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서 별세

구봉서씨의 웃는 얼굴만 보아도 웃음이 나오는 영원히 겪을 수 없게 되었다.
 
[권도연 기자=푸른한국닷컴]27일 코메디계의 1세대이자 원로인  구봉서씨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유족 측은 구봉서 씨가 폐렴으로 열흘 전쯤 병원에 입원했고 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상태가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배삼룡, 곽규석, 이기동, 남철, 남성남 등과 함께 1960~70년대 한국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끈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다.
 
1926년 평양에서 출생한 고인은 19살이던 1945년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 가수 김정구 형제가 이끌던 태평양 가극단에 합류, 아코디언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했다.
 
어느 날 공연을 앞두고 잠적한 배우를 대신해 무대에 올라 즉흥 연기를 한 뒤로 희극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1952년 KBS 라디오 방송 ‘홀쭉이와 길쭉이’를 시작으로 방송으로도 발을 넓혀 ‘안녕하십니까 구봉서입니다’ ‘막둥이 가요만보’ ‘7대 코미디쇼’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알렸다.
 
1969년부터 1985년까지 15년 8개월간 방송된 MBC ‘웃으면 복이 와요’는 고인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고인은 ‘웃으면 복이 와요’의 한 콩트에서 무려 72글자에 달하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길지도 모를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드셀라 구름 위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구봉서의 돌아오지 않은 해병에서 명연기.사진@돌아오지않은해병스틸컷

고인은 4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이기도 했다. ‘오부자’(1958) ‘벼락부자’(1961) ‘굳세어라 금순아’(1962) ‘맹진사댁 경사’(1962)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수학여행’(1969) 등 여러 대표작을 남겼다.
 
고인은 CF계에서도 인기있는 모델이었다. 현재의 농심이 라면업계에서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고인의 공로가 크다.
 
1975년 ~ 1991년 농심 (농심 라면, 된장라면, 윙거초코, 꿀꽈배기, 바나나킥, 짜파게티, 새우 짜파게티, 신라면, 맛고기면, 포테토칩, 너구리, 사발면, 야짜, 안성탕면, 큰사발)의 광고는 대박을 터트렸다.
 
<나무위키백과>에 따르면,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료 코미디언 이었던 故 배삼룡과는 굉장히 막역한 사이였다. 6.25 전쟁 이후 육군본부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으며 MBC 웃으면 복이와요에 동시에 출연하고 1970년대 MBC의 인기 시트콤 '부부만세' 에서도 콤비 플레이를 보이는 등 연예계에서 둘도 없는 단짝으로 친분을 쌓았다.
 
또한 서영춘은 동생같이 아끼던 후배이자 동료였는데, 구봉서가 개신교에 귀의하기 전엔 말술에 줄담배를 불사하며 다소 방탕한 삶을 살면서 술담배를 전혀 못하던 서영춘을 항상 술자리에 끌고 다니면서 서영춘도 구봉서 못지 않은 술고래가 되는 것에 크게 기여(?)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봉서는 이후 아내의 권유로 크리스천이 되며 술담배를 모두 끊었고 건강이 나빠진 서영춘을 걱정하여 술담배를 끊을 것을 권유했지만 서영춘은 벌컥 화를 내며 "형님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무슨 소리 하는거유!!" 라고 대들었고, 구봉서는 아무 말도 못 한채 뒤돌아서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결국 서영춘은 1986년 11월 1일 지병인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구봉서는 이 일을 두고두고 애통해 했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애환을 풀어낸 채플린의 페이소스 어린 코미디를 좋아했던 고인은 사람을 단순히 웃기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있는 코미디를 추구했다. 직접적인 사회 비판 대신 코미디로 세태를 풍자했다.
 
고인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담아낸 이만희 감독의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서 전우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부대원 봉구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봉구가 전사하면서 남긴 유언은 이 영화의 대표적인 명대사다. “내가 몇 놈이나 죽였을까? 아마 내가 쏜 총엔 한 놈도 안 죽었을 거야. 총질이 서투르니까 말이야. 내가 재미있게 말하면 너희들은 웃었지. 슬플 때도 말이야. 내가 죽으면 너희들은 슬프지. 내가 없으면 누가 웃겨주니?”
 
고인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는 가족들이 절대 보지 못하게 한 것으로 유명했다. 스스로 "만약 봤을 때는 엄벌 정도가 아니라 일주일 혹은 한달 동안 지긋지긋한 정신적 고문을 가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였다.
 
고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84년 예능교회에서 장로로 임직받아 연예인 선교에 공을 들이며 그들과의 성서공부모임 등의 활동을 하였다.
 
<나무위키백과>에 따르면,고인이 개신교에 귀의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고인이 몸이 안좋아서 한동안 집에서 정양하고 있던 중, 이때다 싶은 아내가 교회 목사님과 교인들을 집으로 끌고 왔고 그것도 구봉서가 누워 있던 안방에서 가정예배를 드렸다.
 
고인은 시끄러우니 나가서 하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지만 교인들은 들은 척도 않고 계속 예배를 드렸고 이게 며칠동안 계속되자 고인은 체념한 체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어느 날 목사님이 세례 요한의 이야기를 하면서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으로 연명하였습니다. 주린 삶을 살았지요" 라고 하자 듣고만 있던 고인이 벌떡 일어나 일갈하길 "흥! 메뚜기에 석청? 고 단백질에 로열젤리만 자셨누만!" 그 말을 들은 목사님과 교인들은 빵 터져서 방바닥을 데굴데굴했다고 하며 이 일을 계기로 구봉서는 마음을 풀고 개신교에 입교했다 한다.
 
고인은 지난 1987년 12월26일 원효대교 밑 강변도로에서 마주오던 봉고트럭에 의해 자신이 타고 있던 승용차가 충돌해 목과 다리가 다치는 전치 5개월의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전성기 시절인 1970년 고인은 사이좋은 라이벌 고인이 된 곽규석 목사과 함께 월수입 등을 공개했는데 고인은 TV 및 라디오 출연 모두 A급으로 월수입이 100만자택가격은 4천만원이라고 밝혔다.
 
고 곽규석 목사는 TV 및 라디오 출연 모두 A급으로 월수입이 30만원 자택가격은 1천2백만원이라고 밝혀 구봉서씨의 수입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고인은 TV 및 라디오,영화 등에 폭 넓게 출연했지만 고 곽규석 목사는 주로 MC만 담당해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인이 전천후 재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고인의 당시 인기를 알 수 있었다.
 
고인의 장례식장은 서울 성모병원 31호실. 발인은 29일 오전 6시.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모란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