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롱 속으로 본 세상이「세상의 전부」라 여기고. 우물 속에서 쳐다본 세상이「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세상에는 우열이란 없고 차이만 있을 뿐인데도 우열의 문제로 끌고 가고,「선택의 문제」를 애써「선악의 문제」로 바꿔놓는다.

자기의 정치사상이나 종교교리만이 유일하며 성스럽기 때문에 이견(異見)이나 이설(異說). 이의(異議)는 시쳇말로 종북(從北)이며 지옥(地獄)가는 것이다. 이들은 세상의 모든 주의나 사상. 교리, 예술적 경향까지도 시대의 산물이거나 시대의 반영이며 시대의 요구인데도. 그렇지 않고 전시대에 걸쳐서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세상에 완전하고 무결하며 오류도 없어 전시대에 통용되는 불변의 가치가 있을 수 있는가? 우리는 이런 사상을 근본주의. 원리주의. 교조주의라 부르고, 이런 사람들을 맹신주의자. 광신주의자라 부르는데 특히 정치계나 종교계에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뭇 생명(生命)을 제외한 모든 신념이나 가치를 상대화하려는 사람도 있다. 즉「나」의 상대화이다. 절대라는 것은 멈춘 것이고 끊어진 것이며 딱딱한 것이고 움직임과 이어짐과 부드러움만이 생명의 요소라는 것이다. 이 입장에서는 영역이나 경계가 있을 수 없으며 개선의 여지나 반성의 기미도 있게 된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를 상대화시킨다는 것은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심지어는 생과 사까지도 하나이지만 동시에 절망과 희망, 영광과 고난이 부질없듯이 그것들도 부질없다는 의견이다. 그것은 또 우리는 서로에 의존·의지하고 서로가 서로에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대등하고 동등하며 평등하다는 것이다.

나의 신념이나 가치를 상대화한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본 것은 한 사물의 다른 측면을 본 것일 뿐이고. 나는 세상의 지극히 작은 일부분이지만 중동에서 발흥한 종교나 헤겔의 목적론적 철학처럼 인간이 어떤 목적의 객체가 아니라는 것이며, 썩어 말라 비틀어 지지 않고 신선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리저리 쓸려서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주 낮은 위치에서 올려다보며 살겠다는 정신이고, 이의 실현을 위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세운 뜻이기도 하다. 세상에 자기의 신념이나 가치를 절대화하지 않고 살기란 다음의 말처럼 무척이나 어렵다 「신념을 가진 사람에 의해 세상은 좋아지지만 대부분은 신념에 의해서 세상은 망가지고 잘못된다.」

겨우 입에 대고. 조금 물에 담그며. 약간의 진전만 있었을 뿐인데, 세상을 다 알았다 하거나 세상을 전부 다 본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너무나 경솔한 것이다. 자기의 신념이나 가치를 절대화하지 않고 상대화하는 사람은 보통 경지 이상의 사람일 것이다. 자기를 철저하게 상대화하는 사람은 결국 신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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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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