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독은 무엇일까?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사람은 가족이 없을 때나 연인이 떠났을 때 고독을 느끼지만, 금의야행(錦衣夜行)처럼 보아줄 사람이 없을 때나 무엇인가 공유(公有)할 수 없을 때에도 고독을 느끼게 된다. 굳이 구분하라면 앞의 것이 형이하학 고독이라면 뒤의 것은 형이상학 고독이라 할 것이다.

사람은 어느 날 내가「혼자」라는 것을 느끼고. 외롭거나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고독이 엄습(掩襲)한 것이다. 우리가 아는 철학자 니체는「고독을 운명처럼」산 사람이었지만, 고독은 운명보다 앞선 이 세상의 모든 단독자(單獨者)나 모든 개별자(個別者)들의 삶의 모습이고, 보편적 정서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독은 무엇일까? 그것은 전기(前記)한 고독 중에서 무엇인가를 공유(公有)할 수 없는 고독이 바로 그것이라 할 것이다. 사람이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할 수 없고. 세상의 경이나 신비를 같이 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고 가련하게 만드는 지를 여러분은 모를 것이다.

기탄없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 고독인 것이다. 일찍이 이스라엘에서 뼛속까지 고독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예수였다. 예수는 자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을 것을 알고서는 이런 기도를 한다.

「아버지여,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그리고는 돌아서서 제자들이 자는 것을 보고 베드로에게「시몬아. 자느냐. 네가 한 시도 깨어있을 수 없느냐.」고 말한다.

인간 예수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번민과 시름. 괴로움과 아픔을 같이 나눌 수 없다는데서 예수의 고독은 이제 더 이상 지탱할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또한 인자가 자기의 머리를 어디에도 둘 수 없는 마치「하늘가를 거니는 듯한 고독」인 것이다.

예수 다음으로 고독을 뼛속깊이 체험한 사람은 아마 우리에게 지음(知音)으로 잘 알려진 백아(伯牙)일 것이다. 백아는 우연히 종자기(鍾子期)를 만나 종자기가 자기가 타는 곡을 알아볼 뿐만 아니라 자기의 마음까지도 알아보는 것에 경탄한다. 그러나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은데서, 백아의 고독의 무게를 어림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한유의 어느 시 구절이다.

눈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따르지만(目前百口還相逐)
더불어 옛날일 논할 사람 없구나.(舊事無人可共論)

한유가 누구인가? 당송팔대가중의 한 사람이고. 맹자 이후 끊어진 유학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던가. 나는 이 싯귀에서 대문장가 한유의 뼈 시린 고독을 절절이 불 수 있었다.

이 고독은 역사적 고독이라 할 수 있고. 우주적 고독이라 할 수 있다. 이 고독은 나누거나 쪼개거나 자를 수도 없는 고독인 것이다. 이 고독은 천년동안 켜켜이 쌓인 고독이고. 천고의 세월동안 내려온 고독인 것이다.

이 고독은 아름다운 여인이 생기거나 최고의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해소되는 고독도 아니다. 이 고독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고독인 것이다. 단지 꽃과 강물, 바람과 구름만 조금 알 수 있는 고독인 것이다.

이 고독은 귀신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고독이고. 산마루에서 울거나 강가에서 울어야 조금은 풀리는 고독이다. 그래서 니체는 달리는 말을 부둥켜안고 울었던 것이고. 완적은 수레를 몰고 가다가 길이 끊어진 데서 대성통곡을 한 것이다.

이것은 낯짝은 아나 속내를 모르는 데서 오는 고독이고. 한 침상을 쓰나 다른 꿈을 꾸는데서 오는 고독이며, 같은 문자, 같은 부호. 같은 기호를 쓰나 점차 뜻이 달라지는데서 오는「통약불가능」의 고독이고. 오랑캐 땅에 유배를 가서 오랑캐의 말을 배우고 오랑캐의 얼굴을 닮아가는「조언이면(鳥言夷面)」의 고독이며, 나란히 박힌 활자들 중에서 유독 한 활자만 거꾸로 박힌「야스퍼스」의 고독인 것이다.

-이 고독은 사람으로부터는 어떤 기쁨이나 즐거움도 구하거나 바랄 수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오는 고독인 것이다.

누구는「고독이 사람을 자유케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며 어느 정도가 되어야 그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일까?

아, 오늘 내가 저 한유와 같은 고독을 느끼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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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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