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 선언할 당시의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정봉주 전 의원(58)이 정계은퇴 의사를 밝혔다.
 
[박진아 기자=푸른한국닷컴] 정봉주 전 의원은 2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2011년 12월 23일 오후 6시 43분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한 내역을 찾아냈다"며 "당일 제가 렉싱턴 호텔에 갔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면서 "기억이 없는 것도 제 자신의 불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을 상대로 제기했던 고소를 취소했다.
 
이로서 정봉주 전 의원은 그동안 혐의를 벗기 위해 사실상 거짓 해명을 해왔다고 시인하면서 정치인으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게 됐다.
 
피해자는 앞서 2011년 12월 23일 렉싱턴 호텔에서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당일 그 호텔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익명 뒤에 숨은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건 당일 자신의 행적을 촬영한 사진 780여 장을 증거로 제시하며 '알리바이'를 주장하고, 이번 의혹이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을 가리키는 '타진요'와 닮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피해자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당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포스퀘어를 통해 자신이 렉싱턴 호텔에 있었음을 기록한 증거가 있다고 공개했다.
 
결국 정봉주 전 의원은 피해자의 정확한 증거와 자기를 따랐던 팬클럽 회장의 일관된 증언으로 자기의 변명이 거짓말이었다고 실토하게 된 것이다.
 
그는 성추행 의혹에 대한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만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철회하고 앞으로 자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을 지원해온 한 여권 인사는 "애초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정치를 접었어야 했는데 계속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 완전히 끝나버렸다. (거짓말은) 성추행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 전 의원을 원포인트 사면한 대통령에게 결과적으로 누를 끼친 것이고, 사면을 요청드린 저도 대통령께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으로 석방돼 서울시장 선거 출마로 재기를 노렸으나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후 피해자 등을 상대로 진실 공방을 지속한 것이 도리어 부메랑이 되어 버렸다.
 
또한 거짓해명으로 대중의 신뢰까지 잃은 처지인 만큼 정 전 의원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물론 방송 등 공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것조차도 어렵게 됐다.
 
한편 정 전 의원은 28일 정오 무렵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연인으로 돌아갑니다’라는 글을 올려 사실상 정계은퇴 의사를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제 자신 스스로의 문제를 미처 보지 못했다. 누구를 탓할 생각도, 원망도 없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저로 인해 마음 상하신 분들, 믿음을 갖고 지켜보았지만 실망하신 분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서울시장 출마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고 또 자숙하면서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면서 “믿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글을 맺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로 연루 의혹 폭로로 1년 실형 산 것에 대해 재심청구하겠다는 것도 본인의 거짓행위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