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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변호사의 빗나간 분노
김성춘 | 승인 2017.03.03 14:01
헌재홈페이지화면
사람은 누구나 분노를 한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그러나 어떤 분노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울림」을 주지만 또 어떤 분노는 두고두고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분노에는 상스럽거나 천박한 분노가 있는가 하면 아름답거나 거룩한 분노가 있기 때문이다.

근래 어느 김 아무개라는 변호사가 헌법재판소에서 눈을 치켜뜨며「피 냄새」가 풍기는 등의 말을 하면서 분노했다고 한다. 나는 이 소식을 들으면서 옛날 고결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잔(殘)자나 살(殺)자를 쓰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조선 숙종·영조 때 사람 원경하는 자식들이 살(殺)자를 말하면 심기가 불편했다고 한다.

나는 김 변호사에게 묻는다.

당신은 1960-70년대, 궁벽한 산골에서 태어나 아비 잘 만난 사람들과는 달리 종로거리에서 신문을 팔기도 하고 구두도 닦으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했으나 그 놈의 돈 때문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조건들에 분노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서슬 퍼런 박정희 독재정권 때 Y·H여공들이 죽거나 다치고.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이 그렇게 죽어간 것에 분노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1980년 광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을 당하고, 1987년 초여름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칠 때 전두환 군사정귄에 대해 분노해 본 적이 있는가?

크게 울어본 사람만이 크게 웃을 수 있고. 크게 사랑한 사람만이 크게 미워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또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우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백성들이 왜군의 북상 길을 안내하고 청군이 지나갈 때 무심코 바라보게 만든 무능한 조정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나라 같지 않은 나라라면 응당 분노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밥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하는 진나라 혜제나「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하는 앙투와네트 같은 어리석은 군주나 왕비에게 당연히 분노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판소리「적벽가」를 들으면 가창의 절정인 자진모리에서 이름 없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수많은 병사들의 하소연과 한탄이 나온다. 유비나 제갈공명, 주유의 생명이나 권력만 귀하고 병사들은 무시되어도 좋은가. 우리는 이런 세태에 분노해야 하지 않은가?

우리는 현진건의 단편소설「운수 좋은 날」에서 인력거꾼의 아내가 그렇게 죽어가고 안데르센의 단편「성냥팔이 소녀」에서 소녀가 또 그렇게 죽어가는 배경에 대해 분노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조신시대 천재 시인이라 일컬었던 이언진이 스물일곱 살 요절(夭折)이나 광해군 때 외척 유씨를 비난했던 시를 지었다가 복사꽃 흩날리던 날 동대문 밖에서 막걸리 한 사발을 먹고 죽은 귄필의 박복(薄福)함이나 소설나부랭이를 썼다고 평생 관직에 못나가고 겨우 친구 김려에 의해서 작품이 알려진 이옥의 불우(不遇)등 분노해야 할 것들에 분개해야 되지 않는가?

우리는 로마시대 그라쿠스형제의 개혁이 좌절되고. 농노해방과 입헌군제를 시도한 러시아 12월당원의 혁명이 실패하며, 민족과 이념을 초월하고자 한 중국 전진의 황제 부견이 가볍게 되고.「임금 정조의 꿈」 무산 등 이런 것에 대해 분노해야 되지 않는가?

우리가 가슴 아파하며 분노해야 하는 것은 왜 악인은 잘사나 착한사람은 못살고, 왜 유대인들은 아우슈비츠에서 죽어가야 하며. 왜 우리나라는 계속 동족상잔을 겪어야 하는 등인데, 이는 굴원처럼 하늘에 물어보거나(天問) 사마천처럼 천도(天道)를 의심해 보아야 하는 거 하는가?

우리가 진정으로 분노해야 할 것은 세상에서 가치가 사라지고 아름다움이 사라지며 그나마 있던「이성의 빛」마저 꺼지는 것이다.

다시금 김 변호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찌 자기의 마음에 안 든다고 자기의 뜻과 다르다고 국법을 무시하고 재판관들을 능멸하는가?

어찌 당신의 입은 그리 거칠며, 손속은 그리도 매운가? 당신은 당신의 말이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베는 줄 모른단 말인가.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고려 때 최충헌의 노비 만적이나 조선시대 차별 받던 평안도 사람 홍경래가 나라를 뒤집으려한 사실은 아나 나라의 은혜를 입은 사람이 그랬다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적어도 사람이 나이가 60이 되고 70이 넘으면 원경하 같은 사람의 10분의 1이라도 되어야 하는 것이다.

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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