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 수저 흙 수저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이규보의「망남가음(望南家吟)」이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남쪽 집은 부유하고. (南家富)
동쪽 집은 가난하네 (東家貧)
남쪽 집에서는 흐드러진 가무소리 (南家歌舞))
동쪽 집에서는 곡소리. (東家哭)

두보의「서울에서 봉선현으로 가며 느낀 감회 500자」란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귀족들 집에서는 술과 고기 썩는 냄새 (朱門酒肉腐)
길에는 얼어 죽은 사람들의 시체. (路有凍死骨)

세상 모든 것은 처음에는 신선하고 부드러운 것도 세월이 감에 따라 막히고 굳어지고 썩게 마련인데, 사회나 나라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규보가 살던 고려나 두목이 살던 당나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오늘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이들이「헬 조선」을 말하면서 힘들어 하고.「금 수저 흙 수저」를 말하면서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신골품제」에 낙심하고.「신양반제」에 낙담하고 있다. 이것이 단순히 법규 몇 개 만든다고 고쳐지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구조적인 것을 보지 못하고 표면만 본 것이다.

그간 우리는 몇 사람의 권력욕을 위한 정치적 민주주의 그것도 허울적 민주주의에만 관심을 가졌지 인간적인 삶의 바탕인 사회적 민주주의나 경제적 민주주의 그리고 인간적 삶의 완성인 문화적 민주주의는 외면하거나 간과하며 지냈다. 이제 그 댓가를 치루는 것이다.

성장단계에서는 활력이고 선(善)인 것이 이제 쇠락기에서는 장애가 되고 선이 못되고 있다. 이미 전성기를 지난 사람들이 상층부에 똬리를 틀고서 상왕(上王)이나 태상왕(太上王) 행세를 하고 있다. 갖가지 관피아. 전관예우. 재벌들의 2·3세 세습. 대기업노조의 세습고용 등.

이미 우리 사회는「개천에서 용이 나는」선순환은 끝나고. 어느 사람은 금 수저를 물고 나와 넘치는 잉여에 즐거워하는가 하면 어느 사람은 흙 수저를 물고 나와 소외가 깊어가는 악순환의 사회가 된 것이다. 꿈을 꿀 수 없는 사회. 꿈을 이룰 수 없는 사회는 이미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빨리 빈부의 양극화를 막지 못하거나 제어하지 못하면 지금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한 계급사회를 깨뜨릴 수 없고.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스스로 혁신을 못하면 강제로 개혁을 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사방이 높은 벽으로 쳐진 사회를 만들고자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피땀으로 이룩한 가치와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도 빈부의 세습화만은 꼭 막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민주화하자는 것도 이런 통찰의 힘 때문일 것이다. 장뢰란 시인의「노동가」는 이렇게 끝난다.「하늘이 사람을 내었을 땐. 정성깨나 들였으련만, 마소보다 박복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天工作民良久難 誰知不如牛馬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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