도 시대에 따라 평가하는 기준은 180도로 달라지는 것 같다.
지금의 전두환은 살인마이자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주범으로 묘사되곤 하지만 적어도 80년대만 하더라도 광주와 전라도 사람들은 전두환은 지지했었다.

전두환은 1980년 8월 27일 제11대 대통령에, 다음 해인 1981년 2월 25일에 제12대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모두 다 압도적인 지지 속에 선출되었는데, 일각에선 간선제였기 때문에 정당성이 없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간선제도 민주주의의 한 방식일 뿐이다. 미국은 지금도 간선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간선제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민들이 전두환을 지지한 것은 사실이다.

제11대 총선(81년)과 제12대 총선(85년)에서 승리한 전두환

1981년 3월 25일에는 제1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치러졌고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민정당)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으면 승리한 것이다.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전두환의 민정당은 전라도 지역에서도 가장 높은 지지를 받으며 절반이 넘는 151석을 확보했다.

광주사태가 발생한지 불과 1년도 안되어 치러진 총선에서 광주를 포함한 전라도의 민심은 전두환에게 있었다.

제12대 총선에서도 결과만 놓고 보면 전두환의 승리였지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꼼수가 몇 가지 있었다.

1985년 1월 18일, YS와 DJ 쪽 인사들이 신한민주당을 창당하자 통상 4월에 치러진 총선을 2월 12일로 앞당긴 것이다. 신한민주당은 창당한지 3주 만에 총선을 맞이해야 했다.

신한민주당은 총 276석 중에서 67석을 획득하며 제1야당이 되었으나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은 148석을 확보하며 과반을 넘게 차지했다.

전북과 전남지역에서 민주정의당은 각각 7석과 11석을 얻었고, 신한민주당은 2석과 5석을 얻었다.

이때는 광주사태 후 5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었고 이때에도 전라도의 민심 상당수는 전두환에게 있었다.

‘살인마 전두환’은 지역감정의 부산물인가?

광주사태는 광주시민들의 ‘5.18민주화운동’의 모습과 계엄군과 무장한 시민군과의 과격한 충돌이 함께 내포되고 있는 현대사의 자랑이자 비극이다.

그 아픔을 뒤로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는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탄생시켰고, 광주시민들은 민주정의당을 지지하며 전두환에게 정치적 힘을 보태주었고, 그 결과 전두환 정부는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며 88서울올림픽 유치와 함께 80년대의 낭만을 일으켰다.

하지만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의 불씨가 번져 나갔다.

노태우 후보는 전주에서 선거유세 도중 폭력 시위로 인해 유세가 중단되기도 했다.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신군부의 일원이었던 노태우에 대해 반감이 일어난 것이다.

대선 결과는 과거와 크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
김대중 후보가 광주(94.4%), 전북(83.5%), 전남(90.3%)를 얻으며 이 지지율은 지금까지도 고착화 되었기 때문이다.

81년과 85년도에 치러진 총선에서 광주시민들은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을 지지했으나 그 이후 지역감정이 악화되면서 전두환과 노태우는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2019년 오늘 광주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살인마 전두환은 물러나라”며 소리쳤다.
세상이 변한 것일까?
80년대의 광주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