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일 기자=푸른한국닷컴]반 총장은 5일(한국 시간) 새벽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정치권과 언론에서 자신이 국내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전하고 있지만, 전혀 아는 바도 없으며 사실 무근이라”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반 총장은 “국제사회의 결집된 대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신국 국내 정치 관련 보도가 계속된다면 유엔 회원국들과 사무국 직원들로부터 불필요한 의문이 제기되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 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 총장은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일, 집중하고 있는 일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업무다.남은 임기 동안도 사무총장으로서의 소임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여론조사를 포함해 자신의 국내 정치 참여에 대한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이에 반 총장의 측근은 이번 성명이 명백한 대선 불출마 선언이냐는 질문에는 “유엔 사무총장의 맡은 소임을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라고만 답해 대선 불출마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우리가 영입해서 (당내) 다른 후보들과 같은 위치에서 경선을 시켜야 한다”면서 “반 총장과 상당히 가까운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새정치연합)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총장의 성품을 볼 때 그의 공식입장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은 외교관들 가운데 의외로 권력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해외에서 근무할 때도 국내정치에 관심이 많았으며 대선 때되면 대선후보의 동향에 촉각을 세웠다.

반기문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절대적인 도움으로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었지만 본인의 권력의지가 없었다면 될 수 없었던 일로 “국내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전하고 있지만, 전혀 아는 바도 없으며 사실 무근이다”것은 거짓해명이다.

반기문 총장은 여야 모두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어 자기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은 대선후보 반열에 본인의 이름이 거명되는 일이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이번 공식입장은 국내 정치권에서의 영입 논란이 반 총장의 유엔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쳐서가 아니다.

속내는 지금의 뜨거운 관심이 2년 후 행보에 방해가 될까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본다.

반 총장은 여야모두 인연을 갖고 있어 대통령 임기가 3년여 남은 상태에서 벌써 특정정당의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반 총장은 일반 국민의 호감도가 높고 ‘안티’가 적다. 대선의 표밭인 충청도 출신으로 학력과 경력도 좋고, 오랜 공직 생활 동안 흠잡힌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스펙으로 반기문 총장이 대중적이 인기가 좋다할지라도 여든 야든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

따라서 당내 기반이 없는 반기문 총장이 좋은 이미지만 갖고 흙탕물싸움에서 살아남을 지는 미지수다.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업적 논쟁’,‘친노세력과의 설정관계’,‘동성애 문제’,‘외무장관 재직시절의 과오’ 등 넘어야 할 장애물들도 많다.

지지율이 높았던 김황식 전 총리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정몽준 의원에 참패한 것이 좋은 예다.

반 총장은 미리 특정정당의 후보로 메이킹되어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것보다는 이미지 관리를 잘해 몸값을 올리는 일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반 총장은 경쟁력 없는 후보로 우왕좌왕 하는 정당으로 부터 추대를 받아 대선후보로 나서는 수순이 본인의 성품과 맞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본인이 대선후보로 나섰을 때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그런 결단을 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반기문 총장은 국내정치역학상 강력한 도전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려는 것보다는 멍석 잘 깔아 주는 정당에 발을 디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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