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새것이 없다.」는 말은 역시 명언이다.「역사는 발전한다.」는 믿음은 이미 흔들렸다.「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은 그냥 전해진 것이 아니다.

[김성춘 칼럼위원]1623년 광해군을 몰아내고 조선의 16대 임금 자리에 오른 인조와 이귀. 김류. 신경진 등의 반정공신들은 1624년에 일어난 이괄의 난을 가까스로 진압하고 다음해 1625년 (인조3년) 봄 회맹연과 분축연을 열어「정권의 무궁한 앞날」을 축원한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겨우 2개월이 지난 6월. 한양 성내에는 상시가(傷時歌)라는 수상한 노래가 떠돌기 시작한다.

상시가(傷時歌)란 시절을 한탄하는 노래라는 뜻으로 인조반정을 주도했던 공신들의 행태가 지난날 그들이 몰아낸 광해군 및 정권실세들이 보였던 행태와 너무나 닮았음을 통탄하는 것이다. 인조반정의 명분이 약한 것은 별도로 하더라도.

이때 사어(司御) 벼슬에 있던 강학년(姜鶴年)은 1626년 (인조4) 12월 상소를 올려「즉위 이래 덕정(德政) 아닌 형정(刑政)으로 백성을 다스렸으며, 과중한 부역 때문에 백성들의 믿음을 잃었다.」며 비난하고.「이괄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백성들 가운데 서울을 떠나는 인조의 가마를 뒤따르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을 들어 민심이 떠났다고 통박했다. (이상 한명기의 병자호란에서 인용)

어찌 상시가가 이때만 불려 졌겠는가. 임진왜란 때 백성들이 북쪽으로 피란을 떠나는 임금 선조를 바라보며 어가에 돌을 던지고 경복궁에 불 질렀던 그때도 불렀을 것이고.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나와 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항복했을 때는 더욱 소리 높여 불려 졌을 것이다.

상시가는 신악(新惡)이 구악(舊惡) 못지않거나 능가할 때, 정치가 국민들과 유리될 때, 사람들을 이데올로기로 속박하거나 권력이 타락하고 부패할 때 불려진다. 상시가 드높은 곳에서는 희망은 없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상시가를 다시 부르게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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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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