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나 대통령은 그 덕(德)을 잃으면 임기가 얼마든 그 지위를 내려놔야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송시열이 천 번을 읽었다는「맹자」, 이덕무가 겨울에 이불이 없어 대신 덮고 잤다는 그「맹자」에서 맹자는 당시에는 군주 오늘날로 치면 대통령의 자질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아무리 임금이라도 인(仁)을 거스르면 도적이고. 의(義)를 거스르면 악당으로 임금의 신분에서 일개 사내나 아녀자가 된다.」고.

인(仁)과 의(義)를 버리고 팽개친 임금은 이미 임금이 아닐뿐더러 도적과 악당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고귀한 임금의 신분에서 일개 필부필녀에 자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맹자는 어짊과 올바름을 임금의 자격요건으로 보았는데, 어질지 못하고 올바르지 못한 임금은 임금이 아니라 도적이나 강도고 사기꾼이나 협잡꾼이라고 본 것이고 흔하디흔한 이씨 아저씨나 박씨 아줌마일 뿐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맹자가 말한 인(仁)과 의(義)는 오늘날의 용어로 확장해서 본다면 인(仁)은 관용, 개방. 긍휼일 것이고 의(義)는 공정성과 공평. 정의(正義)와 경제민주화 등일 것이다. 맹자의 예리함이나 맹자의 신선함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옛날 얼마나 많은 강직한 신하 예컨대 중국 명나라의 해서나 조선의 이항복 같은 신하들이 이 말을 근거로 목숨을 걸고 자기가 섬기는 임금이 포악하거나 탐학하지 말라고 간하고 간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진승과 오광. 이자성이나 만적, 홍경래가 이 말을 근거로 썩은 정치를 몰아내고 새 나라를 세우려고 했을까!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왕이나 대통령은 그 덕(德)을 잃으면 임기가 얼마든 그 지위를 내려놔야 하고 신분을 박탈당하여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 맹자의 주장이고 역사의 가르침인 것이다.

이래서 춘추대의에「민심(民心)은 천심(天心)에 우선하고 공중(公衆)의 의사(意思)는 국법(國法)을 초월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고 이해가 되는 것이다. 왕이나 대통령이 이미 그 자격을 상실했는데 아직도 법 규정 운운하는 것은 이미 너무 멀리 온 것이고. 이런 견지에서 헌법규정이나 법절차를 따지는 사람들은 뼈다귀만 핥는 사람들인 것이다.

맹자의 말은 옛날에도 위정자들이 무서워했지만 오늘날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위정자들이 더 무서워할 것이다.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못하고 국무총리가 국무총리답지 못하며 장관이 장관답지 못하고 국회의원이 국회의원답지 못하며. 도지사가 도지사답지 못하고 시장이 시장답지 못하면 이미 그 사람은 우리의 대표자도 아니고 우리의 지배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언제든지 국민의 뜻에 반하는 사람을 갈아치울 수 있고. 언제라도 국민의 뜻에 맞는 사람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인간적이지 못하고. 정의로운 분배를 말하지 않으며. 서민의 슬픔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우리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단 말인가? 확실히 지금의 대한민국은 옛날의 봉건시대보다 못한 나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