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사람을 제거하는 것은 악 중의 악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나는 일전에「불행한 나라」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 거기에서 정직하고 강직한 관리가 없는 나라가 불행한 나라라고 했다. 백제 의자왕 때의 충신 성충, 계백. 흥수와 중국 은나라 비간과 명나라 가정제 주후총 때의 해서 그리고 영국 헨리 8세 때의 토마스 모어경이 그 사람들인 것이다.
명말 청초 사람 고염무는 명나라의 멸망원인으로「몰염치한 선비」들을 들었는데, 이는 매우 탁견이자 혜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직하고 강직한 관리의 부재(不在)만이 망국으로 가는 길이고 불행한 나라는 아닌 것이다.「몰염치한 지도자의 존재」도 전자 못지않다고 말할 수 있다.
명나라 가정제 주후총은 듣도 보도 못한 하급관리 해서라는 사람에 의해「황제가 황제답지 못하고」,「모든 악의 근거이자 중심」이라는 상소문을 받아들고 한 편으로는 참담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탄식하며 이런 말을 내뱉는다. 「네가 비간이 되려하나 나는 주왕이 되고 싶지 않다.」라고.
비간이 누구인가? 상나라 마지막 왕 주의 숙부로써 조카를 간하다가 간을 도려내는 형벌을 받고 죽임을 당한 사람이 아닌가. 역사가들은 주후총을 현명한 군주나 영명한 군주라고 부르지 않으며 대신 아둔한 군주의 줄에 세운다. 그 아둔한 군주도 천하의 정직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일국의 군주가 여색을 탐하고 궁전을 짓고 사치를 부리는 것은 정도의 문제이지만 정직한 사람을 제거하는 것은 악 중의 악이자 천자의 도리가 아니란 것을 주후총도 알았던 것이다. 주후총은 자기는 당태종이나 송태조는 못되지만 결코 폭군 걸왕이나 주왕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을 한 것이다.
「선정(善政) 100개가 악정(惡政) 하나를 못 당한다.」는 말이 예부터 있었다.「사대부는 죽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은 대소 관리들의 충언과 직언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위징이 시공(時空)을 넘고 또 충신을 넘어 양신(良臣)으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것은 당태종 이세민이라는 걸출한 군주를 만났기 때문인 것이다.
조선의 세종이나 정조의 역량도 없으면서 그 흉내를 내는 것도 우습거니와 주후총 정도의 교양과 식견이 없는 것도 볼썽사나운 것이다. 지도자가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나라. 지도자가 사람을 깎아내리는 나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망국으로 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예외 없이 불행한 나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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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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