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한국 멕시코전

신태용 감독은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한계다.
 
[박영우 기자=푸른한국닷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크로아티아를 꺾고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이자, 20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크로아티아는 16강부터 4강까지 3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르는 엄청난 투혼을 발휘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16강 진출을 목표했던 한국은 1, 2차전에서 2연패한 뒤 세계랭킹 1위 독일과 최종전에서 2-0으로 격파하며 1승 2패로 힘겹게 전패 수모의 창피함은 피했다.
 
월드컵 16강 진출은 예상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F조의 한국은 스웨덴을 1승 제물로 삼아 대회를 준비했지만 되레 스웨덴은 2승 1패로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결국 스웨덴은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고 스위스까지 격파하며 8강에 올랐다. 스웨덴은 승리하는 축구를 알고 있었다. F조에서 가장 강한 팀은 스웨덴이었다.
 
이번에 우승한 프랑스도 16강부터는 어려운 상대를 만나 힘들게 승리하면서 결승에 올랐다.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2승 1무의 성적으로 16강에 올랐다.
 
그러나 16강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상대는 바로 전 대회 준우승국 아르헨티나였다. 골 풍년 끝에 결국 4-3 승리를 거뒀다.
 
8강 상대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대진이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흔들리지 않았고, 우루과이를 2-0으로 완벽하게 제압하며 4강행 티켓을 따냈다.
 
4강 상대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벨기에다. 예상했던 대로 차열한 접전을 벌여 1-0 힘들게 승리했다.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러시아 월드컵의 우승후보는 브라질, 독일, 스페인, 우루과이 등이었다. 프랑스는 영순위가 아닌 후순위였다.
 
브라질은 8강전에서 피파랭킹 3위 벨기에에게 패배했지만 조별 첫 경기에서 스위스와 무승부를 기록해 마지막 순간까지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3전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한 벨기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일본과 경기에서 후반 4분 사이 2골을 먼저 잃는 수모를 당하다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역전 골로 역전승했다.
 
스페인은 16강전에서 러시아에게 승부차기로, 우루과이는 8강전에서 상대적으로 약체인 프랑스에게 덜미를 잡혔다.
 
피파랭킹 1위 독일과 8위 폴란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는데 디펜딩 챔피온 독일은 조별 마지막 경기에서 대한민국에 2:0으로 패배해 조꼴지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프랑스는 16강부터 우승 후보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오로지 자신들의 실력으로 월드컵을 들어올렸다.
 
크로아티아가 결승에 올라 준우승하리라 생각한 축구팬들은 없었다. 더욱이 크로아티아는 16강, 8강, 4강 모두 120분을 소화하는 등 투지를 불사르며 결승까지 올랐다.
 
단기전 승부는 피파랭킹 순으로 결판나는 것이 아니다.
 
8강에 오른 팀은 피파랭킹 상위 10위권 내 팀들 중에는 2위 브라질과 3위 벨기에, 7위 프랑스만이 8강에 진출했고 4위 포르투갈과 5위 아르헨티나, 6위 스위스, 10위 스페인은 16강에서 탈락했다.
 
잉글랜드(12위), 우루과이(14위),크로아티아(20위), 스웨던(24위), 러시아(70위) 등 5개국은 20위권 내지는 러시아처럼 출전국 중 최하위에 랭크된 국가도 있었다.

러시아월드컵 8강에 진출한 팀 면면을 보면 우승 후보로 불리는 팀도 조별리그나 16강전을 거치면서 힘든 혈투 끝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우루과이는 3승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했지만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에 2:1 힘겹게 승리했다. 프랑스는 16강전에서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와 골 풍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피파랭크 최하위국(70위)인 개최국 러시아는 우승 후보 스페인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8강에 올랐다.

스웨덴도 스위스에게 1:0으로 힘들게 승리했다. 크로아티아도 덴마크와 1-1로 120분 혈투를 펼쳤고 승부차기 끝에 웃었다.

잉글랜드도 콜럼비아에게 승부차기로 8강에 진출했다. 특히 잉글랜드는 먼저 실축했음에도 콜럼비아의 연이은 실축으로 운 좋게 승리를 했다.

월드컵 토너먼트 단기전 승부는 피파랭킹순으로 결판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전술전략과 선수들의 그날 컨디션, 그리고 운(運) 등이 작용해 약팀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전력이 다소 처지는 팀이라 하더라도 초반에 기세를 올리게 되면 조2위로 진출한 러시아처럼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3승 전승으로 16강에 오른 팀은 우루과이 벨기에 크로아티아 등 3팀 뿐이다. 반대로 3패만을 기록한 팀은 이집트와 파나마 뿐이다.
 
우리가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독일은 대한민국에 패해 4위로 탈락했고, 브라질과 프랑스는 2승1무로 스페인과 포루투갈은 1승2무를 기록하며 16강에 올랐다.
 
이란과 세네갈은 1승1무1패로 탈락했지만 아르헨티나와 일본은 1승1무1패로 올랐다. 전패를 기록할 것처럼 보였던 대한민국은 최강 독일에게 승리해 1승2패를 기록했다.
 
유럽의 아마추어팀으로 평가받는 아이슬랜드는 아르헨티나와 무승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기전에서는 감독의 능력이 좌우된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유럽과 남미의 유명 선수들과 같이 활동하기에 경쟁 상대국의 감독의 전술전략과 선수들의 기량을 보는 시각이 국내파 감독보다 높다.
 
히딩크 감독이 차범근 감독보다 능력이 출중해 대한민국을 4강에 진출시킨 것이 아니다. 그의 유럽에서 쌓아온 능력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단기전에서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선수들의 패스 등 아주 작은 것 하나가 승부의 흐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안다는 것이다.
 
단기전은 전술이 아닌 기본기 싸움이라고 한다. 기본은 체력에서부터 나온다. 강철 체력은 올바른 멘탈을 유지하며 패스로 연결된다. 패스는 순간 판단에서 나온다.
 
히딩크는 ‘정신력은 강한 체력’에서 나온다고 했다. 히딩크는 체력파워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선수들을 강철 체력으로 만들었다.
 
히딩크는 특별훈련과 체력 훈련을 병행시켜. 선수들에게 자신의 원래 포지션 이외의 다른 포지션도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이 결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2002년 한일월드컵 준결승에 진출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대한민국 축가국가 대표팀 신태용호는 후반 실점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는 체력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강도 높은 '파워프로그램'을 단행하여 눈길을 끌었다.
 
월드컵이 임박한 시기에 평가전 일정과도 맞물려서 무리하게 강행된 체력훈련은 오히려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를 초래했고 경기력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을 대비하여 필요한 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스웨덴전에서도 체력훈련의 효과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체력훈련 효과는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독일전에서 나타났다. 좀 더 일찍 체력훈련을 했다면 체력을 낭비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감독의 역량으로 귀착된다. 체력저하로 인한 선수들의 잘못된 플레이는 잘못된 선수교체와 잘못된 교체시기와 연결된다.
 
신태용 감독의 전술과 선수기용은 문제가 많았다. 키 큰 선수들이 포진한 스웨덴전에서는 양 날개를 이용한 기습공격이 필요한 데 키 큰 김신욱을 가운데 박았다.
 
김신욱 기용은 유효슈팅 하나 없을 정도로 별 효과가 없었다. 되레 선수들의 키가 작아 제공권 장악이 필요한 멕시코전에서는 기용하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얻은 교훈은 체력의 중요성이다. 감독의 전술을 소화할 선수들의 체력이 따라오지 못하면 변칙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우왕좌왕 자충수만 연발한다.
 
대한민국도 크로아티아처럼 될 수 있다.
 
월드컵 최대의 이변으로 꼽히는 독일전 승리는 한국축구에 분명 큰 희망과 자부심을 안겨줬지만 그렇다고 신태용 감독의 실패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없다.
 
독일전은 한국이 신태용호와는 다른 전술과 선수구성, 오히려 전통적인 한국축구 스타일로의 회귀하라는 명령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개막될 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 크로아티아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크로아티아는 면적은 5만6594㎢로 세계 127위고. 한반도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인구도 416만명(세계 129위)으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 있는 선수가 3명이나 있다.
 
레알마드리드에서 이룬 모드리치바이에른 뮌헨에서 이룬 만주키치 바르셀로나에서 이룬 라키티치 등이다. 이외에도 빅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많다.
 
크로아티아가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안기고 월드컵 사상 첫 준우승을 달성하는 데는 이런 해외파들의 활약 때문이다.
 
러시아 월드컵의 실패를 온전히 신태용호만의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국내파 감독으로서의 한계일 뿐이다.
 
브라질 대회 이후 지난 4년간 전혀 발전하거나 교훈을 얻지 못한 한국축구 전체의 실패이자 지연과 학연에 때문에 제대로 된 감독을 선임하지 못한 축구협회의 책임이다.
 
한국에도 크로아티아 선수들처럼 꿈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을 뛰었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황희찬(잘츠부르크) 등과 백승호(지로나), 이강인(발렌시아), 김정민(리퍼링) 등이 잘 성장하고 있다.
 
이번에 선방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조현우(대구FC) 등을 비롯해 수비에서 집중력을 보여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윤영선(성남FC)도 카타르 월드컵에 승선할 멤버다.
 
이제는 이들을 잘 조련할 감독만 잘 선임하면 된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잘 활용하면 대한민국도 16강,8강 4강,결승까지도 갈 수 있다.
 
국내파 명장이 아무리 유능해도 세계적 선수들을 꽤 뚫어 볼수 있는 안목은 없다.
상대 전술과 선수에 따른 즉 노련한 경험에 바탕이 된 순간 용병술을 발휘할 수 없다. 해외 빅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전술지시가 먹혀들리 없다.
 
우리가 다음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능력은 기본이요, 태도와 정신이 제대로 되어 있고 열정에 차 있는 그런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새로운 감독은 기 싸움과 심리전, 선수 장악력, 선수들 스스로가 움직이게 하는 동기부여 등을 할 줄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선수들에게 축구만이 아닌 인간적으로도 본이 되는 생활을 통해 태도의 진지성, 일관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유럽 빅리그 명문 구단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월드컵 등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을 한번이라도 우승을 이끌었던 명장 중의 명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