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태 기자=푸른한국닷컴]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박 대통령의) 휴가 일정과 장소를 놓고 고민 중이고, 아직 결정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심스러운 것이다.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가 아직도 수습 덜 된 상황에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휴가를 간다는 것은 부담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실종자들이 아직도 바다 속에 남아 있고, 국회는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를 두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특별법 처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장외집회를 연일 개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국정 최고책임자가 휴가를 간다고 발표하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가 있다. 이는 하반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곧 치러질 7,30재보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심사숙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보면 경제활성화와 소비촉진을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여겨지는 휴가를 대통령이 안 가는 것 또한 모순이다. 평소 주장한 경제 살리기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

박 대통령 2기 내각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또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활성화’를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다.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라고도 지시했다.

주요 정부부처 장관들도 ‘내수 진작’을 위해 공무원들에게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의 휴가를 적극 권장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이 내수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휴가를 가지 않은 것은 자가당착이다.

민 대변인이 “대통령의 휴가 일정을 정하는 데 두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며 “세월호 상황과 민생경제활성화 양쪽 조건을 현재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변 여건을 세심하게 고려하는 박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으로 볼 때 휴가는 가되 일정을 공표하고, 외부로 가는 것보다는 하반기 국정구상과 독서 등으로 청와대에서 조용히 보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기는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실이 이달 중 처리해야 할 주요 업무의 마감시점을 오는 25일로 정해 놓은 것으로 볼 때 다음 한 주가 시작되는 28일부터가 유력하다.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들은 7월 말~8월 초 청와대를 떠나 휴가를 다녀왔다. 대통령의 휴가는 경호와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그 시기와 장소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휴가를 다녀온 후에 알려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박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지난해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경남 거제 저도에서 휴가를 보냈고, 당시 해변에서 찍은 사진들을 박 대통령이 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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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태 기자  specialag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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