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되어 국가개조에 관한 말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필자의 생각에는 국가개조란 말은「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으로 주객과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화가가 그림을 잘못 그려놓고서는 캔버스 탓으로 돌리고. 천리마(千里馬)가 있지만 알아보지 못하고 세상의 말만 탓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저 국가개조가 능사가 아니라 국가를 살아있는 생물체로 인식하여 어떻게 계속 신진대사를 가능케 할 것인지가 문제이고. 국가개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는 원래 형체인데 그 국가에 영혼을 불어넣고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국가가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다고 말하나 사람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국가개조를 하겠다는 생각의 저변에는 국가를 단순히 물질로 보는 유물론이 어른거리고. 국가를 통해서 국민을 지배할 수 있다는 권위주의 또는 전체주의가 풍겨 나온다. 또 거기에는 화자(話者)가 소설가처럼 전지전능할 것이라는 착각과 교만이 도사려있다. 개조란 말은 여하튼 반민주주적이고 반문명적인 언어인 것이다.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무엇으로 알까?「신상필벌」과 더불어「권한과 책임」의 같이함이다.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권한만 행사하면서 책임은 안 지려는 것이고. 책임에는 벗어나면서 권한만 행사하는 것이다. 국가를 개조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화해야 하고. 그것도 권한이 가장 큰 사람부터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변해야 할 것이다.

국가는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기 때문에 권력이 가장 센 사람부터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고, 깨달아야 하며 더 나아가 확대된 세계관과 균형 잡힌 시각. 그리고 높은 안목과 넓은 식견의 소유자여야 한다. 정신이 심화하거나 확장되지 않고서는 결코「눈뜸」이나「경계를 넘어섬」은 오지 않는다.

의견이 다른 상대방은 타도해야 할 적이나 미워할 악이 아니라 하늘이 안배한 세상의 일부분이자 나의 반쪽이고, 나를 살피고 바로잡을 수 있는 거울이며, 우리 체제의 발랄함과 건강함의 바로미터라는 인식과 생명을 빼놓고서는 모두가 상대적이라 버릴 수 있으며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아야하고. 내 육신의 눈보다는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산이 꼭 높아야 신비하고. 못이 꼭 깊어야 신령한 것이 아니라 산이 낮아도 신선이 살면 신비하고. 못이 얕아도 용이 살면 신령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강한 진나라도 날품팔이 진승이 한 번 소리치자 속절없이 무너지고 날랜 장군들이 앞을 다퉈 항복했다. 중국의 국공내전 때「돌격, 앞으로」한 장개석군은 강산을 내줬지만「나를 따르라.」한 모택동군은 강산을 얻었다. 오늘날의 중국인들은 만리장성보다 사마천의 사기에 더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고. 정조임금은「아름다움도 성을 지킬 수 있다.」며 수원성을 쌓았다.

나라의 개조와 상관없이 나라에 영혼이 있는 사람들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나라는 황무지가 되기도 하고 문전옥답이 될 수가 있다. 세월호 참사도 해양경찰청이나 안전행정부나 선박회사가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인재(人災)라 하는 것이다.

정신의 변화 없는 국가개조는 혹 때려다 되레 혹을 붙일 수 있고. 시간이 가면 회복될 수 있는 환자를 빈사상태로 내모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사람에 따라 침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침대에 사람을 맞추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국가는 가만히 있는데 사람이 와서 이리 말하고 저리 말하는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내가 위에서「국가개조론」이라고 하지 않고.「국가개조」론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개조론 자체가 애초부터 논리적 정당성을 가지지 않을뿐더러 당연한 결과로서 완결성을 가지지도 않고 완미성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로서의 줄거리나 가치를 가지지 못함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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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위원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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