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포병대대 장병의 다짐, ‘도발만 해봐라 반드시 궤멸시킬 것’
 
[고성혁 군사전문기자] 18일 작년 적의 도발을 응징했던 오후 5시 4분에 맞춰 300여문의 포가 일제히 불 뿜었다.
 
정적을 깨고 싸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적의 도발을 응징하기 위한 전투배치를 알리는 싸이렌 소리다. 순간 장병들은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다. 달려가는 군화 소리에 맞추어 먼지가 뽀얗게 일었다.
 
포대 진지의 K55A1 자주포 포신은 북괴군 목표물을 향해 움직였다.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일제히 불을 뿜었다. 29발의 포탄은 정확하게 목표지점을 타격했다.
 
북괴군은 국군의 기세(氣勢)에 눌려 쥐죽은 듯이 움츠리고 더 이상 반응이 없었다. 바로 2015년 8월 20일 오후 5시 4분 육군 26사단 백호 포병대대의 『8.20완전작전 승리』의 모습이다.
 

적의 도발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자 포대진지로 전력질주 하는 백호포병대대 장병들.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지난 18일 육군26사단 백호포병대대는 8.20완전작전 승리 1주기에 즈음하여 1년전 승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실제상황을 전파하자 즉각 백호대대 대기포 담당 장병들은 자신이 맡은 K55A1 자주포를 발사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북한의 포격도발 응징 1주년을 앞두고, 18일 오후 5시 4분 휴전선 일대 全전선에서 일제히 포병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오후 5시 4분은 작년 우리 육군이 북한의 포격도발에 대응하여 응징사격을 했던 시간이다. 이날 사격훈련에 참가한 부대는 49개 대대에 이르고 포의 수량만 해도 300문이 넘는다.

사격장 여건의 제한으로 실사격을 하지 못하는 부대는 같은 시간에 사격절차 훈련을 실시했다. 전선(前線)지역의 모든 포병부대가 같은 시간에 북쪽을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여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은 훈련이다.
 

북 포격도발 응징 1주년 6포병여단의 일제 사격.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실전(實戰)을 겪고 나니 장병들의 눈빛부터가 달라졌다.
 
<8.20완전작전 승리>를 지휘하였던 육군26사단 백호포병대대장 이방형 중령은 작년의 그날을 생생하게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였다. “무엇보다도 실전을 겪고 나니 장병들의 눈빛부터가 달라졌습니다”라고 운을 땐 이방형 중령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감과 악조건을 극복하고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한 장병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중령은 “사격절차 반복 훈련을 통해 몸이 기억하게 만든 것이 실전에서 그대로 발휘되었다”면서 “훈련에 임하는 장병들의 태도부터 달라졌다”고 실전을 경험한 장병들의 변화를 설명했다.
 

활짝 웃고 있는 이정엽 상병.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이정엽 상병의 전투복 우측 포켓에 부착되어 있는 뱃지. 마치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보였다.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당시 포수로서 포사격 임무를 직접 수행했던 이정엽 상병(22세)은 "실제 작전을 경험하며 평시 훈련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하면서
 
"진짜 사격 명령이 떨어졌을 때는 ‘이제 전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떨렸어요. 그런데 한 발을 쏘고 나니까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이야기 했다.
 
“혹시 훈련상황과 실제 상황의 차이는 없었습니까?” 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방형 백호포병대장(중령 45세)은 초탄 발사 직후 뿌옇게 먼지를 뒤집어 쓴 자주포 동영상을 프로젝터로 보여주었다.
 
그는 “8.20 응징작전시 K55A1은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했습니다. 초탄 발사후 강력한 충격파로 인해 많은 먼지가 앞이 안보일 정도로 포상(砲床)을 뒤덮었습니다. 그 경험으로 인해 현재는 먼지 유입으로 작전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아무리 더워도 자주포 뒷문을 닫고 작전을 수행합니다. 우리 포대뿐만 아니라 육군 자주포 부대 전체가 사격절차 매뉴얼을 수정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북한군 진지를 향해 조준 정렬된 백호포병대대 K55A1의 포신은 언제든지 불을 뿜을 준비가 되어 있다.사진@고성혁군사전문기자

이것은 분명 실전(實戰)을 통해 얻은 값진 수확물 중 하나다. 현재 육군이 도입하고 있는 신형 전투차량은 화생방전을 위한 양압장치와 에어콘이 설치되고 있다. 그러나 구형장비는 에어콘이 전무하다. 여름철 폭염은 기갑부대 장병에게 최대의 적이다. 전투력 개선 방향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굵은 땀방울로 범벅이 된 장병들의 얼굴에서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의지를 확인하다
 
이날 오후 훈련에는 실전배치된 대포병 탐지 레이더인 Arthur-K를 기자단에게 처음 공개했다. Arthur-K 대포병 레이더는 스웨덴으로부터 도입하여 전방지역과 서해5대지역에 배치되어 있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에도 북한이 우리 지역으로 발사한 12.7미리 고사총탄도 Arthur-K가 포착했다. 실사격 훈련도 Arthur-K 대포병레이더가 적의 도발을 포착하고 포병부대에 적의 좌표를 전파하는 것으로 훈련이 시작되었다. 6군단 예하 K9, K55A1 자주포는 사격명령과 동시에 적진을 향해 일제히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굵은 땀방울이 송송이 맺힌 K55A1 자주포 전차장의 얼굴.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33도가 넘는 폭염속에서 좁은 장갑차 내부는 한증막 그자체다. 신속히 포탄을 장전하고 발사하는 장병들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송이 맺혔다. 다시한번 장병들의 임전무퇴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