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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수 없는 번뇌
김성춘 | 승인 2014.10.05 20:44

우리 모두는 번뇌 속에서 태어나서 번뇌 속에서 죽어간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도봉산을 오르자면 우이암과 원통사 내려가는 길 중간쯤, 청계산의 돌문바위보다 서너 배 크게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두 바위가 기대어 서있고 ,그 밑으로 비록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지만 길이 나 있다.

나는 그 문을 드나들 때마다 이름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무슨 이름이 딱 맞을까 생각하다가 높은 곳이어서 속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해탈문(解脫門)」이라고 드디어 이름 지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고 광야를 찾았던가. 나도 그런 심정으로 산으로 들어설 때 마다 마음다짐을 하지만, 내가 이 바위 문을 굳이 해탈문으로 부르고자 하는 것은 그 문을 들어서면 곧 해탈할 것 같은 분위기가 역력한데다 옛날 생공이라는 사람이 마을사람들에게 강론을 했으나 믿지 않자 돌과 바위들을 상대로 설법을 했더니 그 돌과 바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고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번뇌 속에서 태어나서 번뇌 속에서 죽어간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보이는 것, 느끼는 것 어느 하나 번뇌 아닌 것이 없는 인생인 것이다.

도봉산의 이 해탈문도 한 번 지나감으로써 해탈이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백 번을 지나가야 해탈이 된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몇 번씩은 그 문 여닫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번뇌가 어찌 그렇게 한다고 없어질 수 있겠는가.

아! 번뇌는 본질이나 근원이 못되고 한갓 현상이나 말단에 불과한 인간의 괴로움이자 슬픔이라 할 것이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은 40은커녕 50, 60이 되어도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여기저기에 미혹되는 것이다. 인류의 몇몇 뛰어난 사람만이 50에 지천명(知天命)하였을 뿐이지 그 외에는 모두 70, 80이 되어도 지천명을 못하고 죽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관부연락선」과「지리산」의 작가 이병주가 그의 소설「비창」의 40대 여주인공 다방 마담이「줏대 없는 무성격의 통속성에 떨어졌다.」는 어느 평론가의 지적에「나이 60이 된 나도 갈팡질팡하는데 40대 미모의 여인이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이요?」라는 반박 아닌 반박의 말에서 결국 우리네 보통사람들은 모두 40대 여인이고 60대 이병주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나의 눈은 잘못 본 것이 너무나 많았고. 나의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애중의 성을 쌓았다 허물곤 한다. 노익장(老益壯)이란 소리가 이젠 오히려 민망하고, 「장사(壯士) 나이 먹어도 그 뜻은 변하지 않는다네.」란 삼국지 조조의 일성(一聲)은 이제 썩 반가운 소리가 아닌 것이다.

아직도 격정에 휩싸인다는 것. 그러나 인간만이 다른 종과는 달리 번뇌를 통해 하늘에 이르고, 번뇌야말로 신과 인간이 만나는 영역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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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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