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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먹기만 해도 살 빠지기
이종호 | 승인 2015.03.27 15:07

   
비만
사람에 따라 선택적인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

[이종호 과학국가박사]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되어 연합군의 포로들이 석방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란 것은 비만 즉 살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일반 사병들이야 열악한 환경에서 공급되는 식사가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체격이 건장했던 일부 장군들의 경우 제공된 음식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학자들은 포로수용소에서 아무리 좋은 음식이 제공되더라도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하여 살이 찔 수 없다고 단언한다. 역으로 생각하여 비만인 사람이 포로수용소와 같은 생활을 한다면 공포의 살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포로수용소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욕심은 한정 없어 포로수용소와 같은 열악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즉 먹고 싶을 때 마음껏 먹으면서도 살이 찌지 않는 방법을 기대한다. 먹고 싶을 때 마음껏 먹으면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적이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은 덤으로 성인병까지 예방해준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만능 기능성 음식에 거는 기대는 생각보다 높다. .

그런데 이제마(李濟馬, 1838~1900)는 이 문제에 이의를 제기했다. 인간이 워낙 오묘한 동물이므로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만병 기능성 음식은 없다는 것이다. 이제마는 인간의 선천적인 체질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하여 각각 그 체질에 따라 병의 증세를 살피고 동일한 질병이라도 체질에 따라 약을 달리 써야 한다는 사상의학을 개척했다. 소위 인간의 체질에 따라 맞춤형 치료의 길을 열어놓았는데 이제마의 아이디어는 매우 단순하다. 각자에 알맞은 식생활 유지가 질병 치료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근래 의학계에서 매우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인간의 몸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라 체질을 3종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는 인간의 침․피부․대변 등의 표본을 채취해 박테리아의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몸 안에서 지배적으로 발견되는 박테리아의 종류는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 프레보텔라(Prevotella), 루미노코쿠스(Ruminococcus) 등 3종류라고 밝혔다.

박테리아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인간의 몸에는 약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 즉 세균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 놀랄 것이다. 몸 속에 1500여 종류가 넘는 수많은 박테리아들이 있다고 알려지는데 이 중 99%는 장에 거주하면서 대부분이 좋은 역할을 한다. 식물의 섬유소를 분해해 인체가 흡수할 수 있는 탄수화물로 전환하며, 다양한 비타민을 생산하고,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이들이 3가지 유형의 '지배적 박테리아'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데 나이, 성별은 물론 인종적으로도 차이가 없다. 체내 박테리아들의 생태계는 마치 숲의 조성 과정과 유사하다. 숲에는 여러 종의 생물이 모여 살지만, 툰드라․열대우림․사바나처럼 이들의 차이를 확실하게 분류할 수 있는 명확한 생태계 구성 방식이 존재한다. 즉 인간의 몸 안에 지배적 박테리아 즉 3개의 주력부대를 중심으로 그 밖의 박테리아가 모여 사는, 박테리아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페어 보르크 박사는 지배적 박테리아를 기준으로 한 체질 분류에 ‘장유형(腸類型, Enterotypes)'이란 이름을 붙였다. 장유형이란 사람의 소화기 내에서 세균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유기체의 분류를 뜻한다. 한 사람의 장 속엔 인간의 세포 수와 거의 비슷한 약 100조 개(인간의 세포수를 60조로 추정하기도 함)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이 중 99%는 장에 거주하면서 대부분이 좋은 역할을 한다. 식물의 섬유소를 분해해 인체가 흡수할 수 있는 탄수화물로 전환하며, 다양한 비타민을 생산하고,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박테리아마다 다른 효소를 지니고 있으므로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라 역할도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테로이데스' 유형에선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능력이 좋아 비만이 별로 없으며 '비오틴'이라 불리는 비타민B7이 많이 만들어진다. 비오틴은 피부나 머리카락을 건강하게 가꿔주는 미(美)의 비타민이라고 알려져 있다.

'프레보텔라'는 배앓이를 많이 하게 하지만 대신에 ‘티아민(비타민B1)'을 특히 많이 생성한다. 티아민은 피로회복비타민이라고 불릴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 피곤함이나 집중력 저하 등을 막아주는 비타민으로 이들이 부족할 경우 신경염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루미노코쿠스는 포도당을 잘 흡수하므로 살이 찔 확률이 높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루미노코쿠스가 많은 체질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평생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람, 남들보다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사람, 요구르트만 먹어도 배탈이 나는 경우 다른 사람과 다소 체질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통해 장 속의 박테리아 네트워크 유형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비로소 파악한 것이다.

학자들이 이들 발견에 주목하는 것은 100여 년 전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가 인간의 체질을 혈액형 중심으로 나눈 것처럼 이제부터 '체내 박테리아'라는 새 분류 기준으로 사람의 체질을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이의 파급효과는 상상할 수 없이 매우 크다.

한마디로 혈액형의 발견으로 수혈과 장기이식 분야에서 결정적인 진전을 가져온 것과 마찬가지로 박테리아의 성질을 이용한 체질 분류로 맞춤형 약물․신종 항생제 연구 등 의학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한마디로 박테리아 생태계를 조성하여 주면 맞춤형 의료가 될 수 있다.

한 예로 비만 유발 박테리아와 억제 박테리아가 적절하게 인체에서 존재할 수 있게 만든다면 또는 비만 유발 박테리아를 조절할 수 있다면 마음껏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병원균이 발붙이지 못할 박테리아로 체질을 바꾸어 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박테리아 형에 따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인간을 괴롭힌 대부분의 질병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의사들은 어떤 질병에 대항하는 특효약으로 알려진 약을 투여할 때 대략 50~60%의 환자들이 반응한다는 대략적 통계를 근거로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약효의 성능을 알려준다. 투여되는 약의 효능이 100퍼센트 효과를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를 역으로 말한다면 특정 약에 반응하지 않는 40〜50퍼센트는 약에 따른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유가 장형 박테리아일지 모른다는 뜻과도 같다. 한마디로 박테리아 체질을 완전하게 분석한다면 그동안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의 남용 등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이 이와 같이 장밋빛 예상을 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혈액형과 달리, 박테리아 유형이 후천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태어난 직후 장을 지배하는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라 장내 생태계가 3가지 유형 중 하나로 발전해간다는 뜻이다. 후천적으로 인위적 조절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장기이식을 하거나 수혈을 하기 전에 혈액형을 체크하듯, 각종 질병을 치료하기에 앞서 '박테리아 형(形)'부터 검사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 앞으로 자신의 혈액형이 무엇인지 알아두는 것이 필수인 것처럼 박테리아 형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큰 틀에서 이제마 선생이 말한 것처럼 사람에 따라 식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 과언이 아니다. 환자들의 경우 환자별 면역력에 따른 건강식품의 섭취가 매우 중요하므로 맞춤 건강 프로젝트를 진행 할 경우 나에게 꼭 맞고 위험이 적은 건강식품을 확인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질병에 따라 의사들은 적절한 음식과 기피해야 할 음식을 추천한다. 그러나 앞으로 질병에 따라 음식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박테리아에 따라 선택적으로 음식을 추천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절한 음식 섭취 즉 각자 갖고 있는 박테리아의 성격을 보다 파악한다면 사람에 따라 선택적인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박테리아의 구성비가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대의 제프리 고든 교수는 주류 박테리아인 피르미쿠테스(Firmicutes)와 박테로이디테스(Bacteroidetes)의 숫자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비만자는 날씬한 사람에 비해 피르미쿠테스가 20% 더 많았고 박테로이디테스는 90% 가까이 적었다. 비만자들은 이후 1년간 다이어트를 했다. 그러자 체중이 25%가량 줄면서 피르미쿠테스의 비율은 떨어졌고 박테로이디테스의 비율은 올라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날씬한 사람의 수준으로는 올라가지 못했다.

연구팀은 비만 생쥐와 날씬한 생쥐의 장내 박테리아를 무균 생쥐에 주입하여 정밀 검사했다. 비만 쪽 박테리아를 주입받은 생쥐들은 날씬한 쪽의 것을 주입받은 생쥐들에 비해 체지방 증가량이 두 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박테리아에 의해 체내 비만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일한 음식을 먹어도 사람에 따라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한다는 것으로 비만의 원인에 과식, 운동 부족, 유전자에 더해 장내 박테리아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기능성 치료 즉 맞춤형 비만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주력 박테리아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면 박테리아를 활용하는 방법이 개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혈액형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자신의 몸에 있는 주력 박테리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참고문헌 :
「"박테리아형 따라 병 치료하는 시대 올 것"」, 김신영, 조선일보, 2011.04.22
「몸 속 박테리아 따라 '3종류 체질' 나뉜다」, 김신영, 조선일보, 2011.04.22
「창자 속 세균 살피면 체질 보인다」, 코메디닷컴, 2011.04.23

「혈액형은 구식, 이제 박테리아로 체질 분류해」, 김희정, 과학향기, 2011.05.23
「[조현욱의 과학 산책] 비만 유발 박테리아」, 조현욱, 중앙일보, 20110426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 취득. 1982년 과학기술처의 유치 대상 해외 과학자로 선정돼 프랑스에서 귀국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기.

'노벨상이 만든 세상',‘로마제국의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85권의 과학 도서를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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