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산기지에 착륙한 B1-B 폭격기

2012년 이후 4년만에 열린 오산 에어쇼에서 미 공군의 B1-B 일반 공개

[고성혁 군사전문기자]지난 주말(24,25일) 오산 미공군기지에서는 2012년 이후 4년 만에 에어쇼가 열렸다. 이번 오산 에어쇼(OSAN AIR POWER DAY)에는 매우 특별한 손님이 왔다.
 
지난 21일(수) 미국의 괌 앤더슨 기지에서 이륙한 B1-B 2대는 휴전선에 근처 상공에서 대북 위력 비행을 했다.
 
그 중 1대는 오산 미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오산 에어파워데이 기간 중에 일반에 공개했다. 게다가 에어쇼에 폭탄 창까지 개방한 가운데 전시한 것은 파격적이다. 그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세계 각국의 에어쇼를 다녀봐도 B1-B를 이토록 완전 개방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언론마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하고 보도했다. 그러나 내면(內面)을 살펴보면 그렇지는 않다.
 
B1-B는 전략폭격기가 아니다, 그 이유는
 

엔진을 풀 가동하는 B1-B 폭격기.사진@고성혁군사전문기자

B1-B를 개발할 당시에는 전략폭격기로 개발했다. 핵폭탄 24발까지 장착하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현재 B1-B는 핵폭탄을 탑재하지 않는다. 재래식 폭탄만 탑재한다. 미국과 러시아(소련)간에 맺은 전략무기 감축협정에 따른 결과다.
 
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이 중단했던 B1-B 초음속폭격기 개발을 재개(再開)했다. 전략무기 감축에 미온적이던 고르바초프 서기장을 압박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일명 스타워즈(STAR WARS) 전략을 구사했다. 소련의 탄도미사일을 우주에서 레이저 무기로 요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소련의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하더라도 미국은 능히 방어할 수 있다고 미래전략구상을 발표했다.
 
오늘날 미국의 NMD(National Missile Defense)의 출발점이 된다. 이지스함, THAAD, 페트리어트 미사일 모두가 레이건 대통령의 스타워즈 전략이 그 모체(母體)가 된다.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갔다. 크루즈 미사일과 핵을 탑재한 B1-B 초음속 장거리 폭격기의 위력을 뽐냈다.
 
레이건 대통령의 전략무기 감축협정에서 미끼 역할을 했던 B1-B 폭격기
 
레이건 대통령은 B1-B 랜서 폭격기를 미끼로 던졌다. B1-B 폭격기에 핵폭탄을 탑재하지 않는 조건으로 전략무기 감축협정을 제안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웠던 고르바초프는 다급했다.
 
그렇게 해서 미국과 러시아(소련)은 3차에 걸쳐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협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비밀리에 B2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 중이었다. 아무리 초음속 폭격기라 하더라도 소련의 방공망을 뚫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미국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핵폭탄 운용은 B52와 B2 스텔스 폭격기가 담당하고 있다.
 

B1-B의 무장 목록 (내부 무장창에만 재래식 폭탄 34톤) * 84발의 500-pound Mk-82 or 24 2,000-pound Mk-84 general 재래식 폭탄 * 500-pound Mk-62 or 8 2,000-pound Mk-65 Quick Strike naval mines(기뢰) 30발 * 집속탄 (CBU-87, -89, -97) 30발 또는 30 바랍수정 확산탄 24발 * 쿠르즈 미사일 24발

 
흔히들 B52,B1-B, B2 스텔스 폭격기를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B1-B는 전략폭격기라고 하기에는 이제 모양세가 좀 빠진다.
 

B1-B 조종사들.사진@고성혁군사전문기자

오산에어쇼에 공개된 B1-B

오산 에어쇼에서 B1-B 폭탄창을 개방하여 일반시민들에게 공개하는 모습.사진@고성혁군사전문기자

그래서 그런지 오산 에어쇼에서도 B1-B는 일반인의 접근을 무제한 허용했다. 미국의 전략무기 급에 해당하는 F22 스텔스전투기와 U2 고공정찰기, 그리고 E/F-18 그라울러 전자전기는 일반인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전략무기급일 경우엔 경계병까지 24시간 세운다. 오산 에어쇼에서 B1-B 폭격기를 완전 일반에 개방했다는 의미는 미국의 자신감 표현일 수도 있지만 더 이상 전략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에어쇼에 가까운 시위 비행은 북한을 압박할 수 없다
 
B1-B의 일반 공개에 대해 일부 언론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종의 데몬스트레이션(Demonstration)일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전쟁수행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2차대전처럼 재래식 폭격기가 전쟁의 전면에 등장하는 전쟁이 아니다.
 
이라크전에서도 보았듯이 전쟁 개시는 함정에서 발사하는 크루즈 미사일로 시작된다. 적의 지휘부와 레이더 통신 시설부터 파괴한다. 그 다음이 전자전기와 스텔스전폭기를 동원한 족집게 공습(AIR STRIKE)이다.
 
육군은 안정화 작업에 투입되는 것이 미국의 최근 전쟁 수행방법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재래식 폭격기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 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 제한 타격이 아니라면 북한 역시 ‘쇼’인 것을 알기에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