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사진@온라인커뮤니티

헨리 8세 이후 500여면 만에 다시 유럽에서 탈퇴한 영국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영국이 국민투표에서 EU탈퇴에 손을 들었다. 필자는 EU탈퇴가 결정되기 전에 페이스북에 영국의 전통측면에서 본다면 EU탈퇴로 가게 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영국의 역사를 거슬러 본다면 이번 EU탈퇴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봐도 무방하다. 1534년 영국 튜더왕가의 왕, 헨리 8세는 수장령(首長令)을 발동하여 영국 국교회(國敎會)를 설립하면서 로마교황청과 결별을 선언하였다.
 

고성혁 페이스북 캡처

로마 교황청은 헨리8세가 정실왕비 캐서린과 이혼하고 앤 불린(영화 1000일의 앤으로 영화(映畵)화 되기도 했다)과 결혼는 것을 반대했다. 결국 헨리8세는 로마교황청의 결정에 반발하여 로마카톨릭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헨리8세의 로마교황청과의 결별선언은 오늘날 EU탈퇴보다 더 큰 정치적 파장이었다. 이때부터 영국은 본격적으로  유럽대륙을 벗어나 눈을 대양(大洋)으로 돌렸다. 헨리8세와 엔 불린 사이에서 태어난 엘리자베스1세는 해가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기초를 닦았다.

특히 1585년 드레이크卿이 이끄는 영국함대가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유럽대륙을 벗어나 본격적인 해양 제국으로 나가는 대영제국의 시발점이었다. 

유럽 대륙의 문제에 대해 한발 짝 뒤로 물러나 있던 영국이 유럽문제에 다시 개입하게 된 사건은 프랑스 나폴레옹 등장 때문이었다. 근대 시민국가의 기치를 내건 나폴레옹은 유럽의 왕조국가들을 차례차례 꺾었다.

특히 유럽왕가의 종주국인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는 프랑스혁명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프랑스 혁명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 간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바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딸이었다. 나폴레옹은 유럽남부의 종주국인 오스트리아를 격파하고 라인강을 넘어 북부독일도 평정했다.

당시 독일(프러시아)은 통일되지 않은 상태였다. 여로 공국(公國)으로 분할되어 있었다.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에 프러시아가 굴복하자 독일의 대문호 피헤테는 <독일 국민에 고함>이라는 유명한 연설로 독일인의 단결을 호소했다.

파죽지세로 독일을 휩쓴 나폴레옹 군대는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다. 나폴레옹이 러시아의 강추위에 발목을 잡히자 유럽의 여러 왕가들은 다시 결속하게 되었다. 영국도 오스트리아를 도와서 反 나폴레옹 동맹에 참가하게 되었다. 

결국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의 명운(命運)도 끝났다. 수세에 몰리던 영국 웰링턴 장군을 구하고 나폴레옹 군대를 격파한 주력은 바로 프러시아 기병대였다.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그 자리에 새롭게 등장한 신흥강국이 바로 독일프로이센이다. 독일을 통일한 비스마르크 황제는 나폴레옹3세와의 전쟁에서 프랑스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헨리 8세의 결별선언 이후 영국이 두 번째로 유럽대륙에 개입한 것은 바로 1차대전이었다. 1914년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세르비아 청년의 저격으로 암살되자 유럽은 순식간에 전쟁으로 치달았다.

프랑스는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다. 보-불전쟁의 치욕을 되갚기 위한 설욕전이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밀렸다. 이에 영국은 독일에 대항하여 이번에는 프랑스를 도왔다. 결국 프랑스는 베르사이유조약을 통해 비스마르크에 당했던 치욕을 되갚았다. 

2차대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차대전이 끝나자 처칠 수상은 소련의 군사적 야망을 지적하면서 “소련이 철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련에 대항하여 과거 적국이던 프랑스 독일과 손잡은 영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을 미국과 함께 결성했다.

이렇듯 영국은 유럽역사에서 균형추 역할을 했다.  이번 EU탈퇴 건도 영국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면 그리 낯선 것도 아니다. 

EU에 대한 불만 - 무슬림 난민문제가 기폭제

 ‘영국이 최소한 1차례 이상 유럽을 구해주었는데 유럽이 너무 영국을 홀대한다’라는 것이 EU 탈퇴파들의 볼멘 목소리였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에 대한 영국 보수층의 불만이 컸다.

유로화를 좌지우지하는 독일의 독주에 대한 경계심, 그리고 독일편을 드는 얄미운 프랑스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었다. 영국이 끝내 유로화에 가입하지 않고 파운드화를 고집한 것도 영국인의 역사적 DNA에 기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잠재적 불만이 폭발하게 된 기폭제는 분명 무슬림 난민문제다. EU체재하에서 영국에는 많은 무슬림이 이민으로 들어왔다. 영국 전체인구의 13%가 이민자이다. 그 이민자의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시리아에서 극악무도한 테러를 저지른  IS(다에쉬) 지도자 역시 영국내 무슬림이었다. 영국내 무슬림 집단 거주지는 영국경찰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폐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문제에 관대한 EU의 태도가 영국의 EU탈퇴에 불을 붙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자리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필자가 영국을 여행하면서 놀란 점은 인도와 파키스탄계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영국내 인도인의 상권형성은 대단하다. 3D 업종은 인도-파키스탄계를 제외하면 말이 안될 정도다. 지방 중소도시의 택시드라이버 중 상당수는 체코등 동유럽에서 온 구직자들이다.

영국의 EU탈퇴는  궁극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영향을 줄 것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것은 분명 사건이다.  소득격차가 2배 이상 차이 나는 유럽 각국의 경제력과 여건을 무시하고 EU라는 틀 속에 구속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 동일한 유로화를 사용하더라도 독일과 그리스의 경제여건은 극과 극이다. 

잘사는 나라인 덴마크나 네덜란드등 북유럽국은 그리스등 남유럽 국가가 EU에 기생하여 산다고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등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국가들은 경제변화에 맞추어 자국의 화폐제도를 운영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내재되어 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EU의 한계다. 세계 경제가 호황과 성장을 지속한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을 사항이지만 장기적 불황으로 가면 갈수록 긍정의 효과보다는 부정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게 된다.  가장 우려하는 것이 EU탈퇴의 도미노라고 한다.

영국의 EU탈퇴의 직접적 계기는 무슬림 난민문제다.  결국 유럽 각국이 난민유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막아서게 되면 그 영향은 궁극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로 연결 될 가능성이 높다. 튀지니아에서 일어난 ‘쟈스민 혁명’은 리비아와 이집트를 거쳐서 시리아에서 엉뚱하게 불꽃이 튀었다.

이슬람 종교분쟁으로 연결된 시리아 내전은 막대한 난민양산으로 번졌다. 이들 난민은 이웃 무슬림국가를 외면하고 터어키를 거쳐서 유럽으로 파고 들었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현재도 많은 난민이 보트피플이 되고 있다.

만약 유럽 각국들이 영국의 사례를 들어서 난민유입을 적극 차단하게 되면  무슬림 난민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최종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유가하락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난민문제까지 봉착하게 되면 과연 왕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세일가스 축복(?)으로 중동에는 예전같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쟈스민의 날개짓이 영국의 EU 탈퇴를 낳았듯,  사우디아라비아도 눈여겨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영국의 EU탈퇴에  너무 호들갑 스러운 한국의 언론

언론들이 보도하는 영국의 EU탈퇴 기사를 보노라면 마치 내일 당장 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보도한다. 호들갑스럽기 그지없다. 한국의 경제여건은 과거 후진국때와는 다르다. 후진국때는 조그만한 경제변화에도 크게 흔들리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무역액으로만 본다면 세계10위권 대국이다.

우리 전체 무역액에서 영국과의 무역액은 1.4%에 지나지 않는다. 무역액 규모와 비교하면 언론의 보도는 너무 과장되었다.  물론 보호무역주의 도래와 경제협상 재협정등의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영국의 EU탈퇴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한국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대외여건이 아니라 우리 내부문제다.  10년 후 먹거리 문제와 당장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문제다.  영국의 EU탈퇴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북한의 NPT탈퇴였다. 북한 NPT탈퇴조차 강 건너 불 보듯 한 한국이 영국 EU탈퇴에 호들갑 떠는 것을 보노라면 창피한 느낌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