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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인간이 무리지어 산 이래 정치는 그렇게 생활에 스며들었다. 모든 정치행위, 그것이 역성혁명이든 찬탈이든 선양이든 귀부든 이유를 가리지 않고 거기에는「선언」이라는 정치적 형식이 따라다녔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정치선언은 고대 중국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이 은(殷)나라의 마지막 왕 주(紂)를 칠 때의 선언문이었다.
그것은 태서(太誓) 즉 큰 맹세라 불리었는데, 처음에는 주왕의 극악무도함을 나열하고 결과적으로 하늘도 이를 버렸다는 것이고. 이에 무왕이 하늘의 명을 받아 포악한 주왕을 응징하게 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무왕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굳게 뭉치자는 것이었다. 이 선언문은 후세의 정치선언의 규칙으로 자리 잡는다.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고려가 신라를 대체하며, 조선이 고려의 바탕 위에 나라를 세울 때도 똑같았다. 그뿐인가.
같은 왕조의 골육상쟁인 이방원이 일으킨 1차 왕자의 난 때도 그러했고. 수양대군이 단종을 끌어내는 계유정난. 서인(西人)들이 광해군을 몰아내는 인조반정 때도 이 말은 일관되었다.
심지어는 민중봉기인 고려 만적의 난과 조선의 이인좌의 난. 홍경래의 난에서도 그러했고, 중국 진나라 때 진승·오광의 난. 한나라 때 황소의 난. 당나라 때 측천무후에 대항한 서경업의 난. 명나라 때 이자성의 난 때나 청나라 때 태평천국의 난 때도 역시 닮은꼴이었다.
이러한 것은 정치에는 명분이 필요한데, 이 명분이 거창할수록 정당성은 더욱 확보되는 것이고. 그래야만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대방은 악이고 나는 선이며. 상대방은 하늘이 노했으며 반대로 나는 하늘이 기뻐하는 자이고. 구왕조(舊王朝)나 전정권(前政權)은 언제나 부패했고. 신왕조(新王朝)나 후정권(後政權)은 정의롭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민주주의를 한다는 현대에 들어와서도 대동소이하다. 옛날에는 폭정의 제거. 종묘사식의 보존 등이 명분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참된 사람. 혁신. 정권교체 등으로 바뀌었다.
합헌 정부를 무너뜨리는 쿠데타에서도 이 논리를 써먹고. 신당(新黨)을 만들거나 분당(分黨)을 하면서도 또 이 논리를 써먹는다.
그렇다면 과연 그러한 정치적 거사에서 그들이 내세운 명분은 어떻게 되었는가?
유감스럽게도 역사를 살펴보면 단지 상층부의 이동이나 교체에 불과할 뿐이었다. 말잔치였던 것이다.
백성은 옛 시인이 지적한 것처럼「나라가 흥해도 고통(興. 百姓苦!) 나라가 망해도 고통 (亡, 百姓苦!)」인 것이다.
백성은 다만 가만있는데 바람이 와서 흔들어대고 눈·비가 와서 어지럽게 할 뿐인 것이다. 결국 한 두 사람의 정치적 야욕이「하늘의 뜻」이니「별도 달도 빛을 잃었다.」식으로 부풀려지고. 곧 새 세상과 새 시대가 온다는 등의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혁명과 쿠데타와 분당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할 뿐이다.
-해 아래 새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사람들의 정치행위가 끊어지지 않는 한,앞으로도 주무왕의 선언을 모범으로 삼는 정치선언은 계속 울려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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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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