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혁 군사전문기자]혹한의 겨울 일명 ‘지에무씨’ 2.5톤 트럭 짐칸에 실려 오돌오돌 떨며 이동하던 때를 절대로 잊을 수 없다. 옷 깃을 아무리 여미어도 칼바람은 군복 속을 매섭게 파고 들었다.

이미 30년전의 일이긴 하지만 아직도 2.5톤 군용트럭을 볼때면 그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내년부터 2023년까지 군에는 600대의 차륜형 장갑차가 보급된다. 에어콘은 물론이고 화생방전에 대배한 양압장치까지 장착된다.
 
현대 전장환경은 전투원의 피로도관리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 올랐다. 작전지역까지 이동하는데 궤도형 장갑차 보다는 차륜형 장갑차가 장병들의 피로도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벤치형 의자 대신에 머리보호기능까지 가미한 개별 좌석으로 만든 것도 병사들의 피로도를 최소화 시키기 위한 설계반영이다. 도로포장율이 높아진 가운데 도로 이동을 감안하면 차륜형이 궤도형장갑차보다는 속도면에서도 월등하다. 험지 주행성능도 공기압 조절장치등 기술적 보완으로 현대의 전장환경에 큰 문제가 없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2016DXKOREA 현대로템 전시관에 전시된 K808 차륜장갑차, K806은 6륜 장갑차다.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현대로템에서 생산하는 차기 차륜장갑차에는 420마력 디젤엔진에 전진 7단 후진 1단의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전투중량은 20톤이며 최대 25톤까지 가능하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방호력은 북한군의 14.6미리 중기관총을 막을 수 있다. 지상에서는 최대 속도 100KM/H에 이르고 수상주행은 워터제트 추진으로 시속 8KM다.  차기 차륜장갑차의 목표단가(납품단가)는 약 12억이다.

미국의 스트라이커 기본형 25억, 독일의 박서 50억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단가다.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있다. 다만 목표단가 11억에 수상주행까지 가능하고 방호력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설계와 생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전언(轉言)이다.
 

SBS가 보도한 장갑차 비교.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수상주행 능력을 꼭 핵심 과제로 넣어야 할까?
 
강과 시내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을 고려한다면 수상주행능력은 반드시 필요할 것처럼 보인다. K200장갑차와 K21보병전투차량 그리고 차륜장갑차도 모두 수상주행능력이 있다.

그러나 눈을 밖으로 돌리면 전혀 다른 세상이다. 실제전장환경은 장갑차의 수상주행능력보다는 장갑과 기동성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적 추세는 IED나 RPG7에 대한 방호력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있다. 너무 무거우면 공수에 불리하다. 그래서 미국 스트라이커 장갑차 기동성의 핵심은 C17 수송기로 수송하는데 그 핵심이 있다.   
 
우리의 차기 차륜장갑차는 그런 측면에선 매우 어정쩡하다. 수상주행능력 때문에 방호력과 장갑측면에서 손해를 많이 감수했다. 북한의 강화된 대인지뢰 방호력은 갖고 있어도 대전차 지뢰 방호력은 없다. 수출을 하려면 대전차 지뢰 방호력과 IED를 염두에 둔 장갑 보강이 필수다.
 
수상주행 때문에 조종수의 시야가 극도로 제한을 받는 구조,조종수 해치는 개선이 필요하다

차기 차륜장갑차 설계과정에서 참조한 장갑차는 독일의 박서와 핀란드의 피라냐장갑차다. 그래서 비슷해 보이지만 장갑차 전면 모양은 차이가 많다. 차기 차륜장갑차 K808은 수상주행 때문에 전면부가 많이 치켜 올라간 형상이다.

수상주행에 부력을 유지하기 위한 형상이다. 반면에 독일 박서나 핀란드의 피라냐는 전면부 형상을 쇄기모양으로 피탄면적을 최소화 시킨 구조다. 조종수의 시야도 그만큼 많이 확보된다.
 
다음의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독일의 박서 장갑차. 조종수의 전면 시야는 한국군 차기 차륜장갑차보다 월등하다. 도로 주행용 보조 유리창이 해치에 부착한 것이 이채롭다.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수상주행 능력 때문에 전면부가 많이 치켜 올라간 모습이다. 박서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한국군의 차기 8륜 장갑차. 사진의 조종석 해치에는 보조 유리창이 장착된 모습이다. 군에 보급될지는 미지수.현대로템 측에서도 파도막이를 젖혔을 경우 시야가 제한 되는 것은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차륜형 장갑차 해치는 기존 K21해치를 그대로 적용했다. 파도막이까지 펼치면 조종수 시야는 극도로 제한받는다.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그러나 한국의 K808은 가뜩이나 앞이 들린 형상에 수상주행시 파도막이를 펼쳐야 한다. 그렇게 되면 파도막이 높이로 인해 조종수의 시야는 극도로 제한을 받는다. 해치 구조를 반드시 개선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상주행 능력 때문에 이래저레 고생한 K808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