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려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뜻대로 되는 것인가?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종래 고통은 죄의 대가（代價）라거나 고해（苦海）의 원인정도로 치부되어 나쁜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그것은 표피만 본 것이었다.

고통은 생명력의 증거이자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동력인 것이다.

사람들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희망만 남고 다른 것들은 세상에 퍼져 세상이 그만큼 불행해졌다고 하지만 그 반대로 고통이 세상에 나옴으로써 인간은 목석（木石）을 면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쇠가 담금질을 통해 단련되듯 사람도 고통을 통해 단련된다.

윤동주는「쉽게 쓴 시는 시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시만 꼭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이 쉽게 세상을 사는 것도 온당한 인생이라 할 수 없다.

고통이 없는 삶은 밋밋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삶에 고통이 크면 클수록 그 사람은 더 높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넓게 볼 수 있으며, 더 깊게 볼 수 있다.

고통 없이는 사람은 사물을 바로 볼 수 없고 하늘의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고통은「고통 속에서 진리정신이 살아나고. 안락함에서 진리정신이 죽는다.生於憂患 死於安樂也」는 맹자의 말이 없더라도 고통은 사람으로 하여금 「山 밖의 山」을 찾게 한다. 사람은 고통 속에서만 혼이 깃들고 정신이 고취·고양되는 것이다.

고통은 인간을 한계 짓기도 하지만 그 한계를 벗어나게 하고. 인간을 속박하기도 하지만 그 속박에서 자유롭게 한다.

고통은 처음에는 사람을 괴롭히나 나중에는 인생을 풍성하게 하고·풍요하게도 하거니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위대한 예술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의 고통에 감사하는 것은 고통이 그들을 분발시켜 뛰어난 예술작품을 낳도록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그림이나 음악. 글이라도 커다란 고통을 겪은 사람의 것이 더 울림을 주는 것은 그것이 음풍농월（吟風弄月）이 아닌 현실로써 우리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의 담론은 백면서생의 담론이고, 전략은 백면서생의 전략이다.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격이고,「반짝이지만 금이 아닌 것」과 같다. 「승승장구（乘勝長驅）」나 「꽃길」은 상서롭지 않을 수 있다.

고통은 연민을 불러오고. 동정심을 일으키며, 모든 것을 가엾게 보이게 한다.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말은 고통이 전염됨을 보여준다. 사랑만이 세상을 이전과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도 세상을 이전과 다르게 보이게 한다.

학자 싱어는「인격체로 인정받기 위한 보편적인 윤리기준으로 이성（理性）과 더불어 고통」을 들었는데, 이는 갈릴레오의「지동설」에 비견되는 탁견이라 할 수 있다.

고통을 느껴야만 （쓰라린 사람만이）비로소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