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소원’ 이라고 말하며 산지도 70년이 되었다. 그러나 통일이 얼마나 가까워 졌는지 아니면 더욱 멀어지고 있는지 잘 알기 힘든 답답한 세월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역대정권 모두, 그리고 북한 정권도 모두, 남북한 국민들 모두가 원하는 통일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통일 노력의 진정성이 부족해서 였던 것인가? 혹은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기에 이룩할 수 없었던 것인가? 아니면 통일에 대한 노력과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이었나?

2015년 7월 인 현재 우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일은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기 직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절대 병기(Absolute Weapon) 라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통일을 이룩한다는 게, 그것도 우리가 주도하는 통일을 이룩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핵무장을 완성한 북한은 압도적인 대남 군사 전략적 우위 상황에서 자신이 주도하는 통일을 이룩하려고 온갖 술책을 강구할 것이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핵전쟁을 벌이겠다는 공갈로 대한민국을 꼼짝 못하게 묶어둔 채, 온갖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핵무장은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더욱 멀어지게 하며, 북한이 원하는 무력 통일의 가능성은 오히려 높이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처럼 우리가 원하는 자유, 민주, 평화 통일이, 대한민국의 종합 국력이 북한보다 수 십 배나 막강해진 지금도, 과연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동안 통일에 대한 우리의 접근이 효과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통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통일은 두 개의 정치 체제가 하나가 되는 일이다. 통일은 분열적으로 존재하던 나라들이 혹은 분단 된 나라들이 하나가 되는 일이다. 프러시아에 의한 독일 통일, 신라에 의한 3국 통일 등은 분열적으로 존재하던 나라들이 하나가 된 사례다. 1990년에 이루어진 동서독의 통일, 1975년 이루어진 남북 베트남의 통일은 분단된 나라들이 다시 하나가 된 사례들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연방에서 탈퇴하려는 나라를 격파함으로써 통일 국가를 지속한 사례다.

역사상 통일과정은 “대부분” 이 “전쟁”을 통해서 이룩되었지만 희귀한 경우 “평화통일” 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역사상 단 하나의 예외도 없는 것은, 모든 통일의 결과는 통일을 주도한 나라의 정치 경제 체제로 단일화 되는 통일이었다는 점이다. 어정쩡한 상태에서 두 개의 정치 체제가 짬뽕 식으로 합쳐진 경우란 없었다. 통일은 언제라도 강한 쪽의 정치, 경제 체제로 단일화 되는 정치과정이었다. 흔히 하는 말로 모든 통일은 “흡수통일” 이었다.

역사상 흡수통일이 아닌 통일이 없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지도자들과 일부 국민들 중에는 “흡수통일” 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흡

통일이 아닌 통일이 도데체 어떻게 가능한지 그들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통일을 주도할 가능성이 없는 체제, 통일 당할 가능성이 높은 체제는 기를 쓰고 통일을 막으려 할 것이다. 통일 당함을 막기 어려워 질 때 그 정치 체제는 마지막으로 전쟁이라는 수단에 호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역사상 대부분의 통일은 ‘폭력적’ 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평화적으로 죽기보다 싸우다 죽는 것을 택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들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국내정치적인 일이 아니다. 통일은 반드시 국제정치의 변혁을 초래하는 국제정치적 사건이다. 두 나라 혹은 그 보다 많은 수의 나라가 한나라가 되는 일은 국제정치에 강력한 국가의 출현을 의미하며 국제구조의 변동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웃 나라들은 옆의 나라가 통일을 이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웃에 강국(强國)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논리다. 그래서 비스마르크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프랑스 등 당대의 강대국을 차례로 격파하는 대 전쟁을 치르고서야 비로소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상 역사적 사례들은 오늘의 한반도 통일을 논하는 경우에도 모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들이다. 대한민국이 통일을 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은 통일을 당하는 것이다. 역(逆)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통일을 주도한다면 대한민국은 통일을 당하게 될 것이다. 통일을 주도하는 나라의 이름이 통일된 나라의 이름이 될 것이다. 통일을 당한 나라의 정치, 경체제체와 국호는 소멸 될 것이다. 독일의 통일과 베트남의 통일이 그러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을 관찰 해 본 누구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통일의 대세는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로 되어 있다. 즉 북한이 통일을 당할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북한은 그런 통일을 결코 원치 않는다. 그래서 국민이 굶어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폭탄을 만든 것이다. 북한의 핵폭탄은 북한이 대한민국에 의해 통일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도구로서 만든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한반도에 상당히 강한 국가의 출현을 의미한다. 당연히 한반도의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이를 좋아할 이유가 없다. 강한 이웃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국가 안보의 요체다. 중국은 60 년 전 한국이 통일되는 것이 두려워서 100만 대군을 파견, 자기 나라 수십만 젊은이의 피를 흘리게 했다. 당시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지정학적 고려는 지금도 변한 바 없다.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중국 때문에 통일이 어려울 것이라고 믿고 있는 데 올바른 생각이다.

통일을 이루려는 우리의 정성과 힘이 통일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북한과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에 호의적일 수 없는 중국과 일본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힘을 합친 힘보다 더 강할 때 우리는 비로소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통일은 말로 하거나 협의를 이룸으로써 이뤄지지 않는다. 통일은 막강한 힘으로 밀어 붙일 때 이뤄지는 것이다. 전쟁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의 의지와 힘이 강력해야 평화 통일도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대업중의 대업이며 이를 위해 막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2.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 국제정치의 변혁을 의미한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처럼 통일은 국가 대업이며 국제정치적인 사건이다. 북한 뿐 아니라 이웃나라들과도 관련되는 일이다. 특히 한반도의 통일은 국제정치적인 대사건이 될 것이다. 한반도가 분단 된 것이 국제정치에 의한 것이었던 것처럼 통일 역시 국제정치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구조변동을 초래 할 일이다. 현상의 대폭적인 변경을 초래 할 일이다. 그처럼 큰일이 自主的으로 이루어 질 수 없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한 말 “한반도의 자주적 통일을 지지 한다” 는 말은 현실적으로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더욱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시진핑 주석이 한 말은 “미국이 개입하는 통일에 (즉 자주적이지 않은 통일에) 절대 반대 한다.” 는 의미다.

그런데 북한이 반대하고,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이 원하지 않는 통일을 우리 힘 만 가지고 달성 할 수 있는가? 막강한 서독도 통일을 자기 힘으로 이룩하지 못했다. 서독의 통일은 주변의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다 반대했었다. 서독의 통일은 미국의 지원으로 비로소 가능했던 것이고 우리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한반도 통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고 단언하는 베를린 대학 박성조 교수의 언급은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래서 한반도의 통일은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구조적, 지정학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는 미국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지원이 없을 때 우리 힘만으로 통일에 반대하는 힘(중국, 일본, 북한의 통일 반대 세력) 을 제압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특히 대한민국의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국 사람들이다. 미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는 이유는 우선 그것이 미국에게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된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원교근공(遠交近攻) 이라는 수 천 년 동안 증명된 국제정치의 철칙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남북한 중 누가 주역이 되는 통일도 다 반대한다. 미국은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한반도 통일을 반대 할 필요가 없다. 특히 통일된 한반도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정석(定石)일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이룩할 필요성도 느낄 것이다. 부상하는 강대국 중국과 대결하는데 있어서 중국의 문턱에 붙어있는 한반도가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사실은 미국에게는 결정적으로 득이 되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많은 미국 학자와 정치가들이 한국의 통일, 북한의 멸망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니라의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제정치의 현상을 냉혹하게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누가 우리나라의 통일을 지지하고 누가 반대하는 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지하는 힘을 극대화 시키고 빈대하는 힘을 극소화 시키는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

3. 통일의 리더십은 용기와 변혁의 리더십 (Transformational Leadership)

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은 국내정치는 물론 국제정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은 기왕의 국가보다 인구가 불어나고, 영토가 커진 대형국가를 만드는 일이나 마찬 가지다. 특히 상이한 체제에서 심지어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고 살았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일이기 때문에 통일은 반드시 정치, 경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야 마는 일이다. 그래서 적어도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통일의 리더십은 분단시대 지도력보다 엄청나게 향상된 탁월한 능력의 리더십이어야만 한다. 더 큰 나라, 더욱 복잡한 나라를 이끌어 나갈수 있는 리더십이어야 통일을 이룩하고 통일된 나라를 통합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통일의 리더십은 국제정치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리더십이다. 세계 역사상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이 출현했었는데 그중에서도 정치체제를 통일한 지도자, 혹은 분단을 막은 지도자들은 가장 탁월한 지도자로 분류되기 마련이다.

삼국 통일을 이룩한 김유신과 김춘추, 미국의 분열을 막고 통일국가를 유지하는데 성공한 링컨 대통령, 수 백 개 약소국으로 분열 되어 있던 게르만 족속의 국가들을 도이칠란트 제국으로 확대한 비스마르크, 베트남의 통일을 이룩한 호치민 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으로 탁월한 리더들로 존경받는 사람들이다.

통일이란 국제정치의 대변화를 초래하는 일이기 때문에 통일을 이룩한 지도자들은 현상을 유지한 사람들이 아니라 현상을 타파한 사람들이다. 언제라도 기왕의 상황을 타파하고 새로운 상황을 창조하는 일은 현 상황에 안주하고 적은 하는 일 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통일을 이룩한 사람들은 세상을 새로 만든 사람들 이었다. 즉 그들은 시대를 만든 영웅들이었다. “영웅들은 시대를 만든다.” (英雄 造時)

세계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통일과정인 1970년대 독일의 통일을 보면서 통일의 리더십을 다시 음미해 보자. 영국, 프랑스와 달리 중부유럽에는 게르만족의 작은 나라들이 수 백 개 이상 산재하고 있었다. 물론 프랑스, 영국과 상대할 만큼 강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프러시아만 게르만 민족이 만든 가장 나라 다룬 나라였다. 이태리의 독립에 자극받은 게르만 인들은 1859년 9월 독일민족연합을 결성, 프러시아를 중심으로 독일 통일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혁 운동은 역시 탁월한 지도자가 없으면 안된다. 독일통일의 영웅은 빌헬름 1세와 그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였다.

1861년 형이 사망한 후 왕위를 계승한 빌헬름 1세는 전문적인 군인이었으며 왕위에 오르자 군사개혁부터 단행 하였다. 군복무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했으며[준비태세] 독립적인 예비군도 작추기 시작했다. 빌헬름 1세는 1862년 9월 22일 통일 대업을 이룩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인 비스마르크 당시 파리 주재 대사를 귀국 시켜 재상에 중용했다. [적재적소에 인물배치] 훌륭한 리더는 혼자하지 않는다. 탁월한 인물과 함께 한다. 그래서 역사상 유명한 변혁의 리더십은 복수의 지도자들로 구성된다. 김춘추-김유신, 유성룡-이순신,빌헬름-비스마르크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재상이 된 직후 일주일째인 1862년 9월29일에서 비스마르크가 행한 연설은 역사의 명연설 이었다. “비엔나 조약 이래 우리의 국경은 ‘건전한 민족 생활에는 적합 치 않은 것 이었다.’ 이시대의 중요한 문제는 마치 1848년과 1849년의 오류에서처럼 연설이나 다수결에 의한 결정으로 좌우 되는 것이 아니다. 鐵과 血에 의해서 결정 되는 것이다.” 사실 오스트리아와의 戰爭 없이 독일의 통일은 불가능한 일 이었다.

우리나라의 리더중 이처럼 과감한 연설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있는가? 아마도 오늘 이승만과 박정희가 살아 있다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비스마르크의 말처럼 “1953년 휴전협정 이래 우리의 국경은 건전한 민족 생활에는 적합지 않은 것이었다. 이 시대의 중요한 문제는 마치 남북합의서, 6.15 선언의 오류에서 처럼 포퓰리즘적 타협을 통해서는 해소 될 수 없는 일이다. 한반도의 자유 민주 통일은 오직 의지와 힘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는 일이다.” 라고 진실을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지도자는 있는가?

독일통일의 과정은 빌헬름 1세와 비스마르크의 정교한 계획아래 하나씩 추진되어 나갔다. 위험한 일이었지만 결코 공허한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독일의 통일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의 순서를 정했다. 그리고 약한 세력부터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덴마크에 먼저 시비를 걸었다. 엘베공국, 슐레스비히 홀시타인 문제를 야기했다. 게르만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슐레스비히 홀스타인에 대해, 덴마크 왕이 합병 발표하도록 유도했다. 비스마르크는 자신의 철혈정책을 시작할 계기를 얻었다.

영국이 덴마크를 적극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꿰뚫고 행한 잘 계산된 전쟁이었다. 영국은 해양 국가이기 때문에 많은 지상군 병력을 파견 할 수 없으리라고 예상했고, 큰 병력을 파견 할 수 있는 러시아와는 사전에 우호관계를 확보해 놓았다. 그래서 1864년, 덴마크와의 첫 번째 전쟁은 비스마르크의 손쉬운 승리로 귀결 되었다.

이후 빌헬름1세와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두 번째 전쟁인 오스트리아-프러시아 전쟁(1866-1866)을 벌였고 규모는 상당했지만 7주 만에 승리를 거두었다. 다들 오스트리아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프러시아 육군의 다발식 후장총은 오스트리아의 전장총을 압도하는 것 이었다. 미리 미리 남보다 앞서서 준비해 두었던 것 들이다. 승리에 도취한 프러시아군은 비엔나까지 공격하자고 흥분했지만 비스마르크는 이를 자제시켰다. 대신 평화협정을 우선 요구, 니콜스브르그에서 예비 평화회담이 열렸다.

세 번째 전쟁 즉 프랑스와의 대 전쟁을 위한 정치작업이었다. 프랑스를 굴복시키지 않는 한 독일 통일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비스마르크는 용의주도한 계획으로 프랑스가 먼저 선전포고를 하게 만들었다. 반년정도 지속된 전쟁을 통해 프러시아는 강대국 프랑스를 굴복시킴으로써 통일의 마지막 장애물을 제압했다. 1871년 파리를 함락한 프러시아는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독일제국을 만 천하에 선포했다.

오늘 우리나라의 통일을 비스마르크 식 전쟁으로 이룩하자는 말이 아니다. 비스마르크의 후손들인 오늘날의 독일인들은 주변국의 반대를 미국의 힘을 끌어들임으로 무마시켰다. 미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서독은 독일의 통일을 두려워하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반대를 물리치고 독일의 통일 위업을 이룰 수 있었다. 미국은 독일의 통일을 두려워하고 반대하는 영국, 러시아, 프랑스를 설득, 회유 혹은 위압함으로써 독일의 통일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힘을 적극 활용하면, 평화적인 방법으로 비스마르크 식으로 한반도 통일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4. 대한민국에 비전과 용기를 겸비한 변혁의 리더 출현을 기대함

건국의 초석을 쌓고 북한과 3년간의 처절한 전쟁을 치른 이승만 대통령, 고루한 농업국가를 벗어나지 못한 대한민국을 현대 산업 국가로 바꾼 박정희 대통령 등 2명의 한국 대통령은 대통령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분류하는,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는 ‘변혁의 리더’ (Transformational Leaders) 라고 불리기 충분하다. 이승만, 박정희에 의해 대한민국은 종합 국력 부문에서 북한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북한보다 훨씬 못한 대한민국을 이끌어간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은 대한민국 통일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기초 체력을 다져 놓았다. 외교력(이승만의 한미동맹), 경제력(박정희의 근대화)에서 북한을 제압한 대한민국을 물려받은 후세의 대통령들 중에는, 불행하게도 변혁의 지도자는 나오지 못했다.

한반도의 현상을 유지하고 대한민국의 현상을 유지하는 데는 일정 정도 성공 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대통령은 없었다. 박정희 이후의 모든 대통령은 분단시대를 관리(manage)한 대통령이었지 분단을 타파하고 통일을 추구한 대통령은 없었다. 변혁의 지도자라기보다는 상황에 적응한 지도자들이었다. 물론 모두들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정책을 수립했지만 통일은 한반도의 대변혁, 동북아시아 국제구조의 변화, 궁극적으로 북한 공산독재체제의 소멸을 의미한다는 상식적인 진리조차 감히 말하지도 못했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느라 급급한 경우도 있었다.

반면 북한은 언제라도 남조선의 소멸을 당당하게 이야기 했다. 불바다 예기도 주저하지 않았고 지금은 핵 불바다 이야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제 한반도는 정상(正常)을 회복해야 한다. 한국의 국력이 북한을 앞선 지 불과 3년 정도후인 1976년 북한의 도끼 만행 사건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은 당당하고 준엄하게 “미친개에는 몽둥이가 약” 이라고 꾸짖었다.

박정희 대통령이후 80년대 10년간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을 거듭했고 오늘 이 순간 대한민국의 종합 국력은 족히 북한의 30배는 될 것이다. 경제력은 거의 40배에 이르며, 인구도 두 배가 넘는다. 게다가 세계 패권국 미국과 동맹이며, 작금의 위정자들, 그리고 상당수 국민들은 중국도 한국 편이라 한다.(나는 솔직히 이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쩔쩔매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이어야 한다.

세계 어떤 국제 관계에서 30배나 더 강한 나라가 종합국력 1/30 짜리 허약한 나라에게 쩔쩔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한반도의 국제정치 상황은 확실히 비정상이다. 국제정치는 힘의 정치(Power Politics)다,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에게 쩔쩔매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한반도의 국제정치상황은 극도로 비정상이며 이는 다시 정상화 되어야 한다.

쩔쩔매야 하는 나라는 북한이지 대한민국이 아니다. 상황이 정상화 되면 북한 정권이 쩔쩔매게 된다. 모든 면에서 강하고 우수한 체제가 통일의 주역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반도의 국제정치가 정상화 되는 날, 비로소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평화통일의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 될 수 있다. 서독은 동독 앞에서 쩔쩔매지 않았다. 공짜로 주지도 않았다. 대가를 얻어냈다. 더욱이 동독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았다.

한반도는 어떠한가? 대한민국과 북한이 대화를 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완전히 북한이 마음먹기 나름이다. 북한은 언제든지 자신이 필요할 때면 대화를 할 수 있다. 한국은 북한이 하자면 무조건 해주는 나라이니까. 북한은 아무 때나 자신이 싫으면 대화를 하다가도 뛰쳐 나갔다.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와 주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굽실거리는 대한민국이 통일을 주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과 싸우자는 말이 아니다. 비굴하지 말자고 하는 말이다. 북한 정권의 지휘부에 대해 극존칭을 사용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은 이웃 민주우방국의 지도자를 경멸하는 데는 선수다. 일본(혹은 미국에게도) 같은 강대국에게도 막 대드는 대한민국이 북한에게는 왜 그리 쩔쩔매는가?

우리가 주도하는 통일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한반도 국제정치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침 현 대한민국 정부의 목표중 하나가 ‘비정상의 정상화’ 라고 하니 대한민국 최대의 대업인 통일의 필수조건이 되는 한반도 국제정치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일부터 하자. 그것이 오늘 한반도 통일을 이룩하는 리더십에 포함해야 할 첫 번째이자 최소한의 임무다.

김유신, 비스마르크, 브란트, 호치민 등은 모두 비전을 가진 용기 있는 지도자들 이었다. 용기 없는 지도자라면 통일이라는 대업을 애초 꿈꿀 필요가 없을 것이다. 허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현상 타파요 변혁이다. 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그래서 민족사의 영웅으로 남고 싶다면, 변혁의 리더가 되어야 하며 변혁적 리더는 우선 용기와 비전을 갖춰야 한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비전과 용기를 겸비한 변혁적 리더를 정말로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 리더 만이 70년 동안 지속된 민족의 애통(哀痛)을 종식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