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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북에 두고 온 혈육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에 시달린다”고 했다.

조 씨는 6ㆍ25 당시 부모 형제와 아내 그리고 두 딸을 두고 국군을 따라 남하했다고 한다. 그때는 일주일만 지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줄 알고 단신으로 월남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한에 내려와 군에 입대하여 6ㆍ25 전쟁 당시 금천지구 전투에 참가했다가 떨어진 포탄 파편을 복부에 맞아 죽었다가 살아났다며 지난날을 회상하다 한동안 머리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조 씨는 월남하여 7년 동안 북한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며 혼자 지내다가 주위의 권유로 또다시 결혼하여 아들 둘을 낳아 분가시키고 지금은 아내와 둘이서 지낸다고 했다.

아흔을 넘긴 조 씨는 “이제는 북에 두고 온 혈육을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무심한 세월을 탓했다. 그는 “혈육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만 들면 마음이 심란해진다”며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한동안 주위를 서성였다.

그러다 생각이 났는지 문득 2000년 6월 16일 신청한 이산가족 접수증을 내밀었다. 14년이 지나 이제는 너덜거리는 접수증을 그냥 버리지 못하고 고이 접어 상의 호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나이가 많다 보니 하루, 하루가 너무 소중하다. 어떻게 하든 죽기 전에 북에 두고 온 내 혈육을 만나봤으면 지금 죽어도 소원이 없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유수 같은 세월을 붙들어 놓을 수만 있으면 붙들어 놓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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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세  se203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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