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사단에 실전배치된 K2 흑표전차. 자동장전장치를 갖춘 4세대 전차에 속한다.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군이 발표한 K2 흑표전차 100대 추가생산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12일 조선일보(유용원 군사전문기자)는 軍당국이 K2 흑표전차 100대를 추가 생산하여 전방에 집중 배치할 예정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K2 흑표전차는 우여곡절이 많다. 2012년부터 육군에 실전배치하기로 하였으나 엔진과 미션문제로 수차례 연기되었다. 1500마력 엔진과 미션을 순수국산 개발할 수 있다고 장담했던 두산의 기술부족때문이었다.

결국 1차 100대분에 대해서는 독일 MTU社 파워팩(엔진과 트랜스미션)을 탑재하여 2014년부터 軍에 실전배치했다. 2차분 100대에 대해서는 국산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장착되어 배치될 예정이다.
 
K2흑표전차는 1995년부터 개념설정을 시작으로 추진되었다. 처음 목표는 680대였다. 軍은 일명 88탱크라고 불리는 K1전차 생산과 실전배치에 힘입어, 구형 M48계 탱크를 전량 교체할 목적으로 K2전차 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1997년 IMF를 겪으면서 국방비는 대폭 삭감되었다. 각종 첨단무기 도입계획도 상당수 축소되었다. 김영삼정부시절 6척을 실전배치하기로 예정했던 해군의 이지스함도 3척 도입하는 것으로 반토막이 났다.

공군의 차기 전투기사업인 F15-K 도입도 초기 120대 도입에서 60대로 축소되었다. 육군도 마찬가지였다. 차기전차 K2도 680대 목표에서 360대로 대폭 줄었다.
 
K2 흑표전차와 필자의 인연
 
2000~2002년 당시 기자는 KCC 경남지역 영업담당과장직을 수행했다. 현대 로템과 삼성테크윈, 위아 및 거제도의 대우조선과 삼성조선등 유수의 방산업체가 모두 나의 거래처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K2 차기전차의 물량이 싹둑싹둑 잘려(?) 나가는 全 과정을 지켜봤다. 사실 군납 도료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군의 MIL-SPEC(군납규정)에 맞게 매번 시험성적서와 군납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물량이 대폭 줄어든다는 것은 생산단가 문제로 영업에선 치명적이다. 그래도 밀스펙(MILITARY-SPEC)에 맞추어 시료(試料)를 보내는 등 열심히 했다.
 
양산일자가 차일피일 미루어 지더니 어느날 180대로 또 생산량이 줄어들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국회 예산이 계속 줄었기 때문이다. 생산기간은 더 늘어났다.

최종적으로는 300대까지는 만든다고 다이 거래처 관계자는 말했다. 결국 시료만 전달하고 본 물량 납품은 보지 못했다. 현직을 떠나고도 무려 10년 후에야 군에 인도되었다.
 
K2 흑표전차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7년 시제차량을 처음 공개한 후 7년이 지난 2014년에 처음 실전배치했다.

사실 육군은 300대를 요구했지만 합참과 방사청은 200대만 우선 생산배치 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제한된 예산하에서 우선순위가 밀렸기 때문이다.
 
IMF와 반토막 난 무기도입 사업

IMF 이후 신무기 도입에서 육군은 항상 해군이나 공군에 밀렸다. 육군위주의 군 정책이 해군과 공군위주로 옯겨간 이유도 크다. 최근 20년간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한 부분은 해군이다.

미군에서 공여받은 구축함(DD) 9척은 모두 이지스함 3척을 필두로 최신함으로 교체되었다. 공군도 그토록 염원하던 F15-K 60대와 F35 스텔스 전투기까지 도입하게 되었다.

그에 비해 육군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였다. 방사청이 생기면서 육군은 아파치 공격헬기가 급했다. 말썽 많은 흑표K2 전차에 대해 대폭 양보했다. 300대는 포기하고 200대로 하는 대신에 아파치에 예산배분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때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아파치 가디언(AH64-D)도입이 확정되고 예산이 배정되었다. 이렇게 마무리 되자 육군은 나머지 잊고 있던 100대분 흑표 청구서를 내밀었다. 오늘 조선일보가 보도한 그 내용이다.
 
육군은 차기전차 100대 추가배치의 당위성을 북한의 신형탱크의 위협에 두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신형인 '선군호' '폭풍호' 전차 수백대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군의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2013년 7월 대규모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신형전차 ‘선군호’를 공개했다. ‘선군호’는 구경 125㎜ 주포와 적외선 야간투시 장비, 레이저 거리 측정기, 컴퓨터 사격 통제 장치 등을 갖춰 서방의 전차 수준에 이른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군의 M48계 구형전차로는 북한의 신형전차를 격파하지 못한다고 군은 파악하고 있다. 90mm 주포를 장착한 m48계 구형전차는 아직도 700대가량 군에 남아있다.

현재 우리 군의 전차댓수는 2400여대로 북한의 4200대에 비해 절반수준이다. 그러나 질적 우위로 군사적 균형을 유지했지만 북한의 신형탱크 배치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군(軍)의 주장이다.
 
K2 흑표전차는 대당 80억원가량이다. 100대면 8,000억원이다. 많다면 많은 액수이지만 요즘 兆단위로 늘어나는 복지비에 비하면 적다. 문제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과연 예산배정이 되는냐 하는 부분이다.

기획재정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어떻든 육군은 출사표(出師表)를 던진 셈이다. 차기 20대 국회에는 정의당 소속 김종대 당선자가 있다. 김종대 당선자는 분명히 국방위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종대 당선자를 군 당국이 쉽게 설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6.25전쟁 T34-탱크의 트라우마 그리고 88탱크 탄생
 
6.25전쟁 때 물밀듯이 쳐내려온 북한의 T-34탱크는 오래도록 우리에겐 트라우마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전쟁 후 현재까지도 북한군의 기갑부대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는 韓-美 軍 당국의 핵심과제다.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 정책에 힘입어 軍 현대화 작업은 기계화 보병사단을 탄생시켰다. 가솔린 엔진이었던 미군의 M48탱크를 디젤엔진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그때 이루어졌다.
 
8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국산탱크 도입이 추진되었다. 전두환 정부는 한국의 탱크개발에 미온적이던 미국 대신에 독일을 택했다. 독일은 탱크 부분만큼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그러자 미국이 달라붙었다.

한국형 탱크는 미국의 제너럴 다이나믹스가 설계 하고, 현대의 계열사 현대정공이 생산했다. 그것이 88탱크다. 제식명칭은 K1탱크다. K1탱크는 105mm주포를 탑재했다. 후에 105mm 강선포는 120mm 활강포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K1A1 탱크가 탄생했다. 비로서 한국군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 T-34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었다.
 

주한미군에 재배치된 롱보우 아파치(AH-64D).사진@고성혁 군사전문기자

이제 육군도 탱크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형 전차를 도입해도 북한보다는 숫적으로 열세였다. 그 열세를 커버 해 준 것이 주한미군의 항공력이었다.

오산 미공군 기지에 배치된 일명 탱크킬러 A-10선더볼트II 공격기와 춘천과 원주에 있었던 미군의 아파치 부대는 북한군 기갑부대를 무력화 시키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2004년까지 미군은 아파치 3개 대대(大隊)를 주둔시켰다. 춘천과 원주 그리고 평택에 총 72대를 배치했다. 주한미군의 아파치부대의 역할은 막중했다.

북한군 탱크는 물론이고 서해상 북한의 공기부양정 방어 및 북한 특작부대 해상침투 저지까지 맡고 있었다. 제한적으로 북한의 장사정포와 통신시설 파괴임무까지 부여 받고 있었다.

그러나 2차 걸프전이 터지면서 주한미군 아파치 부대는 모두 철수했다. 노무현-럼스펠트 담판에서 노무현은 아파치 철수해도 상관없다고 말한 결과였다.

당시 미국의 럼스펠트 국방장관은 한국에서 뺀 아파치를 아프간에 투입한다고 말했지만 결국은 미본토로 철수했다. 노무현-럼스펠트 감정싸움 결과였다.

아파치 공격헬기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탈레반이 가장 무서워 하는 무기가 아파치공격헬기였다. 對 기갑전 뿐만 아니라 對 테러전에서도 성능을 입증한 아파치 공격헬기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철수로 인해 사실상 전력공백이 생겼다. 차기전차 배치는 지지부진했다. 군 당국은 주한미군의 아파치공격헬기의 공백을 메꾸어 보려고 K-1 훈련기를 개조하여 근접지원임무(CAS)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A-50 공격기로도 아파치공격헬기의 임무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시절 한-미 관계 개선에 힘입어 주한미군에 아파치 공격헬기 24대가 재배치 되기에 이르렀다. 2012년 셔먼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한반도의 위중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셔먼 사령관은 2012년 6월 12일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아파치 공격헬기 1개 대대(24대)와 탄도미사일 방어전력의 증강을 미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요청했다. 그 이후 아파치 공격헬기 1개대대는 주한미군에 재배치 되었다.
 

한국이 36대 도입하게 될 최신형 아파치 가디언(AH-64E) . 사진제공:방위사업청)2015년11월 3일 미국 애리조나 주 메사에 위치한 보잉사(주관)에서 방위사업청, 육군 및 업체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 육군이 도입할 대형공격헬기(AH-64E) ‘아파치 가디언’의 출고식을 가졌다.출고식 행사에 참석한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육군 소장 김상철)은 “AH-64E를 전력화하면 북한군 기갑전력 및 국지도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K2 탱크 100대 8,000억이면 아파치 공격헬기 16대 추가 도입가능하다
 
육군의 숙원사업인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도입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에 결정되었다. 2015년 11월에 한국이 주문한 아파치가디언 1호기가 미국에서 출고되었다.

군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미 아파치 조종 교육을 받기 위해 훈련요원들이 미국에 파견되었다고 한다. 한국군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는 2016년 5월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와서 2018년에 완편 배치된다.

문제는 한국이 36대의 아파치공격헬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주한미군이 배치했던 3개대대 72대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미군이 재배치한 24대를 포함한다고 해도 과거 3개대대 전력에 비하면 12대가 부족하다.
 
현대전은 항공력이 좌우한다. 항공력은 공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상군의 항공력도 포함된다. 가위 바위 보에서 바위를 이기는 것은 더 큰 바위가 아니라 보자기다. 기갑부대의 천적은 바로 항공력이다.

그 핵심은 공격헬기다. 만약 차기 전차 100대 도입분 8,000억원을 아파치 추가 도입으로 전환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36대의 아파치공격헬기 도입비용은 1조 8400억원이다. 대당 511억원 가량이다. 만약 K2 흑표전차 100대분 8,000억원으로 아파치공격헬기를 추가 도입한다면 약 16대를 추가 도입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과거 주한미군 3개대대 72대의 전력을 커버할 수 있다. 군 당국은 100대의 K2흑표 전차와 16대의 아파치 공격헬기의 전력지수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훈련공간과 기동공간이 극히 제한되는 탱크보다는 아파치 공격헬기가 보다 유연하게 전장에서 위력을 발휘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