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규 전 중앙수사부장

[서원일 기자=푸른한국닷컴]24일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밝혔다.

이 전 중수부장은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는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중수부장은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서는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회고록 ‘운명’에서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 “공손한 말투로 어떻게 건방질 수가 있겠느냐”며 “사실은 책에 적힌 대로 공손하게 했지만 수사팀 자체에 대한 반감 탓에 문 대표가 그렇게 느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전 중수부장은 2011년 6월에도 "당시 노 대통령을 처음 뵈었을 때도 내가 상석에 앉거나 태도를 건방지게 해서 조금이라도 언짢게 느낄 만한 상황은 전혀 없었다. 조사 전에 한 10분에서 15분 정도 함께 있으면서 차를 마셨는데 여러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알 수 있는 내용이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는 "노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쳤을 무렵에는 내가 직접 중수부 특별조사실로 올라가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하고는 20분 정도 선 채로 있었다. 그때 노 대통령은 앉아 계셨고 나는 예를 차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4월30일박 전 회장으로부터 회갑선물(시계)을 포함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그해 5월 23일 자택 뒷산인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자살하였다.

한편, 이 전 중수부장은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와 이에 따른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연결됐다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돼 괴로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장녀 노정연 씨는 지난 2007년 미국의 아파트를 구입한 뒤 2008년 말 중도금 명목인 미화 100만 달러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아파트 원주인인 재미교포 경모씨에게 불법 송금한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자기 살겠다고 무덤에 가더라도 지켜야할 수사비화 공개와 국가정보기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고위공직자를 역임한 사람으로서의 바른 처세는 아니라고 본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서원일  swil@bluekoreadot.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