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발언의 일부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것을 하겠다는 것인가?
 
[최성환 빅픽처 대표] 지난 2018년 연말을 뜨겁게 달군 발언이 있다. “20대 남성들은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ㆍ온라인게임)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우리가 불리해.” 20대 남성의 문재인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저하에 대해 질문이 들어오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답한 발언이다.
 
즉 20대 남성들의 대통령 지지율 저하는 일종의 어리광 정도로 치부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 내고 있는 가운데 유시민은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은 유시민의 과거 발언을 다시금 발굴하여 ‘유적유(유시민의 적은 유시민이다.)’ 라고 말한다.

그 중에 하나를 들어보자 . “인간의 노화라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뇌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죽어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가능하면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그리고 65세가 넘으면 때려죽여도 책임 있는 자리에는 가지말자. 왜냐면 뇌세포가 너무 많이 죽은 상태에서, 뇌세포가 많을 때 얻은 지위를 가지고 과거의 능력 있던 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에요!”(2004년 11월, 유시민의원 초청강연회 중에서) 당시 40대였던 유시민 씨와 지금 60대의 나이가 된 유시민의 뇌세포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례다. 이쯤 되면 유적유를 넘어서서 자기 발언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지만, 스스로 자기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무책임의 모습은 또 다른 사람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004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및 모욕으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딴 얘기는 다 필요 없거든요. 자살할 짓 앞으로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그걸 민주열사인양 정권의 책임인양 얘기를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거고. 앞으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시체 치우는 것 짜증나잖아요. 옛날에 민방위 훈련 가니까 스위스 사람들은 자살을 할지라도 나라에서 지급한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자살할 때 조용히 자살하고, 어차피 자살하게 되면 공적인 공권력이 와서 확인을 해야 되잖아요. 거기에는 비용이 드는데, 국민세금이거든요. 예컨대 500만원 정도면 될 것 같은데, 500만원을 세금으로 내면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하는 내용을 제시하는 이런 쿨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살할 짓을 왜해. 그러니까. 아니 그렇게 명예를 귀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짓을 왜해요. 웃기는 거거든요. 자살하는 사람들은 명예 때문에 자살하는 거잖아요. 자살하는 경우 자기 명예가 부당하게 구겨졌거나 이럴 때 하는 건데, 그게 위선이죠. 한마디로 그렇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일을 안 해요 듣자 하니 검찰에서 와서 더 캐물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 하는 넘들이 있다고 합니다. 아, 그런 넘들은 그냥 그 자리에서 뒈지라고 하세요. 검찰에서는 청산가리를 준비해 놓고, 원하는 넘은 얼마든지 갖다가 셀프 서비스 하라고 하세요.”

이랬던 진중권 교수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다.
 
“그의 죽음은 비통하고 비극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한테 엄중한 과제를 던졌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이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한 도덕성 상실 의혹에 따른 자괴감의 발로나, 금전 문제에서 결백 주장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 해답은 그가 밝힌 심경의 일단에서 찾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홈페이지에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써놓았다. 그는 자신의 물리적 육체를 벼랑 끝으로 내던짐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였던 이런 정신적 가치들이 죽는 것을 막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진보, 정의 등의 깃발이 시대의 광풍에 휩쓸려 스러져가는 것을 막아야 할 당위성만큼은 분명하다. 바보 노무현의 죽음이 결코 바보짓만은 아니게 만드는 길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같은 사람이 쓴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5년 만에 말이 저렇게 바뀔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약 9년이 지난 시점에서 노회찬 전 의원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진중권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아니, 노회찬에 대한 추억을 남기며 도리어 그가 일부 세력에 의해 정치적 타살을 당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자기 말에 책임을 질 줄을 전혀 모르는 것인가?

다시 눈을 지금으로 돌려보자, 신재민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가 있은 후 민주당의 인사들은 신재민 사무관의 인격을 모욕하고, 자살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말을 연일 뱉고 있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용기를 보상해 줘야 한다고 말하던 당시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지금 여당이 되자 도리어 공익제보자와 내부 고발자의 인격을 모욕하고 있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의 경우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그들의 신변을 보호하고 공익적 목적의 제보를 남긴 의인을 보호하기 위해 같이 사진을 찍었다.” 는 식의 내용을 SNS에 남겼다.
 
그로부터 2년여 의 시간이 지나자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4개월 동안 잠적하다가 별안간 유튜브에 나타나 공익제보자 행새를 했다.”,“신재민은 나쁜 머리를 쓰며 의인인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불발탄 양손에 든 사기꾼” 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신재민 사무관을 깎아 내린다.
 
하지만 돈을 목적으로 한 제보는 되려 고영태 이사 쪽이 좀 더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2년 만에 공익제보자 혹은 내부 고발자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최소한 인터넷에 검색만 조금 해도 예전에 한 발언들이 고구마 줄기캐듯 더미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자기 발언의 일부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것을 하겠다는 것인가?
 
민주주의와 자유는 책임에서 출발함을 매일매일 자신들이 일하는 노무현 재단에서, 동양대학교에서, 국회에서 매일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런데, 어느 누구를 비난한단 말인가?
 
최소한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아니, 우파는 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좌파가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한다고 해서 우파까지 그것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 밝게 떠오는 2019년의 해를 바라보며 기원해본다. 자기 말에 책임지는 한 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