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북한의 4차 핵실험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대표]북한의 삼중수소 확보와 증폭핵분열탄 기폭 실험으로 인해서 국내에서 핵무장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대중국 외교에 공을 들였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중국이 이와 같은 북한의 행동을 제약하기 위한 현실적인 압력 행사를 하게끔 유도하며, 중장기적으로는 통일 한국이 중국의 국익에 배치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중국 지도부에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 강화는 중국의 안보와 국익을 현저히 저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의 가치를 완전히 외면하지 못하고 대북제재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중국과의 관계는 적극적인 안보 협력이 아닌 경제적인 관계가 중시되고 있으며, 안보 문제는 본질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국내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북한의 제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가시권 내의 대응 방안

언제나 그렇듯이 북한의 핵과 탄도 미사일에 대한 다양한 대응 방안이 사회 곳곳에서 재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인 것도 사실이다.

가시권 내에 있지 않은 L-SAM과 원자력 잠수함, 공대지 공격력이 부여된 KFX Batch-2 등과 같이 가시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들 또한 고려 대상이 되기 어렵다. 북한이 4차례 걸쳐서 핵실험을 강행하였으며, 이미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속히" 현실화가 가능한 방안이 절실하다.

심각한 군사적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종종 대안으로 원자력 잠수함이 거론될 때마다 괴리감을 느낀 독자분들이 많을 것이다 .위기는 당장 눈 앞에 도래했는데, "2030년 이후에 전력화되는 원자력 잠수함", "2040년 이후에 전력화되는 원자력 잠수함"이 대응 방안이라면서 거론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이 전력화되는 2040년 이후까지 고이 기다려주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미래에 현실화가 될 것인지 여부도 불투명하고, 도입하더라도 수십년 후에 가능한 원자력 잠수함이 현재 도래한 핵위기에 대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L-SAM의 경우에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나마 가시적인 방안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계획되어 있는 개발 완료시기가 2020년대 초반이지만, 현재의 KM-SAM의 사례로 미루어 짐작하면, L-SAM 또한 개발 완료되는 시기와 부대에 배치, 운용을 시작하는 시기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1년에 개발이 완료된 KM-SAM의 경우에도 2015년 10월에야 본격적으로 전력화가 시작되었으며, 양산과 배치가 느리다.

무엇보다 아직 탐색개발단계에 있는 L-SAM이 계획대로 2023년에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L-SAM 또한 아직까지는 가시권 내에 있는 대안은 아니다. 아직 시제기조차 없는 KFX의 공대지 공격능력을 현재의 위기에 대한 복안으로 언급하는 것은 더욱 넌센스다. KFX는 현재의 일정대로 개발이 진행, 완료되더라도 2030년대가 되어야 비로소 공대지 공격력을 보유한 KFX가 만들어진다. 2020년대 중반 무렵에 등장하는 KFX 초기형은 아직 공대지 공격력을 보유한 항공기가 아니며, 무엇보다 KFX는 몇가지 이유로 인해서 적대 방공체계가 방어하는 영역 내부로 침투하여 타격하는데 적합한 항공기가 아니다.

북한 핵미사일을 발사 전에 탐지하여 타격하려면 먼 미래의 KFX가 아니라, 이미 도입이 결정되어 2년후에 전력화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와 같은 침투 타격 임무를 위해 개발된 F-35A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탄도탄 요격체계

북한의 핵무기와 이를 탑재하는 탄도 미사일 체계에 대응하기 위해서 당연히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요격 체계이다. 그동안 중국과의 신뢰 구축과 중국에 대한 외교적 배려 때문에 THAAD 도입 논의는 피하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결과가 중국의 북핵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라는 것를 확인하였다. 따라서 THAAD 도입과 관련된 정부의 분위기는 이전과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노동 미사일의 경우, 이를 한국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고각으로 발사하여 고고도 고속 돌입 시키는 방법이 유일하다. 그 외의 다른 발사 방식은 사거리가 한국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고각 고속 돌입 방식은 비행궤도는 단순하지만 종말돌입속력이 높아서 PAC-3와 같은 종말요격체계만을 보유하는 한국의 요격체계를 돌파하는데 유리하다는 것도 노동 미사일에 한해서 이와 같은 발사 방식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TAAHD의 필요성

이것이 THAAD와 같은 시스템이 국내에 배치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공군에도 도입되는 PAC-3 CRI가 커버할 수 없는 40Km ~ 50Km 이상의 고도에서 100Km 이상 고도까지 고각 모드로 발사된 탄도탄과 교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THAAD 1개 포대마다 편제되는 AN/TPY-2 레이더는 탄도탄 조기경보를 위한 Volume Search 모드와 함께 대형 위상배열레이더(T/R 소자 2만개 이상)에 파장이 짧은 X 밴드를 사용함으로써 정밀한 다수 표적 추적, 교전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 레이더는 우리 공군이 보유, 운용하고 있는 EL/M-2080 그린파인 Block 2 레이더보다 더욱 대형의 안테나에 더욱 짧은 파장의 신호(그린파인 레이더는 L 밴드 레이더)를 사용함으로써 그린파인보다 더욱 정밀한 추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AN/TPY-2 레이더가 보유한 다수의 메인 채널의 위상 변조를 제어하여 만들어내는 각종 도플러 샤프닝 기법을 이용함으로써 이와 같은 정밀한 추적 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L-SAM의 능력

L-SAM의 경우에는 이러한 능력을 S 밴드 AESA 레이더로 구현하려 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S 밴드 레이더로 X 밴드 레이더급의 화력 통제가 가능할 정도의 추적 데이터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빔 포밍 기법을 개발해야 하며, 이를 다채널 위상변조제어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인 것이 사실이다. 이미 AN/TPY-2와 같이 현존하는 X 밴드 AESA 레이더에 이와 같은 빔 포밍 기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수준의 화력 제어 정밀도를 S 밴드 레이더로 구현하려면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인 리스크도 적지 않다.

MD 편입

탄도탄을 격멸하기 위해서는 탄도탄의 발사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MD 체계에 연동되는 우주기반 적외선 시스템 등으로 획득되는 조기 경보 정보의 공유를 필요로 한다. 이미 KAMD 체계 개념에 미국의 MD와의 연동이 포함되어 있으며, 미국 또한 한국을 MD에 포함시키기 위해 최근 우주기반 적외선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시스템인 SBIRS 체계 정보 공유를 제안하였다.

물론 미국의 정보에만 의존할 경우에는 우리군의 탄도탄 방어체계의 대미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보의 공유라는 것은 상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고가치 정보를 생산할 수 있어야 상대로부터 더욱 가치있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MD에 끌어들이려는 이유 중 하나도 한국에 배치되어 있는 탄도 미사일 조기경보, 추적 체계(그린파인 레이더, 이지스함 등)가 일본에 배치된 탄도탄 탐지 레이더 등보다 먼저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탄도탄 조기경보체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컨센서스를 도출함과 동시에 독자적인 탄도 미사일 조기경보능력 획득과 강화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백두2차 정찰기와 F-35A의 탐지 그리고 추적

현재 독자적인 탄도탄 조기경보수단으로 계획되어 있는 것 중에서 가시적인 것으로는 세종대왕급 구축함과 백두-2 FISINT 정찰기 도입 사업이 있다. 또한 F-35A의 경우에도 이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세종대왕급 구축함은 현재 3척이 배치되어 운용 중이며, 탄도탄 교전능력이 부여된 3척의 세종대왕급 구축함 2차선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백두-2 정찰기는 평시에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준비 단계에서의 부스터 궤도 탐색 레이더와 발사 후의 텔레메트리(Telemetry) 신호 특성 등을 파악하여 유사시 탄도 미사일 발사를 탐지, 경보, 추적할 수 있는 체계이다. 이 시스템은 전력화 이후에 북한의 각 탄도탄별 발사 준비 / 텔레메트리 신호 정보 특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기 위해 적정 운용기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백두-2 정찰기의 개발 완료와 전력화가 절실하다. 동 정찰기가 유사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동안 충분한 데이터베이스가 확보되어야하기 때문이다.

F-35A의 경우에는 EODAS를 이용하여 탄도미사일을 원거리에서 탐지,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또한 이와 같은 탄도미사일의 비행추적을 이용하여 발사 원점을 추적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여 공중초계 중인 F-35A에 탄도 미사일 조기경보, 탐지 임무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탄도 미사일 요격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F-35A에 탑재하여 발사 가능한 NCADE 미사일의 도입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술핵의 재배치

적대 세력의 핵무기를 견제, 억제하는 최선의 수단이 핵무기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주요 에너지, 식량 자원과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각종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출, 그리고 해외 생산기지에서 제작된 최종 생산품의 수출 등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특성상,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거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미국의 의지가 전적으로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는 아직까지 전술핵 재배치까지 필요한 위기라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서 미국의 전술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지속적으로 미국과 교섭할 필요가 있다.

전술핵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견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핵을 빌미로 대두되는 일본 내부의 핵무장론 또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일본의 핵무기 개발의 명분을 거세하기 때문이다.

과거 전술핵은 중국군 한반도 개입 때문에 배치

미국의 전술핵을 국내에 재배치하는데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역시 중국이다. 한국에 전술핵이 처음 배치된 시기는 중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하면서 전선이 무너지던 시기였다. 당시 김포에 배치되었던 전술핵은 한국전쟁 휴전 이후에 철수하지만, 1958년에 다시 미국의 전술핵무기와 투사 수단이 한국에 배치되어 유사시 중국이 다시 한국 전쟁에 개입할 때를 대비하였다.

미국의 전술핵은 1991년 노태우 정권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까지 한국에 대량으로 배치, 비축되어 있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포기를 유도함으로써 이미 체제경쟁에서 실패한 북한에 대해서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나아가서 당시 노태우 정권의 대공산권 수교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소련과의 수교와 중국과의 수교 추진을 위한 일종의 외교적인 선물로 쓰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한반도의 전술핵 배치와 철수는 중국과의 외교 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한반도로 끌어들일 경우, 가장 강력한 장애가 될 것임이 분명한 중국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