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원,이태임

처음에는 이태임이 예원에게 욕을 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리는 진실게임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팩트를 보도한다는 연예전문 보도매체 ‘디스패치’가 제주도까지 방문하여 당시 상황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해녀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태임이 일방적으로 욕을 했다’고 보도하면서 전세는 급격하게 예원 쪽으로 기울었다.

예원이 약 2-3분여 동안 일방적으로 이태임에게 갖은 욕설을 듣고 인간적인 수모를 당한 것으로 복수의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이태임은 나쁜 인간’, ‘예원은 피해자’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퍼졌고, 이는 이태임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으로 이어졌다.

정신이 이상한 이태임이 선배를 위해 수건을 갖다 주며 위로하는 예원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연예계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난무했고, 일부에서는 이태임이 잠수시에 마시는 질소로 인해 정신이상이 왔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한 추측성 기사를 쓰기도 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이태임측은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원이 반말을 먼저 해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다. 죄송하다’는 입장을 발표 하고. 각종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광고에서도 퇴출됐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이태임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 반면 예원측은‘이태임에게 반말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며,‘이태임측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먼저 사과를 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태임의 앞날을 응원할 것’이라고 깜찍한 멘트를 내놨다.

상황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이태임은 자신의 성격을 못 이기고 호의로 수건을 갖다 주며 고생한 것을 위로하는 후배 예원을 향해 인간이하의 욕설을 퍼붓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비주얼만 아름다운 연예인, 반면 예원은 나이가 비록 어리지만 선배를 배려할 줄 알고 선배의 욕설에 반발도 못하는 순둥이 후배연예인. 제주도까지 찾아가 해녀를 인터뷰하면서 직접 팩트를 가져와 논란을 잠재우고 진실을 보도하는 현장중심의 해결사 언론 디스패치... 하지만 이태임과 예원이‘띠동갑내기 과외하기’ 프로그램 녹화 당시의 내용을 담은 영상이 3월 27일 퍼지면서 상황은 급반전 됐다.

해당 영상이 디스패치는 물론 대부분의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과 확연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예원측이 밝힌 반말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과도 정면 배치됐다.

예원은 당시 반말은 물론 욕설까지 했다. 또 추운겨울에 잠수하고 나온 선배를 향해 수건을 갖다 준 적도 없었다. 다만 “언니 저 맘에 안 들죠?”라는 뼈있는 말을 했을 뿐이다.

영상이 공개되자 인터넷과 SNS는 발칵 뒤집혔다. 당장 이태임과 예원이 실시간 검색어 1위와 2위에 오르고, 장시간 이를 유지하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태임과 예원 기사와 SNS에는 예원을 비판하고 이태임을 옹호하는 글들이 난무했다.

디스패치의 편파보도를 성토하는 의견도 있었고, “언니 저 맘에 안 들죠?”라는 문구를 페러디 한 게시물도 속속들이 올라왔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너 어디서 반 마리니?’ ‘치킨 맘에 안 들죠?’”라는 광고와, ‘감독님 저 맘에 안 들죠?’라는 스포츠 기사도 등장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예원의 사과를 촉구하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고, 이태임과 똑같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곧 행동으로 옮겨져 예원이 출연하는 ‘우리결혼했어요’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예원의 퇴출을 요구하는 글들로 도배가 되기도 했다.

급기야 해당 방송은 예원분량을 통편집 했고, JTBC는 예원이 출연하는 ‘우리집’이라는 프로그램을 결방했다. 자유시장경제논리로 보면 당연한 것이다. 연예인과 방송국은 공급자이고 시청자는 수요자인데.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아이템을 공급자가 굳이 공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이태임과 예원을 둘러싼 ‘욕설과 반말’ 논란이 전개되는 과정과 파장을 보면 좀 의아하다고 한다. 이태임과 예원은 우리가 소위 말한 톱스타도 아니고, 그들의 일탈행위가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거나 우리 사회에 현저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둘 사이의 논란이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원인으로 예원측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괘씸죄’,‘이태임을 일방적으로 비난한 네티즌들의 반성’,‘이태임의 연예인 활동을 망친 예원에 대한 공분’, ‘왜곡된 사실과 고통 받는 이태임에 대한 동정’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여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바로 공정사회에 목마른 우리 국민들의 ‘아우성’이다. 우리국민들은 공정사회를 매우 갈망한다. 몇 해 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공정사회와 관련한 도서들이 수시로 출판되며, 포럼과 토론의 주제로도 많이 오르고 있다.

압축성장의 폐해로 우리사회 곳곳에 공정하지 못한 점이 많이 드러나며 이것이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있기에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공정사회’는 유치환 선생이 말씀하신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다.

꼭 가야 하지만 가기가 힘든 푸른 해원! 이태임-예원 사건은 공정하지 못한 우리사회의 전형적인 사례다. 진실이 밝혀지고 보니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던 예원측이 먼저 원인을 제공했고, 가해자였다고 생각됐던 이태임은 언론과 여론이 만들어낸 희생양이었다.

앞에서 쭉 과정을 나열한 것을 보면 얼마나 이번 사태가 불공정한지 잘 나온다. ‘디스패치 보도’,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다문 띠동갑 과외하기 스탭’, ‘반말을 안했다는 예원측’등이 이태임에 피해자가 되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이라도 사실을 말했으면 이런 사태까지는 안 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진실 앞에 입을 다물거나 잘못되고 왜곡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했다. 이런 점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고 이를 인터넷과 SNS를 통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흔히들 공정사회의 가치로 기회균등과 사회적 연대, 그리고 법치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이태임-예원 파문은 이런 가치들에 정면 위배된다. 일부에서 잘못되고 왜곡된 정보를 제공 했기에 법치를 해쳤고, 이 과정에서 이태임의 기회는 박탈하고 예원은 상대적인 이득을 봤다.

기회균등이라는 가치가 무색해졌다. 더불어 예원측은 사실을 왜곡하며 자신들의 이득만을 추구하고 이태임에게 피해를 주어 사회적인 연대를 훼손했다. 국민들이 뿔날만 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추이를 지켜보고 잘못된 점에는 여론의 뭇매를 가할 것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권순익  special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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