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금 우리 사회를「비정한 사회」라고 규정하였다. 그럼 비정한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중국 남북조시대 승려 생공(生公)은 호구산(虎口山)마을에서 불법을 설했는데 아무도 믿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장소를 옮겨 크고 작은 돌들을 모아놓고 불법을 설했더니 돌들이 머리를 끄덕이더라는 것이다. 한문 점두(點頭)의 유래이다. 비정한 사회는 호구산의 사람들처럼 감동할 줄 모르고 감동도 메마른 사람들이 사는 사회인 것이다.

인간백정 아이히만은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에 의해 브라질에서 이스라엘로 잡혀와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을 때 이런 말을 한다.『나는 칸트의 철학서「순수이성비판」을 읽었으며, 칸트가 가리키는 도덕명제에 따라 내 평생을 살아왔다.』라고. 비정한 사회는 아이히만처럼 사유할 줄 모르고 개념 없는 사람들이 넘실대는 사회인 것이다.

우리에게「인형의 집」이라는 희곡으로 알려졌으며, 거기에서「노라」라는 신여성을 탄생시킨 노르웨이의 극작가 입센은 그의 또 다른 희곡「민중의 적」에서 마을에서 새로 발견한 온천물에 독성이 있지만 물질적 이익을 위해 이를 숨기고 감추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비정한 사회는 공적인 것은 외면하지만 사적인 것에는 예민한 극히 이기적인 사람들이 가득한 사회인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국가를 전복하려했다는 혐의로 그리스 사람들에 의해 고발당하고. 예수도「혹세무민」하고, 국가전복혐의로 이스라엘사람들에 의해 고발당한다. 비정한 사회는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득실대고 이른바「완장」이 설쳐대는 사회이고.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면 다「이단」이고 모두「적」이나「악」으로 여기는 사회이다.

비정한 사회에서는 중학생 습작 수준의 드라마에 눈물을 찔끔찔끔 짜거나 길거리의 거지에게 남이 볼 적에만 동전 몇 푼「적선」하는 것을 온정이 넘치는 사회라 한다. 아. 비정한 사회에서는「머리카락이 관을 찌르는 듯」뜻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비분강개 한다. 비정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을 좌절시켜 김시습처럼 비록 시를 짓지만 그것을 강물에 떠내려 보내게 한다.

비정한 사회는 생명의 문제를 남의 문제로 보고. 인간의 존엄과 위신에 무지하다. 이 비정한 사회는 쓰레기 같은 것들은 높이고 반대로 생명은 희화화하고 조롱한다. 이 사회는 모든 것은 버려도 끝까지 지켜야 할「생명」을 정쟁(政爭)으로 끌어내리고.「이념」의 대결로 몰고 가며.「형이하학」으로 희석시키고.「쪽수」로 도모하려 한다.

그들은 화있을 것이다.「예루살렘성의 돌들이 돌 위에 돌 하나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화있을 것이다. 우공이 통곡하자 3년 동안 가뭄이 들고, 추연이 슬퍼하자 5월에 서리가 내리며, 신라사람 왕거인이「분원시(憤怨詩)」를 짓자 감옥에 벼락이 내린 친 것은 오늘날에도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비정한 사회는「인생유전(人生流轉)」과「모든 것은 부메랑 되어 꼭 되돌아온다.」는 이치를 모르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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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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