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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우리에게 보낸 최후 경고 무시하면 미래 없다.
안호원 | 승인 2015.06.21 17:32

   
 
‘소 잃고 외양 깐 고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도 막는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이번 메르스가 발생하면서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말이다.

[안호원 칼럼위원,수필가 겸 시인]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사회가 혼란스러웠는데 그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복병 중동 발 메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온 나라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메르스의 공포는 세월호의 슬픔보다 강력하다. 세월호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슬퍼하는 감정이었지만, 메르스는 일상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노리기 때문에 두려움을 더 해주고 있다.

중동산 낙타 한 마리도 없는 대한민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 메르스)의 융단폭격을 받으면서,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일부 지자체는 독자 노선을 취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더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격리 자가 5000명을 뛰어넘었고, 심지어는 군 의료진까지 투입 될 정도가 되었다. 병원이 폐쇄되면서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 땅에서 태어나 중동지역에는 가보지도 않은 동물원 낙타들이 엉뚱하게 격리를 당하고 바이러스 검사까지 받는 곤욕을 치렀다.

또한 의사가 말려도 버젓이 해외 출장을 떠나고, 자가 격리 상태에서도 몰래 골프를 치러 가기도 했다. 아무리 의료진들이 단 도리를 하려해도 환자나 가족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감염자가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전염병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에는 변변한 전문 인력이 전무하다. 역학 조사관이 34명인데 정식 직원은 2명뿐이다. 나머지는 공중 보건의(醫)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전병율 연세 대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를 나가면 군의관이 뭘 알겠느냐며 우습게 본다.“ 며 ”날 빠진 칼을 주고 어떻게 전쟁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며 울분을 토한다.

대한민국의 자공 시스템이 정상이 아니다. 이 같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시스템은 박 대통령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메르스의 위험을 통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완전히 상실했다. 추락하는 경제처럼 대통령의 지지율도 20%대로 추락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여론과 주요 언론들은 초기 대응을 발 빠르게 하지 못한 정부 기관을 약속이나 한 듯 강하게 질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숭례문 방화 사건이나 지난 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를 겪고 나서도 정부의 초기대응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보니 국민은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되고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세월호와 같은 큰 사고를 겪으면서 초기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알고 있는데도 이 같은 실수가 반복되니까. 정부를 더욱 더 불신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미로 막을 일을 왜 정부는 항상 가래로 막으면서 예산을 낭비 하게 되는 것일까.

그 원인을 찾아보았더니 답이 쉽게 나왔다. 우리 문화가 ‘윗사람이 문제가 있는 의견을 내놓았을 때 그것을 아랫사람이 이견(異見)을 말하지 못하는 경직된 구조’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문제가 뻔히 보이는 일을 시켜도 로봇처럼 시키는 일만 하고 심지어는 윗사람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득하고, 일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정도로 일을 하면서 아까운 시간들을 소비했던 것이다.

이는 마치 어른이 말 할 때 감히 아랫사람이 끼어들 수 없다는 식의 권위적 논리다. 이런 분위기가 일의 효율성은 물론 상호간의 소통을 저해 하며 창의적 아이디어가 무시되었다.

이런 정부 조직이 되다보니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일과는 먼 수동적 자세가 되면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초기대응을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을 수 있는 구조에서 현장 실무진이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렵다는 말이다.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어느 한 순간에 쉽게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안 다. 해경이 세월호 사고 현장에 일찍 도착했으면서도 골든타임 동안 구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수백 명의 인명을 수장한 것이나, 숭례문 방화 때도 지붕을 뜯어 진화하지 않고 5시간에 걸친 소극적인 대처로 결국 누각이 붕괴되면서 보물을 잃는 등 재정적 손실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말만 할 뿐, 개선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가 없었다. 이제 뒤늦게 여론의 몰매를 맞으면서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대책을 마련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가 메르스 대책 지원비로 505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국무회의에서 물자. 장비구입. 의료진 파견 등을 위한 이 같은 예비비 지원 안을 즉석 안건으로 심의 의결 한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예산 지원도 좋지만 메리스 발병이 계기가 되어 대한민국의 잘못된 시스템을 수술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 체제를 바꾸었으면 한다.

모든 생명은 서로 의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잊고 있던 절대 진리를 메르스가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와 말 해준 것이다. 이대로 가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각성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감염병과 싸우는 것은 불확실성과 싸우는 것이다.보이는 전쟁보다 더 위험한 전쟁이다.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 정치적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이럴 때 일수록 리더는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결단 을 내려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이 절실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정치권은 그렇지 못했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예방의 중요성이다. 메르스의 충격은 작동을 멈춘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전면으로 바꿀 것을 명령하고 있다.

무력한 정부의 독주가 아니라 다수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소통형 민주주의 방식의 국정 운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이제는 정부도, 정치권도, 기업도, 노조도, 종교단체도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종말의 시대가 왔다.

우리는 메르스가 위기의 공동체에 보내는 최후의 경고를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 그럴 경우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자만해서는 이 나라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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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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