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사진@jtbc화면

김지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의 기고 글이 화제다.
 
[서원일 기자=푸른한국닷컴] 김지은 전 정무비서는 지난 20일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에 ‘노동자 김지은이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의 관련된 소회를 밝혔다.
 
김지은 전 정무비서는 “노동자였던 김지은입니다. 현재는 안희정 성폭력 피해 생존자입니다. 불편하실지 모르지만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매일 새벽 사무실에 출근해서 동료들의 책상을 닦고, 쓰레기통을 비웠고, 최선을 다해 일했다.”고 밝혔다.
 
김 전 정무비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들어갔지만, 캠프 안의 분위기는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고 안희정 전 지사의 캠프 분위기를 전했다.
 
김 전 정무비서는 “캠프 안의 분위기는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모두가 후보 앞에서는 경직되었다. 후보의 말에 대들지 말고 심기를 잘 살펴야한다는 이야기를 선배들로부터 수없이 들었다. ”며 “정치권에 온 이상 한번 눈 밖에 나면 다시는 어느 직장도 쉽게 잡지 못한다는 말도 늘 함께였다. 이력서보다 선배들의 추천과 험담이 채용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정치권 특유의 ‘평판조회’였다. 살아남으려면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선배들의 눈치도 봐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청에 들어와 가장 힘들었던 건 안 지사의 이중성이었다”며 “민주주의자이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와 실제는 달랐다”며 “휴일은 대부분 보장 받지 못했으며 메시지에 답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호된 꾸중을 들어야 했고 24시간 자신의 전화 착신, 아들과의 요트강습 예약, 개인 기호품 구매, 안희정 부부가 음주했을 때는 개인 차량 대리운전 등 일반 노동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수도 없이 많게 주어졌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정무비서는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성폭력 피해를 당했고, 다음날 지사가 바로 사과 하는 것을 듣고 잊으려 했다. 아니 잊어야만 했다. 지사의 덫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일만 했다. 노동권 침해와 성폭력 범죄 안에 갇혀 살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투 운동이 한창 일어나던 올 2월, 안희정 지사는 미투운동을 언급하며 제게 사과했다. 그리고 다시 범행을 가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계속 안희정의 노예로 밖에 살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막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전 정무비서는 1심 재판과 관련해서는 “위력의 존재와 행사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침묵과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것, 직장에서 술을 강요당하고, 달갑지 않은 농담을 듣는 것, 회식자리에서의 추행도 노동자들이 겪는 위력의 문제이며, 심하게는 갑질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전 정무비서는“고소 이후 반년 넘게 재판에만 임하면서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수입을 벌지 못하고 있다”며 “다시 노동자가 되고 싶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피 감독자 간음 및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