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로 발탁하려했지만. 검증기준을 통과할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이 말이 무슨 말인가? 과연 대한민국에 사람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인사권자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없거나 만만한 사람이나 기(氣)리기(氣)리한 사람만 찾으려는 것은 아닌가.

옛날 로마의 영웅 율리어스 시저는 원로원에서 불의의 습격을 받아 죽어가면서도 토가(겉옷)를 반듯하게 하였다고 하고. 공자의 제자 자로는 피살당할 때에 갓끈을 바로 매었다고 한다. 어찌 시저나 자로 같은 사람이 옛날에만 있고 오늘날에는 없으며, 외국에만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런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는 말은 그동안 은인자중하며 뜻을 펴려고 기다리는 이 나라의 많은 용사와 준재들을 섭섭하게 하는 소리이고. 그들의 기상을 꺾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우리를 다스리는 사람이 거저 동네의 갑남을녀이거나 저잣거리의 장씨나 이씨가 아니기를 바라는 것이다.

국민들은「어떻게 하다보니까 대통령이 되고, 국무총리가 되고, 장관이 된」 사람이 아니라 어둠속에서도 용모를 다듬었다는 사람이나 「소년시절」부터 대망(大望)을 품은 사람이나 비록 오장원에서 쓸쓸히 죽지만 청렴결백하고 공정무사하며 국궁진췌한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국민들은「나는 옆으로 기지만 자식은 바로 기길 원하는 어미 게」의 심정인 것이다. 어찌「먼지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나「누구든지 죄 없는 자가 먼저 이 여인을 쳐라.」는 말 등으로 사실을 왜곡하고.「고귀한 책임의식」을 희석시키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자기 나라의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이 국민들의 수준보다 낫기를 바라는 것이지 같이 진흙탕에서 뒹구는 사람이거나 오리나 닭 같은 사람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필자보다 도덕성이나 품성. 자질이나 식견이 월등한 사람의 지배를 받고 싶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은 가소로울 뿐만 아니라 역겨운 것이다.

「총리감이 없다.」는 말이 그냥 괜히 한 말이고, 빈말이며 한 사람의 불찰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나라에는 정의를 부르짖은 사람도 없고. 기개를 떨치는 사람도 없으며, 사유하지 않는 사람으로 그저 건성으로 살아온 아이히만 같은 무개념 무영혼의 사람만 많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관이나 신문사의 주필을 지내야 인재일 것이라는 고정된 사고방식이 고쳐지지 않는 이상 어쩌면 총리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정형화되고 표준화 된 사람들 이른바 판검사나 군 출신같이 경직된 사람만을 쓰려고 하니까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이지 관점을 바꾸고 경계를 허물면 세상에 널려있는 것이 인재인 것이다.

양녕대군을 끝까지 지지한 황희를 정승으로 삼은 세종임금. 자기를 죽이려고 한 관중과 위징을 높이 쓴 제환공과 당태종은 왜 그들이 영명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혹시 총리감이 없다는 말에서「옛날 선비는 도가 세상에 행해지면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산이나 강에 은거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도를 바른 정치라고 이해하면 지금은 바른 정치를 펴지 않기 때문에 고사해야 하는 것이지 청문회 때문에 고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돈과 명예와 권력은 한 사람이 다 차지하지 않는 것인데, 혹시 그런 사람들 중에서 총리후보를 고른 것이 아닌지도 의심이 든다. 그렇다면 그것은 고른 사람은 세상의 이치를 모른 것이고. 대상이 된 사람은 욕심이 많다고 볼 것이다. 하늘은 결단코 한 사람에게 두 가지를 주지 않으려 한다.

혹시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물으려 했거나 권한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책임은 산처럼 지라고 했을 수도 있다. 또는 노파에게 분단장하라하고 노래를 부르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이름과 실체가 겉돈 것을 많이 보아왔다. 이름과 실체가 조응(照應)하고 상응(相應)하는 것, 이것이 비정상의 정상화인 것이다.

「산이 높다고 해서 신령한 것이 아니라 산이 작아도 신선이 살고 있으면 신령하고. 못이 깊다고 영험한 것이 아니라 못이 얕아도 용이 살고 있으면 영험하다.」는 말을 한 사람은 사람의 외관이 아니라 중심을 본 사람이며, 인생을 핍진하게 살았지만 곡진하게 수용한 통찰력 있는 사람이라 할 것이다.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에서 디오게네스가 대낮에 등불을 들고 사람을 찾아 나선 진정성을 기대한다. 내가 시대정신인 개방과 포용 그리고 공유(公有)를 가지고 있다면 상대방도 분명 개방과 포용 그리고 공유의 사람일 것이다.

오늘도 천리마는 마굿간의 둔마들 틈에서 먹는 것이 모자라 구유통에 머리를 쳐 박고 죽어 가지만 이를 부리는 사람이 몰라보면서「천하에 명마가 없다.」하니 이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일이었다. 그리고 소금수레를 끄는 천리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웃옷을 벗어 감싸준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사람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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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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