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만이 우리를 고귀하게 만든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5공 때 어느 여자가수의「강물에 유람선이 떠있고」의 가사가 나오는 노래를 시니컬하게 듣곤 했다. 지성(知性)과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한 때「체력이 국력이다.」라는 말이 유행했고. 경제력이나 군사력도 국력을 재는 척도겠지만 국력중의 국력은 지성이라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저력도 지성에서 나온다고 생각되고. 한 나라의 동력 역시 지성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나라가 국토가 작고 인구는 적으며 물산은 넉넉지 못해도 뛰어난 지성이 있는 나라는 뿌리가 깊은 나무와 같고 마르지 않는 샘물 같다고 할 것이다.그렇다면 장차 한국을 빛내거나 한국이 보배로 삼을만한 것도 지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지성은 통일을 완성시킬 대통령이나 노벨 문학상 작가와 겹치거나 바로 앞뒤에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플라톤의 저서「파이돈」에 보게 되면 소크라테스를 가리켜「당대에 가장 훌륭했으며, 가장 지혜로웠고. 가장 옳았던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고귀한 사람의 기준을 소크라테스에 두는 것이었다. 나는, 오만한 드골 대통령조차 고분고분하며 앙리 레비의 표현을 빌면「20세기가 바로 사르트로 대표될 수밖에 없다.」는 그 사르트를 가진 프랑스와

애덤 펜스타임의 표현을 빌리자면「세기의 그 사르트르를 능가한다.」고 할 수 있고,「꽃은 꺾을 수 있지만 봄은 지배할 수 없다.」는 말을 하며, 정의를 몸으로 실천한 파블로 네루다를 가진 칠레를 언제나 부러워한다.

또 한 때 한국의 시인들이 한국 제일의 시인으로 뽑은 백석이 그를 추종하여 호까지 그의 성(性) 석천(石川)으로 삼았던 일본의 국민시인 이시가와 다꾸보꾸를 낳은 일본과 이른바「드레퓌스 대위사건」에서 거짓을 비난하고. 지성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진실을 추구하던 에밀 졸라를 가진 프랑스는 행복한 나라라고 항시 생각하였다.

생각해 보라, 독일에 칸트나 야스퍼스가 없고. 러시아에 톨스토이가 없으며, 영국에 세익스피어나 바이런이 없고. 인도에 타고르가 없으며. 이탈리아에 단테가 없고. 스페인에 세르반테스가 없는 것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세계 최고(最高)나 세계 최고(最古)라 해도 거기에 지성이나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빛 좋은 개살구」격일 것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에는 최순우가 있어야 하고. 백담사에는 만해가 있어야 하며. 해운대에는 최치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최순우, 만해, 최치원이 없다면 역사성이 전혀 없을뿐더러 감동도 반감되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유우석은 그의 시「누실명」에서「산이 높다고 해서 명산이 아니라 산이 낮아도 신선이 살면 명산이고. 못이 깊다고 해서 신령스러운 것이 아니라 못이 얕아도 용이 살면 신령스럽다.」고 했는데, 한 나라의 지성이 바로 이 신선이나 용과 같은 사람인 것이다. 우리가 지성을 부러워하고. 지성을 꿈꾸어야 할 이유는 지성만이 우리를 고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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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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